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의 배경은 배 아무개 P사 회장으로 그는 2019년 말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인수한 핵심 멤버로 거론된다. 실루엣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경찰 등에 따르면, 10월 31일 오후 그랜드하얏트호텔에 괴한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호텔 라운지에서 연주 중이던 라이브밴드 공연을 방해했다. 소란은 커졌다. 안내데스크, 피트니스클럽, 사우나 등에서도 난동을 부렸고 사우나에서는 몸에 그려진 문신을 과시하며 흡연을 하기도 했다. 이미 투숙 중이었던 이들은 호텔 안에서 서로 90도 인사를 하는 등 조직임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소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이 제지한 뒤에야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난동의 배경엔 배 아무개 P 사 회장이 있는데 그는 2019년 말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인수한 핵심 멤버로 거론된다. P 사를 통해 하얏트호텔 서울 인수를 주도했는데, 인수 가격은 5000억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P 사는 인수 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12월 중순에는 이사회를 열고 하얏트호텔 서울 지분 100%를 보유한 서울미라마 지분을 사모투자합자회사(PEF) 인마크 제1호를 통해 인수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난동을 부린 괴한들은 인수 과정에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배 회장을 거론했다. 이들은 호텔에서 “배 회장 나와라, (약속을 어기고) 배 회장이 60억 원을 떼먹었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배 회장 측은 경찰 조사와 언론 등을 통해 “그 어떤 조폭과 어울린 적도 없고, 60억 원을 빌렸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는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쓰다가 발생한 갈등’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배 회장을 잘 아는 업계 투자자는 “원래 P 사를 통해서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매각하는 측에서 해외 법인이 아니면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외 투자조합을 통해 하얏트 서울을 인수한 것이라는 내용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서 배 회장을 하얏트호텔의 실질 오너라고 생각한다”며 “배 회장이 이 과정에서 돈이 부족해 투자를 얻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조직원들의 호텔 난동도 조폭한테 직접 돈을 빌렸기보다는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으면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월 31일 오후 그랫드하얏트 호텔에 괴한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영화 ‘공공의 적 1-1’ 스틸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실제 하얏트호텔 서울 매각에는 호텔 외 주변 8757㎡(약 2649평) 규모의 주거용 토지도 함께 거래가 됐는데, 배 회장은 주변에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급 주택단지를 만들겠다’며 투자를 유치하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호텔 이어 엔터사도 탐내
문제는 배 회장이 P 사를 앞세워 공격적인 인수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무자본 M&A’라는 평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P 사는 계열사를 통해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인수도 추진 중이다. 과거 톱스타를 배출한 회사로 유명한 I 사가 인수 대상이다. 공식적으로 I 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S 사가 꾸린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S 사와 P 사는 계열사로 두 회사의 의사 결정을 배 회장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 투자자는 “원래 P 사를 통해서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매각하는 측에서 해외 법인이 아니면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외 투자조합을 통해 하얏트 서울을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얏트호텔 전경. 사진=일요신문DB
눈여겨볼 부분은 배 회장의 유동성이다. I 사를 인수하려고 하는 S 사는 현금성 자산이 지난 3분기 기준 19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2019년 4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영업 분위기도 좋지 않다. P 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하얏트 서울과 J 사 인수 등을 통해 회사 규모는 커졌지만 전환사채를 대규모 발행하다 보니 회사 재정 상태는 좋지 않다.
P 사는 적자 폭이 2018년 110억 원에서 2019년 120억 원대로 늘었고, J 사는 부채 비율이 55%에서 150%대로 증가했다. S 사 역시 단기 차입금이 인수 전 12억 원에서 2019년 200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회사 자금을 동원함과 동시에 외부 투자자의 자금에 기대는 무자본 M&A에 가까운 배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P 사가 S 사를 인수할 때도 재무적투자자(FI)와 외부 차입을 활용해 인수대금 634억 원을 완납한 바 있다. 주식을 담보로 맡겨 자금을 빌리고, CB 발행으로 인수자금을 메운 ‘무자본 M&A’다. 하얏트 서울을 인수하기 위해 추가 자금조달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하지만, 정작 금융감독원으로부터는 정정 신고서 제출을 4차례나 요구받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수사 한다고 하지만…
배 회장 관련된 각종 첩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찰과 검찰 등에 들어갔던 상황으로 몇 차례 내사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자본 M&A 과정에서 배 회장 관련 금융범죄 가능성을 주목한 경찰은, 하얏트호텔 서울 사건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를 투입했다. 광수대는 이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와 더불어 범죄단체조직 혐의까지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조폭들이 최근 기업 M&A 시장에 진출한 것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CB업계 관계자는 “광수대는 다른 곳과 달리 수사 도중 나오는 추가 범죄 혐의도 수사할 수 있는 곳 아니냐.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고 그 과정에서 주가를 띄워서 차익을 실현시키는 방법의 금융범죄도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