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데뷔 이래 줄곧 전북에서만 활약하고 있는 최철순은 팀내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런 면에서 전북 현대 측면 수비수 최철순은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06시즌 데뷔 이후 군 복무 시절(상무)을 제외하면 전북에서만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최철순 입단 이후 전북 구단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6년 입단과 동시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북의 리그 우승 8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에 모두 최철순이 함께했다. 공교롭게도 최철순이 상무에 소속됐던 2012시즌과 2013시즌에는 전북이 K리그 우승을 놓쳤다. 최철순 입단 이전까지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전북은 현재 K리그 역사에 손꼽히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최철순은 K리그 명문 전북에서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다.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당연지사. 전북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 중 한 명인 최철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며 연장된 시즌을 치른 최철순은 자가격리를 거친 이후 가족과 함께 휴가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평소엔 여행도 다녔을 텐데 이번 휴가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물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데뷔 이후 14시즌간 변함없는 활약을 보인 최철순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휴가 기간임에도 클럽하우스를 찾아 운동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는 “이전부터 해오던 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북의 자랑거리인 클럽하우스가 있어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 가면 과거보다 휴가기간에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2021시즌에도 전북은 강한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휴가 기간에도 운동을 쉬지 않은 최철순은 “여전히 축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에겐 별다른 취미도 없다. “어릴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그마저도 거의 안한다. 최근 골프를 배웠는데 축구를 하듯 공 찾으러 뛰어다니는 수준이다(웃음). 아직 내 관심사는 축구이기에 다른 분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최철순은 사석에서 만나도 축구 이야기밖에 안한다”고 말할 정도다.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휴가 기간이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1남 1녀 중 첫째 재희 군은 2021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최철순은 “입학 전에 좀 뜻 깊게 보내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앞서 재희 군은 이동국 막내아들 시안 군과 함께 TV 예능에 출연해 축구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최철순은 아들에 대해 “나는 별로 시키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아빠를 따라 축구 선수를 하고 싶어 한다.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달리는 것은 잘한다(웃음)”며 “축구를 하게 된다면 나 같은 선수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과는 상반된 스타일의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최철순은 ‘최투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 투지 넘치는 플레이의 대명사로 불린다. 측면 수비 위치에서 날카로운 공격보다는 헌신적인 움직임과 단단한 수비가 장점으로 꼽힌다. 스스로 “내가 상대하는 선수가 내 수비 때문에 헉헉거리며 체력적으로 힘들어 할 때 쾌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서 “아들이 축구 선수가 된다면 우리 팀의 이승기나 김보경 같은 기술적인 선수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며 웃었다.
최철순의 근성 넘치는 플레이는 ‘최투지’라는 별명으로 대변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철순의 ‘근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프로 입단 전까지 그의 포지션은 측면 수비가 아닌 스위퍼였다. 우연한 계기로 수비수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생 시절 선배들의 경기를 보는데 한 선배가 수비 과정에서 손으로 공을 막고 퇴장당하는 장면을 봤다. 상대 팀이 페널티킥을 넣지 못해 결국 한 골을 막은 셈이 됐다. 퇴장을 당하면서까지 막아내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그 때부터 수비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지금도 상대 공격수를 수비 해낼 때의 성취감이 크다. 수비수가 나에게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수비수 포지션을 맡았던 그에게 또래 선수들 대부분이 그랬듯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홍명보 감독님을 보며 축구를 시작했다. 특히 나는 스위퍼로 포지션이 같았기에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에 울산 현대 감독으로 현장 복귀하셨다. 재미있을 것 같다.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0시즌 리그와 FA컵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전북 구단과 최철순 모두 두 대회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전북은 FA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전략적으로 다른 대회에 비해 FA컵의 중요도를 후순위에 뒀다”며 “2020시즌에는 모라이스 감독님께서 특별히 나에게 ‘FA컵을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집중해서 잘 준비하고 있었다. 결승 1차전에 선발로 나서지 못해 서운함이 있었지만 결국 우승으로 웃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최철순에게 특별한 경험을 준 감독이기도 했다. K리그 통산 389경기 3골 19어시스트로 공격 포인트가 많지 않은 그에게 모라이스 감독은 ‘공격’을 외쳤다.
“나에게 공격적인 부분을 주문하는 최초의 감독님이었다. 나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많이 뛰고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는데 강점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모라이스 감독님은 나에게 슈팅과 드리블 돌파를 요구했다. 그동안 만나본 적이 없는 감독님이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감독님 지시에 따르다보니 나중엔 더 즐겁게 축구를 하게 됐다.”
2021시즌에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모라이스 감독이 2년간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작별했고 김상식 감독이 수석코치 자리에서 승격했다. 최철순은 “아직 팀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김상식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펼치실지는 알 수 없다”면서 “코치직에 오래 계셨기에 전임 최강희, 모라이스 감독님의 축구 색깔이 어느 정도 묻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을 잘 알고 계시는 감독님이고 선수들도 감독님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21시즌은 전북의 상징 이동국 없이 치르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최철순은 “동국이 형 은퇴식을 보며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도 30대 중반에 들어섰기에 ‘다음은 내 차례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국이 형은 우리 팀의 기강이라든지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존재였다. 은퇴가 너무 아쉽다.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하는데 베테랑인 이용과 내가 더 솔선수범해줘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뛰겠다’는 정확한 기간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나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면 꼭 전북에서 끝을 맺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국의 은퇴는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는 “동국이 형이 없다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개성 강한 우리 팀 선수들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전북과 최철순에겐 뜻 깊은 202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시즌 코로나19 영향으로 K리그가 어려웠다. 올해는 한국 축구가 어려움을 딛고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주어진 역할을 잘하고 싶다”는 각오를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