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의 복귀는 그의 파급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계기였다.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별도의 입단식이 치러졌다. 경기장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관중이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례적으로 많은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시즌에 앞서 다양한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췄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 김연경이 최근 경기장 안팎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흔들리는 ‘어우흥’?
여전히 ‘월드클래스’ 기량을 유지하고 있기에 V리그 판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연경 없이도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우승, 2019-2020시즌 3위를 달성한 강팀이었다. 리그 내 상위권 전력을 구축한 상황에서 김연경이 합류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보강했다. 모두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을 점쳤다.
시즌 뚜껑이 열리자 예측대로 흥국생명은 독주를 이어갔다. 13경기를 치른 12월 23일 현재 11승 2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나마 2패도 최근 일어난 일. 흥국생명은 개막 이후 11연승 행진을 벌였다. 2위 GS칼텍스는 8승 6패를 기록 중이다. 현재 수준의 기록이 유지된다면 30경기 체제로 벌어지는 정규리그 우승은 무난히 흥국생명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흥국생명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순위표상 순항하고 있지만 최근 2연패가 아프다. 또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은 경기장 안팎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흥국생명과 관련해 시즌에 앞서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을 줄여 ‘어우흥’으로 불린 것. 압도적인 전력 탓에 ‘우승을 해도 본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KOVO컵 대회에서 흥국생명은 결승에 올랐지만 GS칼텍스에 맞서 0-3 완패를 당했다.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절치부심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정규리그 개막 이후 11연승 행진을 달렸지만 12월 2연패로 흔들렸다. 김연경 합류 이후 흥국생명의 공식대회 패배는 3경기지만 높아진 관심만큼 패배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패배 과정에서도 김연경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김연경과 함께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빠졌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가 어깨 부상으로 빠졌고 이재영이 고열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다영도 이재영과 ‘밀접접촉자’라는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주전 선수 3명의 이탈은 2연패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12월 13일 하위권을 전전하던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0-3 완패는 더욱 뼈아팠다.
김연경은 경기장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선수다. 때론 ‘과하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한다. 공격이 블로킹에 막히자 김연경이 공을 바닥에 내려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불화설’에도 휘말려
김연경은 고교 졸업 직후부터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휩쓸며 슈퍼스타에 등극했다. 데뷔 시즌이던 2005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정상급 선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세월은 김연경에게 경기 외에도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올려놓았다.
최근 흥국생명은 ‘불화설’에도 휘말리며 몸살을 앓았다. 한 선수가 누군가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속팀 선배와 불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연경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만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기에 몸소 나서야 했다. 김연경은 팀의 2연패를 끊은 지난 18일 경기가 끝난 이후 “많은 이야기들이 외부로 나가고 있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불화를 인정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또 다른 경기 외적 논란에 시달렸다. 경기장 내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김연경은 지난 11월 경기 중 공격에 실패하자 네트를 잡아당기거나 공을 바닥에 세게 내려치는 모습을 보여 일부에서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구연맹은 네트를 잡아당긴 김연경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경기를 맡은 심판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일부 ‘안티 세력’ 생겨나
최근에는 ‘악플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지난 11월 25일 김연경 소속사는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연경 선수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성희롱, 인신공격 등의 내용을 담은 악성 댓글 및 게시글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명예훼손 내지 모욕 등의 혐의로 각각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슈퍼스타 김연경에게 이번 시즌 국내 복귀 선언을 전후로 일부 ‘안티 세력’이 생겨났다. 그는 흥국생명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로 알려진 몸값을 3억 5000만 원으로 낮췄다. 이를 두고 ‘샐러리캡이 존재하는 종목에서 불공정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에선 우승을 위해 몸값을 낮추고 팀을 옮긴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행보에 빗대기도 했다. 소속사가 밝힌 대로 온라인에서는 종종 도 넘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장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김연경은 갖가지 이슈를 쏟아내며 스스로 배구계 슈퍼스타임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빛이 밝은 만큼 그 그림자도 짙다. 11년 만의 국내 복귀 이후 안팎으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연경의 지혜로운 행동을 기대해야 할 상황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