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민시는 2018년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 구자윤의 절친 도명희 역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고민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이은유 역을 맡았다. 은유는 무용을 전공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꿈을 펼칠 수 없게 되고, 괴물로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 의붓오빠에게 필요 이상으로 벽을 친 채 갈등을 빚는 까칠한 성격의 여고생.
그 성격에 걸맞은 욕설과 날카로운 말투를 연기하는 것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특히 회차를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해 낸 것에 큰 찬사가 이어졌다. “이 배우 대체 누구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던 배우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고민시였을 정도다. 고민시는 이 같은 호평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마녀’ 때 박훈정 감독님이 애드리브나 이런 걸 탓하지 않으시고 배우가 편하게 놀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크게,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크로마키(CG 처리를 위한 장치) 촬영보다는 전체적으로 일상 연기에 가까운 연기를 많이 했는데, ‘스위트 홈’은 크로마키 촬영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간 쌓은 애드리브 내공으로 아주 편하게 촬영을 했습니다(웃음). 이응복 감독님도 ‘너를 믿고 간다’고 말씀해 주셔서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하려고 애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홈’에서 이은유 역을 맡은 고민시는 도명희와는 또 다른 여고생의 결을 보여주기 위해 까칠하고 공격적인 면을 강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16년 웹드라마로 처음 연기자로 걸음을 뗐던 고민시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배우 직전에 몸 담았던 분야가 ‘웨딩 플래너’였다는 점이다. 작품으로 고민시를 접한 대중들이 “배우로서 순탄한 길을 걷지 않았겠나”라고 추측한 것과는 정반대의 경험담도 이 이력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게 고민시의 이야기다.
처음 웨딩 플래너를 선택하게 된 것에 대해 고민시는 “집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 분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생활을 위해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하루하루 지날수록 꿈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가기만 했고, 결국 일을 그만두고 상경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웨딩 플래너 산업이 커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게 됐어요. 그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도 쌓았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일이 정말 나한테 행복한 일일까’,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정말로 내 꿈을 펼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저를 믿어주시고, 지방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상경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끔 만들어주셨어요.”
고민시는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가기 전 웨딩 플래너로 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그땐 서울에 살아야만 연기를 할 수 있고 배우도 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도전했구나 싶지만, 정말 절실하게 꿈꾸고 도전하면 열리는 길이 있구나 라는 것도 알게 된 셈이에요. 배우란 직업이 힘들 거라는 얘긴 워낙 주변에서 많이 했고, 부모님도 ‘정말 힘든 길일 텐데 괜찮겠느냐’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 오히려 힘든 길을 걷더라도 평생 후회하며 사는 것보단 낫겠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저는 후회 안 해요. 아주 행복해요(웃음).”
2016년 데뷔 후 5년간 쉼 없이 달려온 고민시의 연기 인생을 그린다면 바로 지금이 꼭대기를 향해 달려가는 가장 중요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10년, 20년 뒤에 다시 자신을 돌아 봤을 때 어떤 배우로 남아있고 또 기억되고 있는지를 결정 짓는 것도 지금 이 시기일 수 있다. 고민시는 지금의 자신이 “누군가에게 추억될 수 있는 배우이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 작품마다 이미지 변신에 능한 배우라는 말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어떤 작품을 하든 저 친구 연기는 볼 때 재밌어, 질리지 않아 이런 말들. 배우란 직업이 그런 게 좋거든요. 나이가 많이 들고, 이 세상에 없게 되더라도 누군가는 드라마, 영화, 작품 속에 나왔던 고민시라는 인물을 이따금씩 꺼내보고 추억하고 ‘그 배우 참 예뻤는데, 잘했는데’ 할 수 있다는 거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많이 노력할 거예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