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녀 논란이 일고 있는 2010 미스홍콩 토비 챈(왼쪽)이 전임 미스홍콩에게 미스 자리를 건네받고 있다. 뉴시스 |
2010 미스 홍콩 선발대회 결과를 놓고 홍콩의 누리꾼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이유는 하나. 수상자들의 외모가 ‘너무 못생겼다’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미인대회 수상자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본선에 올라온 미녀들은 모두 15명. 이 가운데 우승은 토비 챈(22)이, 그리고 2위와 3위는 각각 새미 청(22)과 리사 청(23)이 차지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수상자는 우승자인 토비 챈과 3위인 리사 청이다. 특히 토비 챈의 고르지 못한 치아와 비뚤어진 입모양을 보면서 야유를 보내고 있는 누리꾼들은 “누군가 뒤를 봐준 게 틀림없다”면서 수상 결과가 조작됐다며 의심하고 있다. 사실 미스 홍콩의 외모와 관련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예는 더러 있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미스 홍콩을 둘러싼 추녀 논란을 살펴봤다.
지난 8월 1일 홍콩의 TVB 방송국이 주관하는 제37회 미스 홍콩 선발대회가 ‘홍콩 콜로세움’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회의 클라이맥스인 1, 2, 3위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되자 관중석에는 ‘와~’하는 환호 대신 ‘우~’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리고 대회 내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월등한 미모를 자랑했던 몇몇 후보들을 제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후보들이 호명된 데 대한 항의 섞인 표현이었다. 논란의 주인공들은 우승자인 토비 챈과 3위인 리사 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회가 끝나자마자 홍콩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설전이 벌어졌다. 수상 결과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누리꾼들은 “미스 홍콩이라고 하기엔 너무 못생긴 것 아니냐” “추녀 선발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토비 챈이 이를 드러내면서 웃는 모습이 형편없다고 말하는 누리꾼들은 “잇몸이 보이는 데다 치아도 고르지 않아서 보기 흉하다. 입도 약간 비뚤어진 것 같다”며 어이없어 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토비 챈이 TVB 방송국의 중견 탤런트인 위모 리엔을 닮았다며 놀리기까지 했다. 억척스런 아줌마풍인 위모 리엔은 커다란 입에 사각턱으로 예쁜 얼굴은 아닌 것이 사실.
또한 그녀를 ‘폭찹(porkchop)’이라고 비하하고 있는 누리꾼들은 ‘홍콩 폭찹 토비 챈’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까지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돼지갈비를 뜻하는 ‘폭찹’은 광둥어로는 ‘추녀’ 혹은 ‘못생긴 여자’라는 의미의 은어다.
▲ 평상복 차림의 토비 챈(왼쪽)과 3위 수상자 리사 청. |
이를테면 둘은 대회 전부터 이미 가까운 사이였고, 웅이 미리 손을 써놓았기 때문에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우승자는 토비 챈으로 내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을 의식해서인지 대회 다음날 홍 타이 그룹에 수상을 하러 간 토비 챈은 일부러 웅을 피하는 듯했다. 웅 역시 가능한 한 토비 챈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단체 사진을 찍을 때에도 일부러 멀리 떨어져서 자리를 잡는 등 구설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웅과의 열애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토비 챈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항변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따로 있다고 말하면서 “내 남친은 지금 중국 본토에 있다. 염문설을 듣고는 웃으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믿는다”라며 쓸데없는 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웅 역시 토비 챈과의 열애설에 대해 부정하면서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혹시 토비 챈이 애인이 있다는 소식에 실망했냐는 질문에도 “아마 많은 남자분들이 실망했을 테지만 나는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이 뒤를 봐준 덕분에 토비 챈이 우승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그는 “그녀는 1위를 할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토비 챈도 ‘스폰서 괴담’에 대해서 불쾌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녀는 “터무니없는 소리다. 홍 타이 그룹 외에도 대회 후원사들은 많다. 결과는 여러 명의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결과가 조작됐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심사위원들은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외모 논란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맞서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절대로 이런 비난을 듣고 뒤에서 숨어서 울거나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오히려 이런 악평을 발판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좋은 말도 있고, 또 나쁜 말도 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폭찹’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그녀는 “그런 말들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새끼 돼지들은 귀엽지 않은가. 나쁜 뜻으로 해석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행복해질 수 있다”면서 애써 태연해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사람들은 일부러 더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사실 그들이 본 내 대회 사진들은 일부일 뿐이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아마도 사진이 찍힌 각도에 따라서 달라 보일 수 있다. 더 예쁘게 나온 사진들도 많았다”고 해명했다.
웃는 모습이 흉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토비 챈은 “웃을 때 잇몸이 보이는 건 나도 안다”면서 당당하게 이야기했는가 하면, 위모 리엔과 닮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솔직히 보는 각도에 따라서 입부분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별로 문제될 건 없다. 기분이 나쁘진 않다. 오히려 가족들도 재미있어 한다”며 웃어 넘겼다.
