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나서면서 호텔롯데 상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탈이 최근 IPO 절차를 다시 밟기 시작했다. 빠르면 이달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으로, 지난해 10월 상장 주간사 선정 작업을 연기한 지 3개월 만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등 공모 시장이 좋으니 굳이 더 늦출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렌탈 IPO 이유는 첫째 자본 조달이다. 경쟁사인 SK렌터카와 SK네트웍스가 렌터카사업부문을 통합하는 등 경쟁 심화로 롯데렌탈도 공격적 영업을 지속하며 수익성이 저하됐고, 투자 확대로 부채비율도 높아진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800%를 상회하던 부채비율은 2016년 2000억 원 유상증자로 500%로 낮아졌으나 다시 2020년 9월 말 기준 642.3%를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작년 3분기 중고차 매각 확대, 광고비 감소 등으로 실적은 다소 회복했지만 지속된 가격 경쟁 영향으로 장기렌털회수율(차량가격 대비 렌털료) 회복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부채율은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 지위 방어 부담으로 투자 집행과 차입 규모는 크게 증가해온 반면, 이익의 누적 속도는 더뎠기 때문”이라며 “자산효율화와 IPO 계획, 자회사 그린카 외부 투자자 유치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렌탈 IPO는 최대주주(지분율 42.04%)인 호텔롯데 지분 가치 증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에서 지주사 롯데지주 다음으로 롯데렌탈과 롯데물산(32.8%), 롯데알미늄(38.2%), 롯데건설(43%) 등 주요 계열사들 지분을 많이 보유했다. 롯데지주 지분도 11.1% 들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최대주주이고,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가 보유한 L투자회사들이 각각 5.45%, 78.1% 지분을 보유했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롯데와 연결고리 끊어내야 한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롯데렌탈을 비상장사로 두는 것보다 IPO를 하면 호황기 시가총액이 올라가고 호텔롯데 밸류에이션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장기적으로는 첫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도 “롯데렌탈 IPO는 궁극적으로 호텔롯데 가치 높여서 호텔롯데를 상장시킬 때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한 선제 작업”이라고 봤다.
롯데렌탈이 기업공개 작업을 재개하면서 증권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진=롯데렌탈 누리집 캡처
롯데렌탈 IPO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다.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2020년 3분기 기준 렌터카 등록대수가 23만 1775대로 점유율 22.4%를 기록하며 2018년, 2019년에 이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실적도 개선세다. 동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7266억 원, 12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1조 5479억 원, 영업이익 986억 원에 비해 각각 11.5%, 31.2% 늘었다. 공유 차량 서비스(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종속회사로 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앞의 애널리스트는 “2015년 KT금호렌터카를 인수한 뒤 자동차 수를 많이 늘려서 운영대수가 크게 늘어나 있다. 렌터카 업체들은 고객과 계약기간이 끝난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매각할 때 수익을 많이 내는데, 판매 대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 회전이 돌아오는 구간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렌터카 사업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지만 중고차 매각 부문은 매출 비중은 2018년 23.2%, 2019년 22%, 2020년 3분기 25.8%로 점차 확대되면서 이를 보완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로 미룰수록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콘택트 시대’에 보복적 소비 수혜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
앞의 IB 업계 관계자는 “공유경제 흐름을 타고 소유보다 빌려 쓰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렌터카 시장 전망은 좋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여행이 줄고 타인의 손이 닿았던 재화나 서비스를 꺼리는 지금 렌털업이 호황기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반기 백신 접종자가 늘면 가장 폭발적으로 수요가 느는 건 소비재산업”이라며 “대표적으로 여행이 늘어날 것을 전제하면 뒤로 갈수록 흥행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호텔롯데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롯데렌탈 IPO 이후 호텔롯데 등 이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상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롯데그룹은 모든 계열사에 대해 IPO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왔고, 호텔롯데 IPO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이다. 다만 호텔롯데의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증권가 중론이다. 자회사 IPO를 통해 보유 지분 가치는 높일 수 있지만, 밸류에이션을 할 때 본업 실적이 더 중요한데 호텔롯데는 코로나19로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냈다.
증권가 다른 애널리스트는 “호텔롯데 IPO는 이전부터 하고 싶다고 계속 얘기해왔으나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밸류에이션이 2016년 추진했을 당시 인정받았던 15조~16조 원과 크게 차이가 안 나거나 더 좋은 가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지금은 적자 상태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의 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재 산업이 수혜주로 떠오를 것인데, 렌털과 호텔사업 둘 다 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IPO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장기렌터카가 신차 구매의 한 방식으로 인식되면서 B2C 장기렌터카가 늘어나고 중고차 매각에 따른 수익성이 증가한 점이 실적 견인에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 대신 카셰어링을 이용하면서 작년 그린카 실적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렌터카업계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 경쟁이 있는 건 맞지만, 렌터카 운영 노하우를 활용한 자산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