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테스트를 알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7차전까지 간 NBA파이널에서 아테스트는 6차전 버저비터 결승골에 이어 7차전에서 20득점 5스틸로 만점 활약을 펼치며 레이커스에 프랜차이즈 16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1999년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아테스트는 레이커스 이적 첫 해, 그리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꿈에도 그리던 우승의 단맛을 본 것이다. 아테스트는 정규리그에서도 평균 11.0점 4.3리바운드 1.38스틸을 기록하는 등 NBA 최강팀 레이커스에서 확실한 베스트5로 자리를 굳혔다.
이런 아테스트는 사실 ‘악동’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레이커스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미친 아테스트’로 불릴 정도였다. NBA에서 숱한 기행으로 데니스 로드먼 이후 최고의 문제아로 꼽혔고, 심지어 의학적으로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야유하는 관중을 때리고(2004년 인디애나), 하프타임 때 술을 먹고 들어와 경기를 하고, 아내를 폭행하는 등 숱한 말썽을 피웠다. 여기에 비시즌 때는 힙합가수로 활동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빼어난 농구실력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팀을 옮겨 다녔다.
그런데 아테스트는 레이커스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후 확연히 달라졌다. 필 잭슨 감독과의 불화, 톡톡 튀는 언행이 가끔 나오기는 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히 운동했고 심지어 파이널 때는 수백만 원짜리 티켓을 직접 사서 2명의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아테스트가 악동에서 모범생으로 변한 데는 바로 한국인이 있었다. 끈끈한 한국식 매니지먼트가 그를 바꾼 것이다. 아테스트는 지난해 LA 이적과 함께 휴스턴 시절 자신을 도왔던 스태프들을 대부분 해고했다. 그리고 직원 5명 중 4명이 한국인인 ‘시엘로 매니지먼트(Cielo Management)’와 계약했다.
아테스트와의 인연은 시엘로 매니지먼트의 공동대표인 이승희 씨(28)로부터 시작됐다. 이 씨의 부인이 론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했는데 아테스트는 LA로 적을 옮기면서 기존 에이전트와 스태프를 내보냈지만 이 씨의 부인만 남겨놓았던 것. 그리고 이 씨를 통해 정직하고 성실한 한국인에게 매니지먼트를 맡기게 된 것이다.
이승희 씨, 그리도 또다른 공동대표인 박은범 씨(31)는 LA가 기반이다. 각각 UC샌디에이고와 UC어바인에서 경제학을 전공, 비즈니스에 밝다. 그리고 당연히 LA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엔젤리노’답게 레이커스의 열혈 팬이다. 아테스트는 이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 마니아가 돼 갔다. LA의 한식당을 찾아 갈비를 먹고, 한인 나이트클럽에 가는 건 기본이었다. 심지어 지난 시즌 중에는 헤어에 ‘레이커스’라는 한글을 새기고 나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박은범 대표는 “아테스트가 정말 갈비를 좋아한다. ‘LA한인타운의 갈비도 그렇게 맛있는데, 한국에서 먹는 정통 한식은 얼마나 맛있을까’라며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아테스트의 한국방문도 갑자기 이뤄졌다. 아테스트는 중국의 의류업체 피크(PEAK)의 후원을 받는데 이 관계로 9월 초 중국을 방문한다. 그런데 아테스트가 무조건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해 갑작스레 일정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박은범 대표가 미리 한국으로 들어와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단 8월 29일(일) 분당에서 우지원 농구교실(W-CLUB)과 농구클리닉을 하기로 했다. 워낙 급히 한국 방문이 결정된 까닭에 초청비 등 돈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도 한국에 1주일을 머무는데 가능한 많은 농구팬을 만나고 싶어 무조건 클리닉을 열기로 한 것이다. 현재로는 이 클리닉과 한 스포츠의류회사와 진행하는 화보촬영이 전부다.
박 대표는 “몇몇 큰 스포츠의류회사와 급히 접촉도 했는데 준비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돈보다도 아테스트는 역대 NBA스타 중 유일하게 한국인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고, 또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한국 체류기간 동안 가능한 많은 팬들을 만나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테스트는 음반까지 낸 힙합 뮤지션이기도 하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방송출연, 사인회 등 아테스트를 필요로 하는 행사에는 가능한 참석하려고 한다. 방문기간 중이라도 아테스트에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25일 방한하는 아테스트는 31일(혹은 30일) 중국으로 떠나고 9월 6일 LA로 돌아가 레이커스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