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를 사랑하는 7년 차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았던 배우 박규영은 넷플릭스 ‘스위트 홈’에서 베이시스트 윤지수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인터뷰 이후 5개월 만에 만난 배우 박규영(28)에겐 여전히 진지함과 밝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전작에서 남주인공 문강태(김수현 분)를 절절하게 짝사랑하던, 사랑스러운 7년 차 간호사 남주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차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홈’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참이었다. 분홍색으로 탈색한 머리와 쇠로 만들어진 야구 방망이가 트레이드마크인 베이시스트 윤지수로의 변신이었다.
“처음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이응복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대본 리딩을 하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다른 감독님과 제가 팔씨름을 해서 제가 이기면 역할을 맡아도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진짜 이거 이기면 하게 해 주시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제가 곧바로 ‘어! 감독님 그러면 져 주세요!’ 이러면서 팔씨름을 했거든요. 진짜 다른 건 몰라도 팔씨름은 이겨야겠다, 이런 생각 하나로 임했던 거 같아요(웃음). 그런데 제 그런 눈빛을 보시고 ‘와, 얘 진짜 하고 싶어 하는구나, 진짜 이 캐릭터를 사랑하겠구나’ 하셨는지 나중에 제가 나갈 때 매니저님한테 대본 가져가라고 하셨대요.”
그의 말대로 박규영이 원작 ‘스위트 홈’ 웹툰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로 윤지수였다고 했다. 원작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원했던 박규영이 화끈하게 전체 탈색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지만 “촬영 기간 동안 두피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스태프들의 만류에 결국 머리의 절반만 탈색을 하는 것으로 스타일 방향을 잡게 됐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대신 윤지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베이스와 야구 방망이를 잘 다루는 데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지수라는 캐릭터의 설정에서는 베이스와 야구 방방이가 가장 중요한 소품이라 그 두 개를 제 몸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 배우게 됐어요. 베이스는 한 3개월 정도 연습했던 거 같아요. 그중에 좀 더 어려운 걸 꼽는다면 아무래도 야구 방망이를 다루는 게 아니었을까(웃음)…. 제가 사실 야구 방망이를 처음 잡아봤는데, 그게 또 쇠방망이인 거예요. 엄청 무겁고 휘두르는 게 쉽지도 않더라고요. 사실 쇠처럼 보이게 만든 가짜 방망이도 있었는데 화면에서 보면 진짜와 가짜가 주는 느낌이 달라요. 그래서 웬만하면 실제 쇠방망이로 연기했고, 나중에 가면 그 방망이에 철을 더 붙여서 개조를 하잖아요? 그게 더 무거워져서(웃음)….”
박규영은 당초 전체 탈색을 시도하려 했지만 스태프들의 만류에 결국 반절만 탈색하는 것으로 스타일 방향을 정했다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박규영은 괴물로 둘러싸여 ‘현세의 지옥’처럼 느껴지는 ‘스위트 홈’ 속에서 남성 캐릭터들과의 다양한 케미스트리로도 눈길을 끌었다. 애틋한 로맨스로 ‘스위트 홈’ 인기를 견인하는 커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정재헌(김남희 분)과의 관계성도 그랬지만, 원작 웹툰에서 가장 큰 교감을 보였던 차현수(송강 분)와의 이야기도 눈을 뗄 수 없는 ‘라인’ 가운데 하나였다.
“사실 남희 선배님과도 얘기했지만 저희는 이렇게까지 이 러브라인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이 둘은 멜로나 ‘널 너무 사랑해’ 같은 러브라인이라기보다는 극한 상황이 주는 전우애와 이성으로서의 호감 그 사이의 어디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남희 선배님과는 이것저것 많은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열정적으로 연기해주시는 선배님이라 저한테도 자극이나 동기부여가 많이 됐고, 호흡도 너무 좋았어요.”
“현수는 처음에 보면 참 위태위태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지수는 사실 사랑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렇게 감정적으로 위태로운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거든요. 지수에게 있어서 현수는 정말 너무 지켜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강이가 연기할 때 눈만 보면 진짜 지켜주고 싶은 강아지처럼 연기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정 몰입이 되더라고요.”
인간의 욕망이 괴물의 형태로 발현되는 ‘스위트 홈’의 특성상, 출연한 배우들에게 그들의 욕망을 묻는 것은 인터뷰의 관문 같은 질문이 돼 버렸다. 식상한 질문이지만 박규영은 늘 그렇듯 성실하고 진지한 얼굴로 답변했다.
박규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욕망으로 ‘오기’를 꼽았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에 대한 욕망을 솔직히 밝히긴 했어도 자신에겐 다소 박한 평가였다. 이에 대해 박규영은 “원래 저한테 칭찬을 잘 안 하는 편”이라면서 쑥스러워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는 저를 스스로 채찍질하는 스타일 같아요. 저한테 단 한 번도 칭찬을 안 했더라고요. 너 괜찮았어, 잘했어 뭐 이런 말들. 그런데 이번에 ‘스위트 홈’ 이후에 한 번 돌아보니까 제 자신이 매 캐릭터마다 겁먹지 않고 부딪쳤던 것 같고, 매 순간순간 그 캐릭터를 굉장히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건 ‘너 좀 괜찮았네, 나쁘지 않았어. 앞만 보고 꽤 바쁘게 달려왔다’고 그렇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만큼 ‘뒤도 좀 돌아보면서 본인한테 칭찬 좀 하고 그러고 살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기도 하고(웃음).”
그의 말대로 2020년 박규영은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칭찬 받을 만한 성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는 점만으로도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 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런 그에게 2020년 한 해를 되돌아보며, 그리고 2021년 새해를 바라보며 어떤 일을 이뤄냈고 또 기대하는지를 물었다.
“사실 저는 ‘올해는 뭘 어떻게 해서 이뤄야지!’ 이런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그저 그때그때 충실하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 하면 꽤나 괜찮은 한 해가 되더라고요. 촬영해야 할 것들 열심히 촬영하고, 공부해야 할 것 있으면 공부하고 또 운동하고 그러니까 꽤 괜찮은 2020년이 됐어요. 그래서 2021년도 하루하루 충실하게 촬영하고 일하다 보면 배우로서도 꽤 괜찮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