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널리 퍼지게 된 건 삼순이가 죽고 이틀 뒤인 12월 3일 견주 A 씨가 인스타그램에 삼순이 수술 뒤 CCTV 화면을 올리면서다. A 씨는 “광주 소재의 동물병원 이용하실 분들 선택의 도움을 위해 글을 쓴다”며 글을 올렸다. A 씨가 공개한 영상에서 삼순이는 유치 발치 수술을 마친 뒤 마취된 상태였다. 그때 동물병원 의료진이 탈취제, 디퓨저용 액체 등을 강아지 몸에 뿌리거나 솜에 묻혀 발랐다. 아파하는 개와 탈취제를 뿌리며 웃는 의료진의 모습이 대비돼 많은 사람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광주광역시 소재 B 동물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탈취제 등을 뿌리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사진=견주 A 씨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옥주현 씨도 12월 9일 소셜미디어에 “정말 최악이야 이 화면 속 악마들, 많은 사람들의 슬픔·분노·저주의 기운으로 휘감긴 삶을 살아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 청원이 진행 중이며 12월 31일 현재 약 15만 5000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12월 19일 B 동물병원 측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견주 A 씨를 고소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고소장을 받고 관련 사실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B 동물병원 측은 견주가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소셜미디어에 게시글을 작성했으며 게시글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 것처럼 포장했고 소셜미디어 등으로 수백, 수천 건이 유포되도록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견주가 수천만 원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등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12월 24일 견주 A 씨도 B 동물병원 C 원장과 CCTV에 등장한 수의테크니션 3명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사건의 진실은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고소장에는 “수의테크니션이 들어오더니 삼순이 수술한 입안에 화장실용 탈취제(페브리즈)를 분사하고 자기들끼리 웃고 있다”며 “디퓨저를 꺼낸 후 화장솜에 적셔 삼순이 몸과 얼굴 구석구석 바르며 즐거워하면서 서로 냄새도 맡고 있다”고 기재됐다.
B 동물병원 C 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 백 번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악마가 아니다”라며 “과실과 잘못은 인정하지만 동물병원이 사이코패스 집단이라는 걸 다 인정하라고 하면 그건 할 수 없다. 무엇이 사실이라고 우리가 말한다 해서 세상이 들어줄 것 같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가 잘못한 게 무엇이고 견주 A 씨가 잘못한 게 뭔지 법적으로 가려서 그 수사나 재판 결과로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현재 B 동물병원 측은 A 씨가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렸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B 동물병원은 12월 19일 입장문을 내고 “A 씨와 A 씨 형님이 찾아왔고, 형님은 ‘삼순이는 600만 원에 분양 받았고 여기에 두 달 동안 일을 못하게 됐으니 2000만 원까지 해서 26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응하지 않자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다. 반면 A 씨는 “2600만 원은 같이 간 형님이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방적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만약 합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갈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B 동물병원은 ‘영상을 일부 편집해서 자극적으로 만들었고 쓴 글의 묘사가 지나치게 악마적이다’라고 주장한다. C 원장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수없이 많은 고객이 항의 방문해서 모두 CCTV를 보여드렸다. 하지만 그걸 보고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전체 CCTV 영상을 보면 잘못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악마화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삼순이 사인도 탈취제 때문이 아니다. A 씨가 쓴 글에는 허위사실도 있고 묘사도 지나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A 씨 측은 “글은 녹취록에 기반해서 작성했고, CCTV 영상도 고소를 진행하면서 수사기관에 원본 영상 전체를 넘겼다. 수사기관이 판단하리라 본다”고 반박했다.
A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삼순이. 사진=A 씨 인스타그램 캡처
A 씨가 쓴 글이 허위사실이라며 양측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은 여러 곳이다. 특히 A 씨가 쓴 글에 ‘삼순이 수술 전 병원 측이 위험한 수술이라고 고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대립 지점이다. B 동물병원 측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임을 설명했고, 보호자들 역시 ‘관련 설명을 모두 들었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즉 수술 전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건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이다.
A 씨는 C 원장과의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12월 6일 A 씨는 C 원장과의 통화에서 “수술 전에도 ‘선생님한테 이렇게 기침하고 있는데 수술해도 지장이 없느냐’고 물어봤고 선생님이 ‘다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간단한 수술 아니다. 잘못될 수 있다’고 한마디도 안 해줬지 않느냐.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수술 안 시켰다”고 따졌다. 이에 C 원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지 못한 점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만큼 수사기관의 객관적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는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규정’ 한다면서 B 동물병원에 동물학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201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신체적 고통’을 입히는 행위도 처벌하기 때문이다.
‘탈취제 동물병원’ 논란은 청와대 청원에도 올라 12월 31일 현재 약 15만 5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박재천 변호사는 “201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과거에는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게 입증돼야 처벌 받았지만 개정 이후에는 ‘신체적 고통’을 입히는 행위도 동물학대에 해당돼 처벌 받는다. 동물학대 가해자에게 적용되던 처벌 기준도 기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최대 징역 2년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두 배 강력해졌다”고 설명했다.
A 씨도 고소장에 “B 동물병원의 행위는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에 대한 ‘신체적 고통’ 가해행위에 해당한다. 통상 치료실에서 먹고, 마시고, 웃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서 “동물이 인간보다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2월 10일 광주광역시 남구청은 동물학대 논란을 낳은 B 동물병원을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7일 남구청 공무원들은 해당 동물병원을 방문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의료진이 강아지에게 화장실용 탈취제를 네 차례 뿌린 정황을 파악했다고 알려졌다. 남구청은 탈취제에 ‘사람이나 동물에게 직접 분사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근거로 동물학대로 보고 병원을 고발조치했다. 남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과실이 인정될 경우 해당 동물병원에 60만 원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