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동부구치소 직원 가족 가운데 1명이 최초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2월 26일에 527명, 28일에는 23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29일 0시 기준 확진자는 모두 761명에 달한다. 사진=일요신문DB
#추미애 장관 공문에 검사들은 반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중지 가처분 소송 진행이 한창이던 12월 22일, 추미애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일선 검찰청에 코로나 방역 수칙 관련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코로나19 관련 대응이었는데, 식사 관련 지침이 적혀 있었다. 검사나 수사관 등 검찰청 전 직원들에게 회식이나 공적 모임을 전면 금지할 것과 점심 또는 저녁 식사 때 외부 식당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점심 등 식사는 도시락이나 배달을 이용해 개인 자리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검찰 청사 주변 도시락 배달 업체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함께 업체 연락처까지 담은 리스트를 만들어 각 검사실에 배포했다.
평소 점심 식사를 인근 식당 등에서 해결해 왔던 검사들은 반발했다. 한 서울중앙지검 직원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된 것에 대해 ‘주의하라’라고 하며 회식 자제 등을 지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도시락을 혼자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물론 법무부는 공무 수행상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외부 식당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또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등 거리두기가 가능한 식당에 대해서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검사들의 반발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동부구치소 상황 보면 불가피했던 선택?
법무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진자가 늘고 있다.
동부구치소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11월 27일 동부구치소 직원 가족 가운데 1명이 최초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2월 26일에 527명, 28일에는 23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29일 0시 기준 확진자는 모두 761명에 달한다. 역학조사 결과 주로 밀접 접촉자 그룹에서 추가 확진이 발생했으며, 집단생활과 불충분한 환기가 전파 확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법무부 등은 동부구치소 내 과밀도를 낮추기 위해 복역 중인 확진자 345명을 12월 28일 청송의 경북 북부 제2구치소로 옮겼다. 또 동부구치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환자 치료와 관리에 나섰고, 비확진 수용자도 다른 구치소로 이송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부구치소 발 추가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달 사이, 적지 않은 수용자들이 서울동부지검이나 재판 출석 등을 위해 구치소 밖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동부지검에서는 12월 16일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잠시 검찰청이 비상에 걸리기도 했고, 추가로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와 접촉한 검찰 관계자 전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기도 했다. 다행히 관련 직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구속 수사와 체포 등을 자제하고, 소환조사도 최소화 할 것을 당부한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 역시 업무 복귀 결정 직후인 12월 25일 대검찰청에서 첫 회의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열고 “소환조사를 최대한 줄이고 화상·온라인 조사를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은 휴대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한 화상 및 온라인 조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고, 지청장 또는 차장검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 피의자 등을 소환해 청 전체 일일 소환자 수를 조절할 것도 지시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동부구치소 발 확산이 빠르게 늘어나자 전국 법원에 12월 22일부터 1월 11일까지 3주간 휴정을 권고했다.
2020년 설 연휴 기간 소년원을 방문해 소년범들로부터 세배를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법무부 TV 영상 캡처
#검찰청도 팬데믹 대응 제대로 안 돼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 전부터 코로나19 확산 대비를 위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청 내 마스크 착용 문화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특히 검사실은 검사 1명과 수사관 3~4명이 함께 사용하는데, 검사실 안에서는 다 같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11월 초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을 찾았는데 나 혼자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 혼자 쓰고 있기 민망해서 구속된 피의자와 함께 마스크를 벗고 수사 입회를 했는데 검사실 사람들이 막상 검사실 밖으로 나갈 때는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뭐 하러 마스크를 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처럼 근무자가 수백 명이 되는 곳의 경우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이 운영되는데 식사 시간을 나눠서 운영하는 등의 대응조치가 없었던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코로나19는 비말로 확산되는데 수십 명, 많을 때는 100여 명 이상의 인원이 한꺼번에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곳이 서울중앙지검 내부 직원 식당”이라며 “12월 초, 검찰에 갔을 때에도 식당에서 식사하던 인원이 대충 수십 명은 넘어 보이더라. 이제 와서 도시락을 시켜먹으라고 하면서 아예 차단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동안의 대응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갈등 양상으로만 치닫는 동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코로나19 관련 피해자와 피의자 등 수사 관계자들은 물론, 검찰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 아니겠느냐”며 “추미애 장관이나 윤석열 총장 모두 코로나 확산 대응이 늦었던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