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안전은 은행의 현금호송 업무를 하는 곳으로 브링스코리아와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나이스CMS와 발렉스코리아가 후발주자로 현금호송 사업에 진출했지만 아직 한국금융안전과 브링스코리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금융안전은 1990년 국내 시중은행들의 출자로 설립됐다. 2014년 청호이지캐쉬가 한국금융안전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서울 동작구 한국금융안전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와 브링스코리아의 관계
한국금융안전은 1990년 국내 시중은행들의 출자로 설립됐다. 이후 2014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한국금융안전 지분 22.38%를 청호이지캐쉬에 매각했다. 청호이지캐쉬는 아신의 한국금융안전 지분 14.67%까지 사들여 한국금융안전 최대주주에 올랐다. 아신은 도매업체로 2011년 KR&C(옛 정리금융공사)의 한국금융안전 지분 14.67%를 매입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차익 실현을 위해 한국금융안전 지분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한국금융안전을 인수한 2014년 당시 청호이지캐쉬의 최대주주는 에코맥스(현 브링앤세이프), 2대주주는 렉스라피스(현 금융안전홀딩스)라는 회사였다. 렉스라피스는 김석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2017년 에코맥스의 청호이지캐쉬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2018년에는 사명을 금융안전홀딩스로 바꿨다.
김석 대표는 MBC 기자를 거쳐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0년 청호컴넷 전략 및 해외담당 사장으로 합류했다. 청호컴넷은 2011년 금융 VAN(부가가치통신망)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청호이지캐쉬를 설립했고, 이듬해 에코맥스와 렉스라피스 등에 청호이지캐쉬 지분을 매각했다. 이때 김석 대표는 청호컴넷 사장에서 사임한 후 청호이지캐쉬 대표로 취임했다. 즉 청호이지캐쉬 설립 때 김석 대표는 회사 경영권을 가진 2대주주였고, 2017년에는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한편 에코맥스는 2020년 5월 한국금융안전의 라이벌 업체인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했고, 사명도 에코맥스에서 브링앤세이프로 바꿨다. 브링앤세이프는 해외 투자자들이 설립한 주식회사로 전해진다.
한국금융안전의 2014년과 현재 지배구조. 2017년 렉스라피스(현 금융안전홀딩스)가 에코맥스(현 브링앤세이프)의 청호이지캐쉬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에코맥스는 2020년 5월 한국금융안전 라이벌 업체인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그런데 김석 대표 측과 경쟁구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브링앤세이프의 행보를 살펴보면 오히려 김석 대표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브링앤세이프는 2014년 12월 서울 종로구에서 서초구로 사무실을 이전했고, 2018년 7월에는 경기도 양평군으로 다시 옮겼다. 공교롭게도 금융안전홀딩스 역시 2013년 4월~2018년 7월 브링앤세이프와 같은 서초구 건물에 사무실을 뒀다. 또 양평군에 있는 브링앤세이프 사무실은 케이스톤매니지먼트 소유 건물이다. 케이스톤매니지먼트는 금융안전홀딩스 자회사로 양평군에 펜션과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석 대표는 2007년 2월 브링앤세이프 설립 때부터 2008년 8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어 김석 대표의 모친 박 아무개 씨가 2008년 8월~2011년 8월 브링앤세이프 대표로 재직했다. 박 씨는 이 밖에도 2012년 5월~2020년 10월 브링앤세이프 감사를 맡았으며, 현재는 금융안전홀딩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
정리하면 김석 대표는 한국금융안전 대표지만 경쟁업체인 브링스코리아의 모회사 대표로 재직한 적이 있고, 사무실도 공유했다. 이에 대해 김석 대표는 과거 브링앤세이프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을 뿐 현재는 아무 관계가 없고, 브링스코리아 인수도 현 브링앤세이프 경영진의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김석 대표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해외 자본이 브링앤세이프를 설립할 당시 국제변호사였던 내가 대리인으로 참여했고, 이후 어머니의 이름을 빌려 명목상 대표로 등록했다”며 “브링앤세이프가 청호이지캐쉬에 투자할 당시 자본금 10억 원이 넘어 이사를 3명 둬야 하는 관계로 어머니를 감사에 이름만 올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브링앤세이프가 청호이지캐쉬에 투자할 당시 운영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청호이지캐쉬 지분을 매각한 이후로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다만 브링앤세이프 측이 행사한 풋옵션 잔금을 아직 치르지 못해 정리가 안 된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안전 내부에서는 김석 대표가 브링스코리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한국금융안전 노조) 관계자는 “과거 김석 대표가 브링스코리아를 장악한 게 맞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와 입장을 바꾸니 황당하다”며 “실제 김 대표가 브링스코리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모든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석 대표와 노조의 갈등
브링앤세이프가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한 직후 브링스코리아는 청호이지캐쉬의 자동화기기(ATM) 서비스 관련 사업을 양수했다. 금융노조 측은 “당시 브링스코리아는 재정이 악화된 상황임에도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약 40%에 달하는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며 “김석 대표가 브링스코리아로 하여금 청호이지캐쉬의 자산을 매입해 청호이지캐쉬에 현금을 지원하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청호이지캐쉬는 2017~2019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019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515.18%에 달했다. 브링스코리아 역시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등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김석 대표는 “청호이지캐쉬의 ATM 기기와 한국금융안전의 전국적 조직망을 연계해 인터넷뱅킹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아 ATM 관련 사업을 한국금융안전에 넘기려고 했다”며 “이때 브링앤세이프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ATM 사업권을 요청해 넘어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한국금융안전 노조 관계자는 “김석 대표가 거래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 자료를 제출했으니 검찰 조사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청호이지캐쉬 ATM 기기들 중 못 쓰는 기기가 대부분이고, 브링스코리아는 급여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데 수십억 원을 들여 사업을 인수했다”고 전했다.
김석 대표는 그간 은행권 주주들의 반대로 한국금융안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2019년 대표에 취임했고, 이전 경영진이 입힌 손해를 본인이 감당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진 노조가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
김석 대표는 “내가 최대주주지만 회사 장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오랜 기간 경영에서 배제됐고, 다른 주주들은 과도한 성과비를 챙겨가고 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는 등 한국금융안전에 손해를 끼쳤다”며 “대표 취임 후 회사를 살리려고 노조 측에 고통분담을 요구하자 이들이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노조의 고발에 김 대표는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안전 노조 관계자는 “김석 대표는 수익을 내야 하는 노력도 없이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하고,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대안은 전혀 없다”며 “직원들이 최저임금 받으면서 중식대와 교통비를 통상임금으로 편입시키는 등 나름대로 고통분담을 하고 있는데 경영 악화의 탓을 왜 노조에 돌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