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부를 비롯해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 감독 채용을 담당하는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A 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맞지만 아직 감독 선발 통지는 하지 않았다. A 씨에 대한 민원성 연락이 와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A 씨가 이런 (미투 관련) 의혹이 있는지 몰랐다. 별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A 씨는 12월 30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12월 28일 저녁에 감독으로 선발됐다고 연락받았다”고 답했다.
2018년 12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시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경기에서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한 스피스스케이팅 선수들이 역주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은 2019년 1월 19일 사설 코치 A 씨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과 폭언을 당했다는 피해자 B 씨와 단독 인터뷰했다(관련기사 “돼지 같은 x, 폭언하며 강제키스” 빙상계 두 번째 미투 피해자 단독 인터뷰). 피해자 B 씨는 2016년 초부터 2017년 하반기까지 한체대에서 사설 코치인 A 씨에게 강습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추행과 폭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당시 주로 성추행은 한체대 빙상장 지하에 있는 방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B 씨는 “단둘이 있을 때 갑자기 껴안거나 강제로 입을 맞췄다. 빙상장에서 훈련할 때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으로 B 씨에게 “사랑한다” “영화를 보자”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B 씨는 A 씨가 훈련 도중 욕설을 하기도 했으며 다른 선수들을 때리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일요신문을 통해 최초로 ‘미투’를 했지만 이후 A 씨를 고소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B 씨의 미투 당시 “조사받을 게 있으면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던 A 씨는 12월 30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폭행, 폭언, 성추행 등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당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 당시에 조사관이 당사자에게 전화하니 ‘당사자가 그런 일 없으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 내사 종결된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A 씨 역시 B 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의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A 씨는 “날 지목한 사람이 누군지 예상은 했지만 익명으로 미투를 해서 누군지 특정할 순 없었다. 무고죄로 걸면 내 실명도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뒀다. 몸도 안 좋고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논란은 A 씨가 폭언·폭행·성추행 의혹이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설 코치 경력이 전부인 A 씨가 올림픽대표팀 코치 경력이 있거나 실업팀 감독 경력이 있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감독에 선발된 것을 두고 선발 과정의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됐다. 서울시청 소속 스피드스케이팅부 감독 채용 공고에서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는 다섯 명이었다. 대부분 대표팀 코치나 실업팀 감독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며 이름만 들어도 전국민이 알 만한 빙상스타 출신도 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면접을 얼마나 잘 봤는지 모르겠지만, 서류 전형에서 다섯 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리라 보이는 A 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10명으로 구성된 외부 위원들이 평가한 것이다.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면접 과정에서 경기 지도력을 가장 중점으로 봤고, 미래 지향성 또한 중요한 채점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각 감독 후보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프레젠테이션 발표 5분, 질의응답 5분 등 총 10분이었다. 10분 동안 서울시청 스피드스케이팅부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면접 전형을 거친 다섯 명의 감독 후보자 가운데 한 후보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5분 동안 발표하고 5분 동안 서너 개 질문을 받고 끝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감독의 자질을 알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당시 면접 전형은 어느 정도 형식적인 것으로 판단됐는데, 그 채점 기준을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시체육회가 낸 채용 공고를 보면, 면접 전형의 채점 기준은 신뢰성(지도자로서의 자세), 리더십, 전문성(전문기술 지도 수준 및 지도자로서의 경력사항), 선수관리, 목표지향성 등 다섯 가지다. 일요신문은 각 감독 후보자에 대한 채점표 공개를 요청했지만 서울시체육회는 이를 거부했다.
또 다른 빙상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과거 ‘성적 지상주의’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A 씨는 과거 한체대 전명규 교수 밑에서 사설 코치로 있으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어떤 선수를 가르쳤고 그 선수가 어떤 성적을 냈느냐를 보고 판단했다면 A 씨를 선발할 수도 있다”며 “감독은 선수를 다독이고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다. 욕하고 때리고 성추행한 의혹이 있는 사람을 감독으로 뽑는 게 자칫 과거 ‘빙상계 적폐’를 되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A 사설 코치는 “미친 척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주어진 프레젠테이션 5분 동안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다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론보도] 서울시 ‘미투 논란’ 인사를 빙상 감독으로 선발한 기사 관련 본지는 2020년 12월 31일자 사회면에 ‘[단독] 서울시, 미투 의혹 사설코치 스피드스케이팅 감독 선발 논란’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도에 언급된 빙상 코치(강사)는 “2019년 4월 검찰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청취할 수 없고,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일 이유로 각하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