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T가 선보인 아이덴티티탭, 아이패드, 갤럭시탭. |
KT는 지난 8월 31일 중소기업 엔스퍼트와 협력한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을 깜짝 발표했다(공식 출시는 9월 10일).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출시할 예정인 SK텔레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태블릿PC 시장의 첫 라운드는 SK텔레콤의 ‘갤럭시탭’과 KT의 ‘아이패드’의 대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탭의 가장 큰 무기는 ‘무약정 49만 원’이라는 가격경쟁력이다. 60만~7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시장에서 50만 원 아래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양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아이덴티티탭에는 안드로이드 2.1, 코드명 ‘에클레어’가 탑재됐다. 안드로이드 2.2 ‘프로요’를 탑재할 예정인 갤럭시탭에 비해서 뒤진다. 두 제품의 화면 크기는 7인치로 동일하지만 얼마나 많은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해상도는 갤럭시탭이 앞선다. 결정적으로 아이덴티티탭에는 3G 무선통신이 빠졌다. 때문에 야외에서는 반드시 와이브로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덴티티탭은 기존 KT 와이브로 영업망을 통해 결합상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탭은 3G 무선통신은 물론 전화통화까지 가능하다. 9.7인치의 아이패드보다 조금 작지만 무게는 절반 이하로 줄어 휴대성을 더욱 강조했다. 아이패드는 장시간 사용하기에 다소 무겁고 한손으로 들고는 조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7인치 아이패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의 태블릿 사업 전개는 명확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에게 태블릿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매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KT는 와이파이를 통해 무선 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끌고 갈 계획이다. 번화가, 공공장소 등 3만 2000개 주요 지역에 와이파이 존을 설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KT는 내년 말까지 와이파이 존을 10만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와이파이는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이동시에는 다소 취약하지만 고정된 자리에서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만약 커피숍이나 지하철 역사 등과 같이 잠시 머물러 있는 동안 인터넷에 접속한다면 와이파이는 가장 쓸 만한 인터넷 접속 방식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지하철이나 버스 등과 같은 교통수단에서 이동시 인터넷 접속은 와이브로가 담당한다. 와이브로는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KT는 내년 3월까지 전국 84개 시·군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SK텔레콤은 3G 이동통신망을 확충해 모든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에게 3G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발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G 무선망은 와이브로에 비해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장소에 상관없이 이동시에도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하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래픽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해법으로 SK텔레콤은 이미 추가로 확보한 주파수를 활용해 대역폭을 6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교통체증이 심각한 1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러한 이동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 정책을 태블릿에 대입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편리한 기능과 뛰어난 사양으로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태블릿은 더 이상 가입자를 쉽게 늘릴 수 없는 휴대폰에 비해 확실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태블릿의 인기가 바로 무선인터넷 시장 점유율로 이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태블릿이 많은 보조금을 받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국내 1호 태블릿 아이덴티티탭이 월 2만 9000원에 2년 약정을 걸면 무료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갤럭시탭의 경우 워낙 제품 원가가 높아 보조금 대신 요금제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KT의 아이패드 역시 애플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소비자가 다소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계열사인 LG전자에서 개발 중인 ‘UX10’을 대항마로 선보일 것이 유력하지만 시점은 확실치 않다.
태블릿PC가 성공적으로 보급될 경우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는 확실히 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아이폰 쇼크’로 잠시 휘청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동통신시장은 물론 콘텐츠 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태블릿 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이 더욱 흥미진진해진 이유다.
이진언 언론인
3G? 와이파이?
아무리 태블릿PC가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매달 무선인터넷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태블릿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과 거의 유사하다. 만약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태블릿 역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태블릿은 특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무선인터넷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이동이 잦은 사람에게는 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3G 통신망을 사용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스트레스가 적다. 반면 집이나 학교 혹은 사무실 등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자유로운 사람은 굳이 3G 통신기능을 가진 태블릿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태블릿 구입을 조금 미루고 관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델 HP 등 내로라하는 컴퓨터 제조사들이 저마다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안드로이드나 iOS(애플 운영체제)가 아닌 일반 PC 환경과 완전히 동일한 ‘윈도우7’을 탑재한 제품도 대거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들의 정책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령 SK텔레콤은 내년 말 차세대 무선 통신 규격인 LTE(롱텀 에볼루션)를 조기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LTE 모듈이 탑재되지 않은 태블릿은 구형이 된다. 일단 구입하면 최소 2년 이상 써야 된다는 점에서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