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CJ CGV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모회사 CJ는 지난해 유상증자에 이어 최근 대규모 자금대여를 결정하는 등 CGV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CGV용산 아이파크몰점. 사진=일요신문DB
#CJ, 돈 빌려가며 CGV 심폐소생
CJ는 지난 12월 28일 공시를 통해 CGV에 신종자본대출 형태로 2000억 원을 대여한다고 밝혔다. 최초 이자율은 4.55%, 만기는 실행일(12월 29일)로부터 30년간이다. 이로써 CGV는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신종자본대출은 신종자본증권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돼 형식상 대출이지만 실질적으로 영구채와 같다. 30년 만기로 연장이 가능한데다 자본으로 인식돼 표면적으로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
CJ는 CGV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차입을 받게 됐다. 지난 3분기 기준 CJ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3억 원으로 2000억 원을 현금 출자하는데 무리가 있다. 결국 CGV가 지난해 두 차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신용도가 높은 CJ가 대신 대출을 받아 CGV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CJ는 지난 7월에도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29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당시에는 차입 없이 출자가 단행됐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 7월 유상증자는 이미 단행됐고, 당시 여력이 충분해 차입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이번 자금 대여의 경우 단기차입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게 됐다”며 “차입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CJ가 단기차입까지 고려해가며 CGV를 적극 지원하는 까닭은 CGV의 재무상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CGV는 지난 3분기 기준 연결 영업손실 968억 원, 누적 영업손실 2989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CGV는 이미 지난 10월 이자율 4.55%를 적용해 4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2월 초에는 회사채 2000억 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매수주문이 10억 원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더욱이 CGV는 오는 5월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상환 만기를 앞두고 있다. CGV는 2016년 터키 해외법인을 세우면서 8000억 원을 들여 현지 최대 극장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 과정에서 CGV는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원금을 보장하는 TRS 방식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했다. 오는 5월 CGV가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3500억 원가량이다.
이 TRS 계약은 CGV를 흔드는 리스크가 됐다. CGV가 2020년 2월 터키 리라화 가치폭락에 따른 763억 원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발생하자 매각설도 불거졌다. 당시 CGV는 공시를 통해 매각설을 부인했고, CJ도 5월 유상증자 참여 등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CGV 실적 악화가 이어지며 매각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CJ가 일부 계열사의 매각설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했다가 추후 매각으로 입장을 선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릿고개 버티는 CGV에 구원투수 투입
CJ는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을 3대 축으로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CJ는 2018년 CJ헬스케어 매각을 시작으로 2019년 CJ ENM의 자회사 CJ헬로,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고 최근에는 뚜레쥬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2019년 2조 원 규모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했다. CJ ENM의 경우 지난 5일 엔씨소프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CJ그룹은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을 3대 축으로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CJ의 사업재편에서 CGV의 위치는 모호하다. 서울 중구 CJ그룹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CJ ENM는 사업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CJ ENM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영위하는 한편, 2018년 합병한 CJ오쇼핑을 통해 커머스부문도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다. CJ그룹에서 주요 사업으로 떠오른 물류&신유통 부문(총 매출 가운데 40% 차지)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CGV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2006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해외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으나 해외 사업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처지다.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CJ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정작 CGV는 해외 법인 자회사의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CGV는 지난해 12월 4일 인도네시아 자회사 PT GRAHA PAYER PRIMA TBK에 대해 170억 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채무보증 총 잔액은 4939억 원에 달한다.
현재 상황에서 CJ는 CGV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금 수혈 외에도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재무통’ 허민회 전 CJ ENM 대표를 구원투수로 보냈다.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진은 사상 최악의 실적에도 불구, 전원 유임됐다. 허 대표를 중심으로 CGV 임원진은 빠른 시일 내로 CGV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CGV는 허 대표 이동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사업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CGV 관계자는 “아직은 산업이 처한 여러 어려움과 외부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CGV가 CJ ENM에 흡수합병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CGV가 CJ ENM의 사업부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CJ ENM의 영화사업부문과 시너지를 강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CGV가 흡수합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주된 평가다. 현재 CGV와 CJ ENM은 영화 투자‧배급 외에 이렇다 할 접점이 없다. OTT 부문(티빙)에서조차 협력하는 사업이 없다. CGV는 지난해 11월 CJ ENM 자회사 OTT 서비스인 티빙 대신 왓챠와 손잡고 데이터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CGV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전개하며 보릿고개를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CGV는 지난해 12월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씨네샵 굿즈를 판매하고, 배달의민족 등 배달플랫폼을 통해 팝콘 주문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의 CGV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것은 당장의 유동성 어려움보다는 선제적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면서 “오는 5월 만기를 앞둔 TRS 상환 자금도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해외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코로나19 백신 등장 등으로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