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 목사가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와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자 지난 1월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으로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30일 전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전 목사는 지난 2019년 12월 초부터 올해 1월 사이 광화문 광장 기도회 등에서 여러 차례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발언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이라거나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전 목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명예훼손 혐의로는 징역 6개월, 총 2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당시 총선 후보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을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후보의 존재가 필요하지만, 전 목사가 집회에서 발언할 당시 지지할 정당조차 특정되지 않았거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는 곧 민주 사회의 근간”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제한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간첩’이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이라기보다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비유 또는 과장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문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전 목사는 이날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곧바로 풀려났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