미국인이 굳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까지 거론하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진=스티브 유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스티브 유가 유승준 방지법 발의 소식에 발끈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여파가 해외 교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강력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승준 방지법’은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5가지 법률의 일부개정안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국적법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자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남성에 대하여는 향후 대한민국 국적 회복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병역법의 병역연기 상한 연령인 30세 이전, 그리고 65세 이상자 등은 국적회복을 허용해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했다.
출입국관리법은 두 가지 부분이 개정된다. 우선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사람의 입국 금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 등의 경우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스티브 유가 이 부분의 모호한 법 해석을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만큼, 아예 병역 기피를 명확한 입국 금지 사유로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또 한 가지는 취업비자 연령 제한이다. 외국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에 대해 병역을 감면해주는 대신 37세까지 국내 영리활동을 제한한 병역법을 고려해 취업비자도 외국국적동포에 대해 37세까지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가장 핵심으로 보이는데 병역을 마치지 아니하고 외국인이 된 남성은 40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F4비자)을 부여받지 못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45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이다. 45세는 병역법이 전시 등 국가 유사시에 병역의무를 45세까지 규정하고 있음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애초 37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가 제한돼 있었는데 2017년 9월 40세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45세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스티브 유 논란은 그가 2015년 5월 아프리카TV ‘유승준 13년 만의 최초 고백, 라이브’를 통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스티브 유는 만 38세로 재외동포체류자격(F4비자)을 부여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스티브 유를 둘러싼 논란으로 결국 2017년 40세로 법이 개정됐는데, 3년여 만에 다시 45세로 연장하는 법 개정이 시작됐다.
다른 2개 법률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으로 둘 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남성을 45세까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스티브 유는 유튜브 방송에서 “민족성 자극해가지고 효진이 미진이 사건부터 반미 감정 막 부추기고, 세월호 사건 같은 가슴 아픈 참사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 선동하고”라고 말했다.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언급하려다 이름에서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티브 유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유승준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 여파는 스티브 유뿐 아니라 재외동포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37세까지 취업비자가 제한되고 45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F4비자)이 부여되지 않게 된다. 실제 스티브 유뿐 아니라 부유층과 고위층 자제들 가운데에도 해외 유학 등을 이유로 출국해 병역을 면제 받은 뒤 재외동포체류자격(F4비자)을 부여받아 자유롭게 한국을 오가며 영리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들에 비하면 스티브 유만 너무 가혹한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유승준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스티브 유뿐 아니라 병역을 마치지 아니하고 외국인이 된 남성 재외동포는 모두 45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스티브 유를 향한 재외동포 사회 일각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티브 유의 이번 유튜브 영상의 배경이 성조기와 태극기라는 점이다.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자칫 외국인이 국내 보수 성향 지지자에게 자신의 주장에 동조해 달라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수 논객 변희재는 자신의 카페 ‘변희재의 진실투쟁’에 올린 ‘보수에서 유승준 만세 부르는 순간, 완전히 끝나는 겁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병역 기피하러 국적을 버린 자를 조국, 추미애 비판하고 부정선거 선동해준다 만세 삼창 부르면, 진실, 도덕 이런 건 원래 내쳤지만 마지막 남은 국가안보까지 내버리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