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법무부 교정본부가 관리하는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월 4일 기준 1082명이다. 법무부는 2020년 11월 27일 동부구치소 교도관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전수검사를 하지 않았다. 전수검사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2일이 지난 12월 18일에 진행됐다. 정부로선 공공시설에서 속수무책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자부해왔던 K방역 자존심에도 적잖은 상처가 났다.
2020년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차례 사과했다. 장관 취임 이후 ‘검찰개혁’이란 명분 아래 여권으로부터 ‘뚝심 있다’는 호평을 받아 왔던 추 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내에서도 외면 받는 양상이다.
추 장관은 과거 여러 차례 위기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다. 최근엔 2020년 1월 불거진 ‘아들 군복무 휴가 미복귀 논란’을 정면돌파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쏟아진 비판은 ‘삼보일배’ 퍼포먼스로 극복했다. 그러나 장관 직 수행 중에 발생한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책임론을 두고는 ‘그간 추 장관이 겪어왔던 위기와는 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995년 정치에 입문한 추미애 장관은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부활의 아이콘이었다”면서 “그러나 사상 초유의 법무부-검찰 갈등에 이은 동부구치소 코로나 사태로 더 이상의 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1월 3일 동부구치소 수감자가 창밖으로 내민 구조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도 연일 추 장관을 향해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월 5일 “추미애 장관에게 살인에 준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동부구치소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곳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느냐”며 정부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를 두고 ‘추미애 책임론’을 띄우고 있는 셈이다.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과정 타임라인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추미애 책임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사건의 시작은 11월 27일이었다. 동부구치소 교도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었다. 그 뒤로 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하기까지는 22일이 걸렸다. 12월 18일 동부구치소는 수감자를 대상으로 첫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의료계에선 11월 27일부터 12월 18일 사이를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분수령, 즉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1월 4일까지 총 6차례 전수검사가 이뤄졌고,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증가세를 거듭한 끝에 1000명을 넘어섰다. 추 장관은 1월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동부구치소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5일 만이었다. 추 장관은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교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1월 2일 추 장관은 다시 사과했다.
법무부 장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추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월 4일 통화에서 “이번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감자들이 공동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수감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법무부에 직무유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부구치소 수감자 대다수가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받는 ‘미결수’라는 점 역시 추 장관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추 장관은 위기탈출에 탁월한 감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끝났다 싶을 때면 다시 살아 돌아오는 스타일로 좋게 말하면 오뚝이, 다른 말로는 좀비형에 가깝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추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경쟁 구도에 뛰어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차·차기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든지 국회에 복귀하는 방식으로 다시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