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2020년 국회를 총평해보자면.
“친문 운동권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 한 해였다고 본다. 2020년 초 패스트트랙 정국 연장선상에서 출발해 4월 총선을 거쳐 연말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으로 끝났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을 자꾸 해서 에너지를 소모했다. 단적인 사례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선거 결과는 과거와 똑같다. 이제 문제는 4년 뒤다. 더불어민주당도 고민이 될 거다. 만약 선거법을 또 바꾸면 ‘할 필요가 없었던 일을 왜 한거냐’고 이슈화될 것이기 때문. 문재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인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조금만 있으면 공수처 왜 했나 싶을 것이다. 국민들 눈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준이다. 여권 권력 수사를 윤 총장보다 잘하면 정부여당은 또 공수처장 쫓아내려 할 거다. 반대로 수사를 안 하면, 공수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4월 보궐선거가 열리는 부산지역 민심은 어떤가.
“부산 민심은 현 정권의 문제점에 이미 등을 돌렸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반사이익만 얻으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내부적으로 혁신하면, 부산시민들이 우리 당에 기회를 줄 거라고 본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두고 PK(부산·경남) 의원들과 TK(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당내 문제라기보다는 TK-PK 지역간 갈등이다.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20년 이상 계속됐던 반대다. 민주당에 대구 지역구 의원이 있었으면 반대해 당내 갈등이 보일 텐데, 국민의힘 의원들만 있어 착시현상일 뿐이다. 우리가 경북 국민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다.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보궐선거 쟁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이걸 이용할수록 민주당이 오히려 신공항 추진에 생각이 없느냐 의심을 받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100% 시민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 선언했고, 금태섭 전 의원도 무소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선출은 이제 당내 경선이 아니게 됐다. 국민의힘에서 포용해야 한다. 야권 통합 후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후보들에게도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 경선에서 국민의힘 당원을 빼는 게 맞다고 본다.”
―이미 확정한 경선룰을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외부인사를 위해서 고치는 게 맞느냐는 내부 반발도 있다.
“배부른 소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기는 게 다음 대선에 결정적 고비다. 야권이 분열돼 나오면 필패다. 당내에서 그런 목소리가 있을 수 있는데 극소수일 거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당내 후보를 내지 못하면 제1야당 무용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야권 단일화를 못 이뤄내면, 서울시장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무용론은 더 커질 거다. 국민의힘은 현재 중심으로 올라서느냐, 주변부로 몰락하느냐 판가름하는 순간에 있다. 중심부로 올라서려면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 통합의 대주주로 지분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의 문을 더 열고 포용해야 한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혁신했기 때문에 외부의 안철수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겠느냐. 예전처럼 광화문 집회 나가고 지지율이 안 나왔으면 그들이 우리를 배제했을 것이다. 대선까지는 이와 같은 시험대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대선에서는 윤석열 총장이라는 존재가 당 밖에 있다.”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했지만 결국 분당으로 끝났다.
“이번에 통합 경선을 하게 되면 서로 반드시 결과에 승복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 룰을 또 불복하게 되면 안철수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본다. 하지만 단일화가 깨지면 서로 치명적 손해를 입을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야권 재편 논의는 2022년 대선까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상하고 있는 방식이 있다면.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단일화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는 통합·합당해서 하나의 당으로 나설 거라고 전망한다. 국민들의 합당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전에 전제가 되는 건 국민의힘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혁신의 방향은 간단하다. 중원 확장이다.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혁신이 실패하면 다 실패한다.”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보궐선거는 현재까지 보면 서울 부산 다 이길 가능성이 꽤 높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혁신과 통합’ 김종인 노선이 이긴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본인이 더 이상은 안한다고 할 것 같다.”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대선주자로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 평론가들의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본인 입에서 나온 건 아니다. 안 될 거라고 본다. 최근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포함했는데, 1%대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정계 입문 여부도 정치권 관심사다.
“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정치에 뛰어들지 않겠느냐.”
―문재인 정부, 여당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최순실 청문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위 적폐청산 과정을 거치면서 이것으로 적폐청산은 끝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운동권 세력이 신 적폐, 신 기득권 세력이 됐다. 무능한데 욕심만 잔뜩 많아졌다. 이들은 진정한 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다. 자신들을 선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절차와 법을 무시하는 독재를 하고 있다. 또한 엄연한 범죄를 은폐하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원전 수사, 라임·옵티머스 신 정경유착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수사를 방해하는 게 윤석열 총장과 갈등의 본질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새로운 적폐 세력에 대한 청산 2단계가 불가피하다. 최근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이 신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심판의 시작점이라고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박범계 의원이 내정됐다.
“같이 정치를 해온 분이기 때문에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박범계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친문이나 열성 지지층과 선을 긋지 않으면 ‘남자 추미애’를 극복하지 못할 거다. 국민을 대변하는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좁은 계파 정치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럼 훌륭한 장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향후 계획은.
“나도 이제 2021년이면 정치 10년째다. 이제는 쓴소리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 무너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목소리만 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움직여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보궐선거 지나고 결정할까 싶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