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의 성공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2020년 트롯 열풍의 주역인 ‘미스터트롯’ TOP6가 마스터로 합류했다는 데 있다.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방송 화면 캡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1강 3중’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등의 트롯 프로그램을 꾸준히 방송해온 KBS는 말 그대로 트롯의 본가다. KBS가 준비하고 ‘미스트롯1’ 제작에 관여한 김광수 포켓돌미디어 대표가 가세한 ‘트롯 전국체전’은 TV조선 ‘미스트롯2’에 맞설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16.5%(닐슨미디어 전국 기준)로 화려하게 시작한 이후 11.5%, 12.4%, 13.6%로 시청률이 답보 상태다.
오히려 오디션이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치닫고 있는 SBS ‘트롯신이 떴다’가 16.6%, MBC ‘트로트의 민족’이 15.8%까지 찍으며 ‘트롯 전국체전’을 넘어섰다. ‘트롯 전국체전’ 역시 오디션 중후반부에 이르면 시청률이 더 오르겠지만 ‘미스트롯2’의 대항마가 아닌 지상파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3파전에서 가장 우위에 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로 보인다. ‘미스트롯2’은 20% 후반대의 평균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된 코로나19
‘미스트롯2’의 성공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2020년 트롯 열풍의 주역인 ‘미스터트롯’ TOP6의 마스터 합류다. 이들은 ‘미스터트롯’이 종영한 뒤 TV조선의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에 고정 출연해 왔다. ‘사랑의 콜센타’는 꾸준히 15~20%가량의 시청률을 기록해왔고, ‘뽕숭아학당’도 10~15%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TOP6에 대한 고정 시청자 층이 15% 정도 확보돼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미스터트롯’ TOP6는 방송 출연보다 행사 무대 위주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훨씬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가인 등 ‘미스트롯1’ 출연자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런 부분은 임영웅 영탁 등 TOP6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악재만은 아니었다. 방송 활동에 매진하면서 이들의 인기와 유명세가 꾸준히 이어진 것이다. 행사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 경우 당장의 수익성은 올라가지만 서서히 대중에게 잊히는 단점이 있어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TOP6는 방송 활동에만 매진해야 해 당장의 수익은 다소 떨어졌지만 보다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게다가 CF 등으로 어느 정도 수익도 보존이 됐다. TV조선 역시 이들의 꾸준한 인기와 유명세를 발판으로 ‘미스트롯2’의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는 효과를 누렸다.
가요계의 고전적인 기준으로 볼 때 2020년 가장 돋보인 트롯 가수는 김호중이다. 9월에 발매한 김호중 정규앨범 ‘우리家’의 초동 판매량이 105만 장으로 김호중은 2020년 유일한 밀리언셀러 남성 솔로 가수다. 사진=김호중 앨범 ‘우리家’ 표지
#김호중 앨범 판매량의 의미
문제는 2021년이다. ‘미스트롯2’를 통해 배출되는 신예 스타들은 물론이고 지상파 3사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신예 스타들까지 가세해 2021년에도 트롯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신예 트롯 스타들이 오디션 등 방송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진정한 가수가 되려면 오디션에서 부른 선배 가수들의 명곡이 아닌 자신의 노래로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영웅과 영탁 등 TOP6들은 신곡을 발표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이런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임영웅이 1월 발표한 신곡 ‘히어로(HERO)’는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고, 뮤직비디오 역시 3일 만에 조회 수 200만 뷰를 기록했다. 임영웅은 한국소비자포럼 주관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인물-문화 부문에서 2021년을 이끌어 갈 트로트 가수 브랜드로 선정됐고,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가수 브랜드평판 2020년 12월 빅데이터 분석결과에서도 BT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가요계의 고전적인 기준으로 볼 때 2020년 가장 돋보인 트롯 가수는 김호중이다. TOP7의 일원이었지만 군 입대로 활동을 중단한 김호중은 가장 독보적인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최근 김호중의 소속사는 그가 입대 전 준비한 클래식 미니앨범 ‘THE CLASSIC ALBUM’이 발매와 동시에 각종 온라인 실시간 음원차트를 석권했으며 초동 판매량이 무려 51만 장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9월에 발매한 김호중 정규앨범 ‘우리家’ 역시 초동 판매량이 무려 105만 장으로 김호중은 2020년 유일한 밀리언셀러 남성 솔로 가수가 됐다.
김호중의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좋은 음반을 내놓아 음원차트는 물론 음반판매량에서도 출중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신예 트롯 가수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과제다. 아이돌 그룹을 위주로 한 대형 가요기획사는 경쟁력 있는 작곡가와 작사가, 프로듀서 등을 영입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반과 음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는 세계적인 K팝 열풍으로 이어졌다. 트롯 기획사들 역시 2021년에는 이런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돼 다시 행사 무대가 열렸다고 당장의 수익을 위해 행사 무대에만 매진한다면 트롯은 다시 과거의 암흑기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