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 배우 이종석과 1991년생 박형식이 1월 초 나란히 제대했다. 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1993년생 도경수도 군 복무를 마치고 곧 대중 곁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동시다발 복귀가 새해 연예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는 가운데 저마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작품을 선택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이종석은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 참여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입대 전 박훈정 감독의 영화 ‘브이아이피’의 주연을 맡아 활약한 인연이 바탕이 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콘텐츠 급증…돌아온 스타들의 활동 모색 분주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2년여 시간 동안 연예계를 떠났던 배우들이 한꺼번에 돌아오고 있다. 이종석이 1월 2일 사회복무요원 대체 복무를 마치고 소집 해제된 데 이어 4일에는 박형식이 육군 현역 만기 제대했다. 뒤이어 도경수 역시 1월 25일 전역한다.
덕분에 드라마와 영화 제작 현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각각의 작품에 주연으로 캐스팅할 만한 배우의 수는 한정된 현재 상황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수 있다는 일종의 기대심리다.
실제로 2020년 박보검과 우도환 등 청춘스타들이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 주연급 배우 후보군이 줄어들었다. 이에 더해 최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제작 현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콘텐츠 제작 급증에 따른 배우의 공급이 절실한 상황에서 군필 스타들의 릴레이 복귀는 ‘단비’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제대한 스타들이 마냥 여유로울 수만은 없는 처지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당장 눈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두뇌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먼저 복귀작에 시동을 거는 주인공은 이종석이다. 국내 대표 한류스타로도 꼽히는 그는 대체 복무를 마무리하면서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 참여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입대 전 박훈정 감독의 영화 ‘브이아이피’의 주연을 맡아 활약한 인연이 바탕이 됐다. ‘마녀2’는 박 감독이 2018년 내놓은 김다미 주연의 영화 ‘마녀’의 후속편이다. 뇌세포 이식으로 인간병기가 되어버린 주인공이 펼치는 고난도 액션 영화에서 이종석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도경수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이지만 가수보다 연기에 집중해온 기존의 활동 방식을 제대 이후 더욱 견고히 다지겠다는 행보다. 그 시작은 영화 ‘더 문’(가제) 출연이다. 입대 직전 제작비 100억 원대의 대작 ‘스윙키즈’의 주연으로 활약한 그는 복무 도중에도 스크린 러브콜을 꾸준히 받은 끝에 복귀작으로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연이어 1000만 관객 흥행에 성공한 김용화 감독의 손을 잡았다.
입대 직전 제작비 100억 원대의 대작 ‘스윙키즈’의 주연으로 활약한 도경수는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연이어 1000만 관객 흥행에 성공한 김용화 감독의 ‘더 문’(가제)으로 복귀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앞서 도경수는 ‘신과함께’ 시리즈에 참여해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쌓았고, 그 신뢰는 이번 ‘더 문’으로도 이어진다. 영화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과 그를 구하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가 벌이는 이야기로, 도경수는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다.
아직 복귀작을 확정하지 않은 박형식은 좀 더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박형식 소속사 UAA는 4일 그의 제대를 알리면서 “영화와 드라마들의 제안을 받은 상태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형식은 한 드라마 제작진과 출연 여부를 긴밀히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제 막 군 복무를 마친 스타들에게는 제대 후 처음 출연하는 작품은 향후 활동 방향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대중과 거리를 좁히는 과제를 풀어야 하고, 스타로서 진가와 입지까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밝혔다.
#남자배우들 ‘춘추전국시대’ 예고
군필 스타들의 복귀는 한편으론 올해 연예계를 대하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 남자배우들로 이뤄진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제대해 작품 활동에 의욕을 보이는 이종석, 박형식, 도경수 외에도 1~2년 사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다양한 작품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는 배우 김수현과 강하늘, 임시완, 이민호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남주혁, 김정현 등 새로운 얼굴까지 더한다면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다채로운 배우 진용이 형성됐다.
이는 곧 치열한 캐스팅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스타 작가와 스타 감독, 확장성 넓은 플랫폼, 대중성을 담보한 이야기에 스타들의 일제히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콘텐츠 제작자는 “이른바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남자배우 후보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배우들로서는 치열한 캐스팅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