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완전체 활동이 없었던 걸그룹 구구단이 12월 31일 끝내 해체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30일 구구단의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데뷔 후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구구단이 오는 12월 31일을 끝으로 공식적인 그룹 활동을 종료한다”며 “비록 그룹 활동은 마무리되지만 당사는 멤버들의 음악, 연기 등 다양한 개인 활동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룹이 2016년 6월에 데뷔했으니 햇수로 따지면 5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해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완전체’로써의 활동만 놓고 따진다면 이들은 고작 2년 반 정도 활동했을 뿐이다. 마지막 완전체로 활동한 시점은 2018년 11월이었고 그 이후로는 유닛이나 연기 등 개인활동으로 ‘생존 신고’를 해 왔다.
팬들의 불만이 터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다. 소속사가 제대로 된 케어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 앞서 음악전문채널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I.O.I(아이오아이)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정, 미나와 최종화에서 탈락했어도 대중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나영까지 포함한 그룹이었던 만큼 초기 활동 시기에 제대로 된 지원이 있었다면 ‘프로듀스’의 인기와 팬심을 그대로 그룹 인기로까지 견인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완전체 활동이 부진해지면서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세정의 경우는 2017년 KBS2 드라마 ‘학교2017’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으면서 같은 방송사의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 이은 OCN ‘경이로운 소문’에 이르기까지 연기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나 역시 2017년부터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특히 지난 2019년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로 대중들에게 배우로서의 강미나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완전체 활동이 전무한 상황에서 아이돌인 본업보다 연기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룹 해체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상황에서 멤버 중 유일한 중국인 멤버였던 샐리(류셰닝)가 지난 6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속사정이 공개되며 구구단 해체설에 신뢰도를 보탰다. 당시 샐리는 “2019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소속사(젤리피쉬)가 저희한테 집에 가라고 했다. 언제 다시 돌아오면 되냐고 물었지만 소속사는 ‘너희를 다시 부를 일은 없을 거다.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가 이슈가 됐음에도 젤리피쉬 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6개월 만인 12월이 돼서야 결국 해체 소식을 밝힌 것.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한다면 구구단으로서는 해체되지만 멤버들의 전속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멤버들의 앞으로의 활동도 소속사 변경 없이 그대로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구단의 아쉬운 해체를 두고 소속사의 불평등한 지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인기 멤버에만 편중된 ‘개인 팬덤’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로듀스101에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멤버들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구구단은 프로듀스 시리즈 파생 걸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기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활동 성적을 거두면서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데뷔한 걸그룹 프리스틴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일부 팬들은 구구단의 해체를 두고 “먼저 인지도를 쌓은 멤버들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지원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세정, 미나처럼 이미 팬덤을 보유한 채로 구구단에서 데뷔한 멤버들 외에는 균등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일부 인기 멤버의 ‘벽’을 넘지 못한 그룹 활동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해체 수순을 밟은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앞서 샐리 역시 활동 당시 세정, 미나와의 격차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데뷔 전 인기가 데뷔 후 활동으로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것은 길게 봐야 1년 반에서 2년”이라며 “그 기간 전후로 소속사는 한 두 명의 유명세에 매달리지 않고 팬덤과 대중 호응도를 전체적으로 살펴서 그룹 차원의 적절한 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팬들이 서운해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소속사만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보다는 “팬들 간의 화합 문제”를 함께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한 아이돌도 물 밑 개인 팬덤 갈등으로 활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며 “하물며 이미 다른 그룹으로 데뷔해서 제대로 된 개인 팬덤을 갖춘 멤버가 새로 그룹 활동을 하게 된다면 팬덤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개인 팬덤은 그룹을 ‘우리 멤버 발목 잡는다’고 생각해 그룹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