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서울시가 제공하는 임신 정보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신·출산정보센터에서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감수를 받고 각 주수에 따른 임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임신 말기(28주~40주)에 해당하는 35주차 임신 정보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는 홈페이지 ‘생명이 자라요’의 ‘임신 주기별 정보’의 35주차 란에 ‘꼭 알아두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임산부는 입원하기 전 가족을 위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출산을 위해 입원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 다음 사항들을 미리 점검해 두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냉장고에 오래 된 음식을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라. 즉석 카레, 자장, 국 등을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입원 전, 남편이 입어야 할 옷을 미리 챙겨두는 것도 임산부가 잊지 말아야할 내용으로 강조했다.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는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두라”고 안내했다.
이밖에도 “화장지, 치약, 칫솔, 비누, 세재 등의 남은 양을 체크해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야하며 문단속, 가스점검, 배달 우유 수금날짜,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생수배달 전화번호를 적어 냉장고 문 앞에 붙여두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출산일 경우에는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을 미리 물색하고 연락처도 적어둬야한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35주차 임산부 김 아무개 씨(32)는 “임신·출산정보센터에서 누구를 위한 준비사항을 적은 것인지 모르겠다. 해당 내용은 임산부가 아니라 임산부의 가족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도움이 되는 정보는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을 미리 찾아두라는 이야기 정도였다”며 “요리와 청소가 여성 고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서울시에서 이렇게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안내 사항으로 제공하고 있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남편은 “남성을 혼자서 옷도 못 찾아 입는 사람으로 보는 것인가. 오히려 남편들이 더 기분 나쁠만한 내용이다. 나는 혼자서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이도 닦을 수 있다. 아내가 아이를 낳으러 가면서 내 속옷까지 챙겨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태교를 위해 십자수를 하라는 등 출산 장려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고 보기에는 안내 사항의 내용이 시대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신문고에 민원을 남기고 이를 인증하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5일 “해당 내용은 과거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코로나 등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담당 부서에서 의견을 반영해 향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해당 내용은 의학정보가 아니므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감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