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데뷔를 꿈꾸다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만 했던 연습생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가 유흥업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연습생 리스크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그 위험성이 거론돼 왔다. 아이돌 리스크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단 몇 개월여 만에 사라진 비인기 그룹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다. 대중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릴 만큼 유명세를 얻는 아이돌 그룹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아이돌 그룹 10팀이 데뷔해도 1팀 정도만 인지도를 얻는 수준이고 스타의 반열까지 오르는 비중은 백에 하나 정도다. 그렇지만 연습생 입장에선 데뷔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연습생 시절만 거치다 연예계 입성에 실패한 이들은 결국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2010년대 초중반 엄청난 수의 걸그룹이 데뷔했고, 그 몇 배가 되는 연습생들은 데뷔조차 못하고 꿈을 접었다.
‘연습생 리스크’의 시작은 유흥업계였다. 10여 년 전쯤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 몇몇이 룸살롱에서 몰래바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유흥업계에 퍼졌다. 당시 유흥업계와 연예계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었는데, 그 소문의 주인공이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중소 연예기획사에서도 연습생이 쏟아졌고 이들 가운데 유흥업계로 향한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사실상 데뷔가 불가능해진 소속 연습생에게 연예기획사가 유흥업소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실제로 연습생 출신 접대여성 2명이 강남의 한 회원제 고급 룸살롱에서 일했는데 거기 방문한 VVIP 손님들이 구설수에 오르며 같이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당시 이들 연습생의 소속사 임원은 “연습생으로 데리고 있으며 함께 꿈꿨던 아이들이 생활고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소개해줬다”며 “그나마 신체 접촉이나 2차(성매매) 등이 전혀 없는 깔끔한 업소에 부탁해서 어렵게 일하도록 해준 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유흥업계 전반에 연습생 출신이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난잡한 술자리와 2차가 있는 룸살롱은 물론이고 아예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연습생 출신도 있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술자리에서 이들이 “연습생 시절 누구누구랑 친했다”며 스타덤에 오른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옛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다만 지금까지 이런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유흥업계에서만 돌고 도는, 그저 그런 풍문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유흥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습생 출신 가운데에는 한물 간 연예인에게 스폰서를 소개해 주거나 고급 룸살롱 등의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브로커로 활동 중이다. 연출된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최근에는 고급 룸살롱을 중심으로 연예인을 접대여성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이런 흐름이 다소 둔화됐지만 2021년에는 이런 흐름이 유흥업계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는 톱스타 출신인 한 여자 연예인이 강남 소재의 최고급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유흥업계에 알려지면서 급격히 형성됐다(관련기사 ‘생활이 어렵다더니…’ 은퇴 여성 톱스타 ‘일프로’ 근무설 추적).
이런 흐름을 타고 연습생 출신 브로커들이 당장 생활이 어려운 한물간 연예인들을 고급 룸살롱에 소개해주는 일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남의 한 텐프로 업소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회원제 고급 룸살롱을 중심으로 연예인 영입 움직임이 있었고 나도 업계에선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그런 부탁을 몇 번 받았었다”라며 “나중에 얘기를 들어 보니 연습생을 하다 새끼마담이 된 이들 가운데 몇몇이 그런 부탁을 받아 이미 몇 건을 해결해줬다고 하더라. 그 가운데 한 명은 나도 아는 아이인데 평소 스폰서 브로커로 알려지기도 했던 친구”라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연예관계자들은 이런 흐름이 연예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 번 연예인 스폰서 사태가 터지는 최악의 경우부터 연예인이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여성으로 일한다는 내용이 공개돼 화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영업이 중단된 회원제 고급 룸살롱이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게 불법 영업을 하다 경찰에 단속된 업소에서 연예인이 접대여성으로 일하다 적발될 경우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