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월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장 최종 후보자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낙점했다. 사진=연합뉴스
몇 주일 전부터 법조계에서 예상했던 바였다. 그동안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조직이 공수처인데, 검찰 출신을 앉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판사 출신 김진욱 선임연구관 2명을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했을 때에도 ‘판사 출신(김진욱 연구관)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다.
문 대통령의 최종 후보 지명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면 김 후보자는 초대 공수처장에 오르게 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오랜 논의 끝에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했고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역량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최종 후보자를 지명했다”며 “법률에서 정한 바대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원만하게 개최돼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추천에 기대감 상당
김 후보자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몫으로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문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의 목소리로부터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사와 변호사, 또 특검 수사관 경험이 모두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구 출신인 김 후보자는 보성고등학교와 서울대 고고학과, 서울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사법고시 31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21기를 수료했다. 공군 법무관을 거쳐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1995년 3월부터 1998년 2월까지 서울지법 본원과 북부지원에서 3년 동안 판사로 근무했다. 그 후 1998년 3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일했고, 1999년에는 공안검사가 일으킨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검에 수사관으로 파견된 경험도 있다. 2010년 김앤장을 그만둔 뒤에는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일했고, 헌법재판소장 비서실장 등을 거쳐 선임헌법연구관으로 근무 중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짧지만 판사 경험도 있고, 또 우리나라 최초의 특검인 조폐공사파업유도 특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경험도 있다. 법조인 중에서는 드문 사례”라며 “특검적인 성격을 띠는 공수처에 대한변협 추천 인사가 장으로 앉게 됐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기대해 볼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상했던 결과에 적지 않은 우려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무조건 검사 출신은 안 된다’라고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공수처도 결국 수사기관이다. 수사를 하는 곳은 재판을 하는 곳과 다르다. 김 후보자는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특검 한 번뿐인 법조인이다. 정치인이나 권력층만 수사하는 공수처에 수사 경험이 미천한 법조인이 검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낙점됐다. 앞으로 공수처가 ‘범죄 혐의 수사’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장후보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왼쪽)와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는 김진욱, 이건리 2명의 공수처장 후보 의결과 추천에 대해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본안소송과 그 의결과 추천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법조인 역시 “김 후보자가 예전부터 진보적인 성향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들었다”며 “김앤장에서 근무했다고 하지만 애초 정치적인 성향이 뚜렷한 인물인데, 그런 부분들이 공수처장이 됐을 때 어떻게 수사 흐름에 반영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공수처장 후보 야당 추천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낙점하자마자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수처장 후보 의결 과정에 대해 무효 확인 청구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12월 30일 오전에 제기한 것이다.
공수처장 후보 야당 추천위원인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헌 변호사는 “12월 28일 김진욱, 이건리 2명의 공수처장 후보 의결과 추천에 대해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본안소송과 그 의결과 추천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며 “위헌적인 개정 공수처법 입법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던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의결권이 박탈됐고, 결과적으로 친정부인사가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추천 자체도 무효이며 임명된 김 후보자의 효력도 곧바로 정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이들은 개정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예정이라,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