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개각은 민심 수습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과거 정권들을 보면 개각을 통해 민심이 수습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현 정권도 집권 중반까지는 개각을 통한 민심 수습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지금 개각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려 하는 것을 보면, 뾰족한 민심 수습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다시 올리고 싶을 테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럴 때’가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임기 말에 레임덕이 닥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또 계약을 해서 2분기에 모더나 백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2000만 명분이 도입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워, 집단 면역이 언제 형성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확보와 계약은 다르다. 계약을 했더라도 어느 정도 물량이 언제 들어와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의한 공포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 상황의 악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미국과 EU(유럽연합) 그리고 캐나다, 멕시코, 칠레,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가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했다는 뉴스를 거의 매일 접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지 않다고 말해도 국민이 납득하기는 힘든 것이다.
상황적 요인은 레임덕 시기와 맞물려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을 더욱 끌어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정권을 향한 악재는 이것만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대 여권의 대결 구도 역시 국민들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고, 여권의 사법부를 향한 비난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것 역시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만하다.
요새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국민은, 윤석열 총장과 여권의 대결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국민은 막연하게나마 윤 총장이 정권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피해자에게 유독 강한 연대감을 나타낸다. 이 문제가 오래 갈수록 정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한 정경심 교수에 대한 판결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무효 정지 가처분 인용을 두고, 여권 인사들의 법원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고, 이 점 역시 국민들을 몹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러워지면, 최소한 대법원장이라도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피력하며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대법원장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지지율 관련 악재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끝없이 가격이 오를 것만 같은 부동산 문제 역시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정부는 지금이 과도기라서 그렇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질 좋은 임대 주택을 공급할 테니 안심하라고 말하지만 부동산 문제를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씨도 안 먹힐 말들이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을 계몽하려 드는 꼴이라는 말이다.
국민은 정권에 대해 더욱 불안한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다. 종합해서 보자면,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레임덕 시기에 직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 지지율이 떨어지게끔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럴수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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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