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남서부 도시 칼스루에의 행정법원은 톱밥으로 만든 쿠키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식물성 쿠키’라는 제빵업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곱게 빻았다고 해도 식용으로 섭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20년 동안 톱밥 쿠키를 판매해 온 한 독일 제빵업자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판매 금지 명령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무관함.
법원은 “톱밥 쿠키는 안전하지 않을 뿐더러 객관적으로 볼 때 인체에 적합하지도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판사는 톱밥이 전통적인 재료라는 제빵업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톱밥은 현재 산업용 동물 사료에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에도 사람이 톱밥을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유의미한 증거나 혹은 안전한 성분으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이 제빵업자는 법원의 이런 판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독일 전역에 우편으로 톱밥 쿠키를 판매해왔던 제빵사는 지금까지 쿠키 성분표시에 당당하게 톱밥을 표기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쿠키에 사용한 ‘미생물학적인’ 톱밥은 겨와 유사한 ‘약초 제품’이기 때문에 밀가루 대용품으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톱밥을 사용해왔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톱밥을 비롯한 다른 목재 부산물을 음식에 첨가했다는 기록은 1700년대부터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코누코피아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유럽의 제빵사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빵을 구울 때 톱밥을 사용했으며, 이는 한 방앗간 주인이 “밀가루와 톱밥을 섞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식품사학자인 브라이언 맥도널드는 당시 빵은 무게 단위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어떤 것이 밀가루이고 어떤 것이 톱밥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최근까지도 톱밥은 몇몇 식품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여러 치즈 브랜드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목재 펄프와 셀룰로오스 화합물이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런 배경 때문에 현재 독일 제빵업자는 항소를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