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월 4일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운영 중인 광명시 광명동 시립광명푸드마켓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마련해 화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 생계 위기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마련했다”며 “여기 오실 때는 모두 내려놓고 그냥 오시면 됩니다. 신원확인도 하지 않습니다. ‘자주 찾아오셔도 모른 척 다 드리자’고 현장 담당자들께도 말씀드렸습니다”라고 알렸다.
이어 “일부 악용사례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정말 절박한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존엄해지기를 열망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정말 힘들 때 건넨 작은 배려가 나중에 몇 배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찢어지게 가난했던 제 경험에 바탕을 둔 믿음이기도 합니다. 이 캄캄한 코로나의 터널을 더불어 헤쳐나가고 싶습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지사는 전날인 4일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운영 중인 광명시 광명동 시립광명푸드마켓을 찾아 “먹을 게 없어서 훔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계자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했다.
또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마련한 계기에 대해 “요즘 먹을 게 없어서 훔치다 잡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경찰 쪽에서 듣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의견을 물어봤더니 그냥 오는 사람 다 주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이곳을 이용해야 할 정도면 사실은 지원대상이다. 형식적으로는 대상이 아닌데 실제로는 지원해야 하는 경우를 발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에서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는 현재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 1호점과 성남열린푸드마켓, 평택푸드마켓 2호점까지 세 곳에 마련돼 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운영된 시립광명푸드마켓의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는 광역푸드뱅크에서 즉석밥, 라면, 참치캔 등 총 15종의 음식을 지원해 현재까지 32명이 이용했다.
푸드마켓은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식품과 생활용품을 결식 위기에 놓인 저소득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곳이다. 먹거리와 생필품이 긴급히 필요한 도민이 푸드마켓 사업장을 방문하면 빵, 음료수, 마스크, 위생용품 등 기부 물품 5종을 1회 우선 제공한다. 이후 방문자가 동의하면 해당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명단을 통보해 추가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 도는 이달 안에 31개 시·군별로 종합, 장애인, 노인복지관 등 복지시설 중 1곳씩을 선정해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천시, 의정부시에 있는 노숙인 시설 2곳은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냉장고’를 이달 중 설치해 인당 1일 1회 당일 준비된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떡을 무료로 제공한다. 수원시, 성남시, 안양시, 안산시, 시흥시에 있는 노숙인 시설 5곳은 방문하기 어려운 노숙인에게 음식 쿠폰을 따로 지급한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SNS에 ‘늘어나는 코로나 장발장…여러분의 제안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의견을 구했다. 당시 이 지사는 “굶주림으로 빵을 훔칠 수밖에 없는 ‘장발장’이 지금 우리 이웃이 되고 있다”며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사회가 할 일”이라고 대책 마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