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 변호사가 3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박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건 당사자들, 피해자, 유가족이 박 후보자의 사과를 의미 있게 보고 박 후보자가 억울해하는 부분을 이해한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며 이처럼 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오심 피해자들을 국회 집무실로 초대해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박 변호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삼례 청년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오판한 판사 중 한 명은 박범계 후보자다. 그는 1심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다”면서 “재심과정에서 박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주심 아닌 배석판사여서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과 1999년 당시 합의부 재판 환경 등을 감안하더라도, 불쌍한 청년들에 대한 황당한 오판에 이름을 올린 판사였다는 사실이 가볍지 않기 때문에 공인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박 후보자는 2017년 2월 14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청년들과 피해자를 국회에서 만나 정식으로 사과했다. 판검사 출신 인사가 과거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피해 입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박 후보자의 사과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청문회 리스크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거론되고 있고, 오판을 한 것과 관련하여 판단력이 문제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건 당사자들과 그 가족, 피해자, 유가족은 여전히 박 후보자가 의미 있는 사과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도 인정한 바와 같은 ‘합의부 재판이 판사 세 명의 실질적인 토론 없이 결론 내려지고, 주심 아닌 배석판사는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재판장이 권위적일 때는 주심 판사도 다른 생각을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까지 더해져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박 후보자는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록도 보지 못했다며 억울해 했다. 이해한다. 그런데 실질적인 토론 없이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는 합의체가 꽤 있다. 장관이 된다면, 이런 문제를 꼭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 사진=최준필 기자
또한 “20년이 지난 사건인데도 진범을 풀어준 검사의 과오를 지금의 검찰 문제로 연결시켜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20년 전 검찰과 지금의 검찰이 같다고 할 수 없고, 특정 사건을 일반화하여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묵묵히 일을 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억울한 일”이라고도 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할머니를 숨지게 한 강도치사 혐의로 최대열 씨 등 3명이 유죄가 인정돼 처벌받았으나 17년 뒤인 지난해 진범이 나타나 유가족과 최 씨 등에게 사과를 한 사건이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심을 열어 최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최 씨 등은 재판 때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호소했으나 당시 검찰과 법원이 이 말에 귀기울이지 않은 것이 확인되며 검경과 판사에게 책임론이 일었다. 당시 박범계 의원이 배석판사를 맡았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