리사 청 역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가능한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상류층 집안 출신인 데다 슈퍼모델 쌍둥이 언니인 재클린 청의 입김 덕분에 왕관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리사 청은 “그렇지 않다. 수상 결과는 내 배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3위에 호명됐을 때 관중석에서 야유가 흘러나온 것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녀는 “괜찮다. 사람들은 저마다 취향이 다 다른 법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가리켜 “이번 대회 참가자들 중 가장 못생겼다. 사실 꼴찌가 어울렸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아 하면서 “사람들이 제발 한 번이라도 우리를 직접 보길 바란다. 실제로 보면 우리가 결코 폭찹은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마도 되레 예쁘다고 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폭찹인 것 같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대회 때도 폭찹 논란은 이따끔 있어 왔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cnngo.com’은 ‘추녀 선발대회-누가 가장 못생긴 미스 홍콩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홍콩 누리꾼들의 격렬한 반응에 대해 보도했다. 즉 홍콩 사람들은 이번 대회에 스폰서가 연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보다는 오히려 수상자들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 있으며, 만일 이들의 외모가 웬만한 수준만 됐어도 이들의 배경이나 스폰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미스 홍콩의 ‘폭찹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어 왔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전혀 엉뚱한 후보가 수상을 할 때마다 이런 논란은 어김없이 불거졌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2007년 미스 홍콩인 장가아가 있다. 당시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들 사이에서는 심한 야유가 터져 나왔고, 누리꾼들은 “지난 20년 이래 최악의 미스 홍콩”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어떤 누리꾼은 “나라 망신”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당시 포털사이트 ‘넷이즈(Netease)’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9%의 응답자가 ‘최악의 미스 홍콩’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대회의 진행을 맡았던 에릭 창 역시 심사 결과에 대해서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장가아 양이 심사위원들과 직접 만났을 때 좋은 인상을 남겼나 보다”라며 사실 자신은 다른 후보를 점찍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비난에 대해 장가아는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다른 법이다.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후보들을 바라보는 생각들도 아마 다 다를 것이다. 1위는 심사위원이 결정한다. 심사위원이 나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993년 미스 홍콩인 막가흔도 만만치 않은 비난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막가흔의 수상은 미스 홍콩 대회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으며, 아직도 많은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상자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당시 우승 후보로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곽극영을 제치고 그녀가 우승한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심사위원들은 “막가흔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적인 미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해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미인대회 수상은 연예계 진출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수상자의 80~90%가 배우나 탤런트, 혹은 가수나 방송 MC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는 1983년 미스 홍콩 2위였던 장만옥이 있다.
또한 미스 홍콩 출신 가운데에는 내로라하는 갑부들이나 유명인사와 결혼을 해서 화제를 뿌리는 경우도 많다. 가령 1975년 미스 홍콩인 장마리는 이소룡의 친형인 이중천 박사와 결혼했으며, 1977년 미스 홍콩인 주링링은 홍콩의 갑부 훠전팅 올림픽위원장과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서 주목을 받았다.
1984년 미스 홍콩인 고려홍은 현재 홍금보의 아내며, 1991년 미스 홍콩인 곽애영은 홍콩의 국민배우 유청운과 결혼했다. 또한 1998년 미스 홍콩 향해람은 지난 2000년 성룡과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향해람(왼쪽)과 막가흔 |
“지난 12년간 미스 홍콩 수상자들 가운데 한 명은 트랜스젠더다.”
지난 5월 홍콩의 유명 방송 제작자인 샤오루위안이 인터넷 라디오방송국에 출연해서 터뜨린 폭탄 발언이다. 아름다운 미녀로만 알고 있었던 미스 홍콩이 사실은 성전환자였다니 실로 놀랄 일.
샤오루위안은 이어서 “한때 그녀는 연예계에서 유명했지만 지금은 활동을 중단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면서 힌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 곧 파파라치들의 추적이 시작됐다. 파파라치들과 누리꾼들은 미스 홍콩들 가운데 가능한 후보자들을 추려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두 명의 미스 홍콩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1998년 미스 홍콩인 향해람과 1993년 미스 홍콩인 막가흔이 바로 그들이다.
향해람은 10년 동안 활발히 연예계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0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현재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상태. 또한 미스 홍콩 출신들이 주축이 된 자선단체의 회장직도 겸하면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당시 그녀는 연예계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사생활이 없어서,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밝혔었다. 또한 연분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로 지목된 데 대해 황당해하고 있는 그녀는 “말도 안 된다. TVB는 대형 방송국이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심사 기준도 매우 엄격해지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뽑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시 심사위원들이 눈치를 채지 못했을 리 없다면서 “빅뉴스가 없으니 만들어낸 소문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성형수술에 대해 말들이 많더니 이제는 성전환 수술이다. 이제 그만들 했으면 한다”고 불쾌해했다.
막가흔 역시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자신은 트랜스젠더가 미스 홍콩이 되는 것에 대해 별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설사 소문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들도 분명히 여자이고, 매우 용감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샤오루위안의 폭탄 발언 이후 아직도 ‘트랜스젠더 미스 홍콩’에 대한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