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들은 부동산 대신 주식 비중을 높일 전망이다. 보유세 부담으로 추가로 집을 살 이유가 적고, 상가나 꼬마빌딩은 코로나19로 임대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대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주택매매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는 ‘영끌’, ‘패닉바잉’은 새해 들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중심보다는 외곽, 고가보다는 중가 주택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아파트 매물 정보를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너무 비싸진 서울, 수도권으로 수요 확산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추이를 보면 2020년 11월 기준 전국 5.5년이었지만(소득 3분위가 3분위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서울은 15.6년에 달한다. 서울 PIR은 2019년 1월 12.9년이었으나 2020년 9월에는 15.6년으로 2년도 안돼 2년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구매력지수(HAI)는 2010년 이후 서울 지역 평균이 55.6을 기록하면서 주택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서울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신규 입주 물량이 4만 5000호에서 4만 9000호 정도였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10년 평균인 3만 호보다 1.6배나 많다. 하지만 2021년 신규 입주 물량은 약 2만 8000호로 2020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예정이다.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전세가격은 5.4%, 서울 아파트는 10.1% 상승했다. 특히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7.4%를 기록했다. 7월 말 새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물량이 실종됐다. 이는 집값 상승을 우려한 소위 ‘영끌’ 매수, 또는 ‘패닉바잉’으로 이어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구매 욕구는 증가했지만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로 주택구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새해에는 수도권으로 수요가 크게 번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공급 달리는 수도권, 높아진 비수도권 가치
주택 건설 인허가 승인 실적을 보면 2015년 약 76만 5000호로 정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인 감소세다. 2020년 10월까지 인허가 실적은 32만 6000호로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수도권이 13.2%로 비수도권에 비해 감소폭이 크다. 최근 수도권의 공급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매매전세비)는 2020년 11월 기준 서울 55.5%, 수도권 66.8%, 5대 광역시 69.6%, 기타지방 76.6%다. 매매전세비가 높을수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줄어 투자자의 필요 자본이 적어진다. 일명 ‘갭투자’에 유리하다.
2020년 12월 18일 비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을 35개 확대했으나, 전체 조정대상지역 111개 중 비수도권은 48개로 절반 이하다. 또한 가장 강력하게 규제가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도 전체 48개 지역 중 비수도권은 대전, 대구 일부, 세종을 포함해 7개 지역에 불과하다.
주택매매전망지수는 이례적으로 5대 광역시에서 모두 100을 훨씬 웃돌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기타 지방까지 2020년 6 월 이후 6개월간 100을 웃돌아 상승 전망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 유망 4선…위례·상암·금호·상계
송파구 장지동, 성남시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 3개 행정구역으로 이루어진 위례 지역은 위례선 트램이 최근 정부 승인을 받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들어갔다. 위례신사선도 2027년 개통을 목표로 2022년 착공한다. 최대 약점이던 교통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상암지역은 청량리역에서 목동역까지 연결되는 강북횡단선 건설에 대한 국토교통부 승인이 최근 이뤄졌다. 성산시영아파트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율도 지난 12월 초 70%에 근접하면서 기대감이 크다. 장기간 안정세를 보인 전세가격은 3분기부터 급상승 중이다. 수색증산, 3기 신도시 고양 창릉, 덕은, 향동지구 등 인근지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상암동의 가치가 재조명 받을 것이란 평가다.
한강 조망뿐 아니라 남산 조망까지 갖춘 금호동은 풍부한 녹지공간으로 확보해 쾌적한 주거환경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압구정이어서 강남 접근성도 양호하다. 현재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상승세가 예상된다. 왕십리는 GTX-C노선 정차여부가 관건이다. 왕십리역은 이미 서울 최다 환승노선으로 2호선, 5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 동북선(예정)이 정차한다.
노원구 상계지역은 대치동, 목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 지역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최근 왕십리역과 상계동을 연결하는 ‘동북선’ 경전철이 2025년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가면서 교통 여건까지 개선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실수요가 강하다.
#수도권 유망 4선…하남·광교·동탄·다산
하남시는 3기 신도시 지정과 5호선 추가 연장으로 최근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3기 신도시 구역 중 선호도가 가장 높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물이 부족해 높은 가격을 불러도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3기 신도시 청약 수요와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전세가격도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등 비아파트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광교는 2021년 초 경기도청 이전 건축비 마련을 위해 매각된 토지 C6블록의 분양 계획이 잡힌다. 인근 용인시 보정동 플랫폼시티 조성 사업의 토지 보상까지 예정돼 있다. 2021년 경기도청 입주를 시작으로 한국은행 경기지점, 경기도시공사, 경기개발원, 경기도교육청, 경기도대표도서관 등 6개 기관이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동탄은 이제 더 이상 추가 공급은 없지만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과 교통 개선이 예정돼 있다. 2021년 6월 동탄역 롯데백화점이 개점 예정이고, 동탄에서 인덕원까지 연결하는 복선 전철이 2021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2026년 개통 예정이다. 또한 동탄1, 2기 신도시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동탄 트램까지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동탄을 실거주지로 삼는 인근 산업단지 수요가 상당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지구와 지금지구가 합쳐진 다산 신도시는 2020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개점과 9호선 남양주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3기 신도시 왕숙지구 조성 사업준비 등으로 매매 호가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9호선 노선의 연장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