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마 다승 2위를 기록한 김용근 기수는 뚝섬배, 부산일보배, 동아일보배 등 대상 경주에서 세 차례나 우승하며 큰 경주에 강한 승부사임을 입증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기수
다승 1위는 문세영 기수가 차지했다. 2019년에 120승으로 1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49승으로 2년 연속 다승왕을 기록했다. 2위는 김용근으로 문세영에게 4승 뒤진 45승을 거뒀다. 두 기수는 2019년에도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38승을 올린 안토니오, 4위는 35승의 송재철, 5위는 30승의 이혁 기수가 차지했다.
문세영 기수는 다승은 물론 승률(23.0%)과 복승률(40.8%)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결과와 내용 모두 최고였다. 2위를 차지한 김용근의 승률 14.6%와 복승률 25.2%를 비교해보면 문세영의 얼마나 뛰어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대상 경주 우승이 없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코리안더비를 비롯해 네 번이나 대상 경주를 석권했으나 지난해에는 대상 경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승 2위를 기록한 김용근은 뚝섬배와 부산일보배, 동아일보배 등 대상 경주에서만 세 차례 우승하며 큰 경주에 강한 승부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이아로드(송문길 조교사)에 기승해 2월에 펼쳐진 동아일보배와 8월 뚝섬배를 석권했고, 도끼블레이드(박대흥 조교사)로 6월에 있었던 부산일보배를 거머쥐었다. 2년 연속 다승 2위에 그친 한을 대상 경주로 풀어냈다.
4위에 오른 송재철 기수는 2019년 16위에서 무려 열두 계단 상승하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아마도 원동력은 출전 횟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승률(10.1%)이나 복승률(19.3%)에서는 특별한 게 없다. 다만 출전 횟수가 349회(1위)로 워낙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문세영(213회)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 횟수인지 금방 알 수 있다.
5위를 기록한 이혁 기수도 2019년보다 네 계단 오른 좋은 결과를 보였는데, 역시 출전 횟수가 314회(2위)였던 것이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한마디로 송재철과 이혁의 선전은 철저한 몸 관리와 부단한 노력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머지 기수 중에서는 이준철이 가장 눈에 띈다. 24승을 거두며 다승 10위를 기록했는데, 2019년 23위에서 무려 13계단이나 뛰어오른 놀라운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승률(22.6%)과 복승률(35.8%)에서 문세영 다음으로 좋은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출전 횟수가 106회로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다승에서는 10위에 그쳤지만, 내용 면에서는 문세영 다음으로 좋았다. 아마도 소속조 김대근 조교사가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부산에서는 또다시 유현명 기수가 다승왕에 올랐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부산의 문세영’임을 각인시켰다. 총 54승을 거뒀으며, 2위를 기록한 서승운(47승)보다 7승이나 많은 넉넉한 1위였다. 승률(19.8%)과 복승률(36.3%)에서도 각각 2위를 기록하며 내용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서울 다승왕 문세영과 마찬가지로 대상 경주 우승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물론 경마가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해 대상 경주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유현명이라는 명성에는 분명 못 미치는 결과다.
2위를 기록한 서승운 기수는 나름 후회 없는 한 해였다. 2019년 4위에서 두 계단이나 상승했고, 3세마 최강자를 뽑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총상금 6억 원)에서 터치스타맨(김영관)으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유현명과 서승운 기수의 선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두 기수 모두 김영관 조교사의 신임을 받으며 능력 우수마에 많이 기승한다. 또한 기승 횟수 면에서도 최상위권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머지 기수 중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기수는 신인 모준호다. 지난해 7월 15일 데뷔한 초짜임에도 11승이나 올리며 다승 부문 14위를 기록했다. 동료 신인 김태현이 6승, 박종호가 1승에 그쳤다는 점에서 분명 뛰어난 성적이다. 기승술도 매우 좋다. 필자가 모준호 기수의 모든 경주를 본 결과 신인치고는 자세가 매우 안정되었고 스타트나 코너워크, 자리 잡기도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렛츠런파크 서울 소속 문세영 기수(왼쪽)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유현명 기수.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조교사
조교사 부문에서는 박재우가 대망의 1위에 올랐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박대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속 2위에 그쳤으나 데뷔 10년 만에 드디어 다승왕에 오른 것이다. 물론 경마가 파행적으로 시행된 면이 작용했지만 조건은 누구에게나 같은 것이기에 분명 의미 있는 결과다. 개인적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박재우 조교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총 38승을 거뒀으며 2위와는 무려 6승 차이로 압도적인 1위다. 대상 경주에서도 두 차례나 우승했다. 부산광역시장배에서 티즈플랜으로, 루나스테이크에서 화이트퀸으로 우승하며 내용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2위는 32승을 기록한 송문길 조교사가 차지했다. 2019년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하며 여전히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승률(15.9%)과 복승률(28.9%)에서도 2위를 기록, 내용 면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또한 암말 대상 경주였던 뚝섬배와 동아일보배에서 다이아로드가 연이어 석권하며 암말 대상 경주에 특히 강함을 입증했다. 2019년에도 실버울프가 암말 대상 경주 5관왕을 달성, 그해 최우수 조교사에 선정된 바 있다.
3위는 4년 연속 1위를 지켜오던 박대흥 조교사다. 31승을 거두며 3위로 밀려났다. 가장 큰 원인은 승률과 복승률이 2019년보다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 승률 21.2%에서 2020년에는 14.4%로, 복승률은 37.9%에서 26.4%로 급락했다. 그러나 워낙 뛰어난 자원이 많고, 최고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마방이란 점에서 올해는 다승왕을 되찾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4위는 2019년 8위에서 네 계단 상승한 서인석 조교사가 차지했다. 승수는 31승으로 박대흥과 같았으나 2위에서 밀려 4위가 됐다. 특이점은 출전 횟수가 312회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5위를 기록한 정호익 조교사(223회)보다 승률에서 크게 뒤졌지만 출전 횟수가 큰 힘이 됐다.
나머지 조교사 중에서는 김대근이 눈에 띈다. 기수 부문의 이준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만년 중위권에 머물며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던 김대근 조교사가 지난해에는 25승을 거두며 다승 7위에 올랐다. 2019년 27위에서 무려 20계단이나 뛰어오른 엄청난 발전이다. 흥바라기, 블루마카롱, 블루키톤이 3승씩 거두며 효자 역할을 했고, 이 마필들이 아직도 성장세에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부산에서는 이번에도 김영관이었다. 총 51승을 거뒀는데, 2위를 기록한 양귀선 조교사(32승)와 무려 19승 차이로 다승왕에 올랐다. 승률(20.3%)과 복승률(33.1%)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대상 경주에서도 두 차례나 우승했다. 삼관마 첫 번째 관문인 KRA컵 마일과 세 번째 관문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에서 터치스타맨이 우승하며 최고의 국내산 3세마를 탄생시켰다.
2019년 10위였던 양귀선 조교사가 32승으로 깜짝 2위에 올랐다. 3위는 28승을 기록한 민장기, 4위와 5위는 27승씩 올린 울즐리와 방동석 조교사가 기록했다. 2019년 2위였던 토마스 조교사는 8위로, 3위였던 백광열 조교사는 6위로 내려앉았으나, 불과 1, 2승 차이라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확실한 결론은 ‘부산은 2020년에도 김영관’이었다는 점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