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1월 6일 A 카페 점주의 딸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확산됐다. 글쓴이는 “엄마가 분당에서 수제 케이크 카페를 한다. 베이킹을 모르는 상태에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시작했지만 새벽 2~3시까지 메뉴 개발을 했다. 계란 껍데기에 닭똥이 묻어 있다며 한 알 한 알 씻어서 쓸 정도로 신념을 지키며 장사했다”며 “감사하게도 손님들이 계속 찾아줬고 가게를 한 칸 확장하기도 했다. 이제 10년 차 정도 되고, 알바 1~2명 정도 쓴다”고 말했다.
위쪽 사진이 A 카페의 케이크이고, 아래쪽 사진이 B 카페의 케이크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팥 케이크, 자몽 케이크, 토마토 케이크다. 사진=A 카페 소셜미디어 캡처·B 카페 제공
이어 “근데 마지막에 일했던 직원이 나가서 똑같은 가게를 차렸다. 며칠 전 한 손님이 와서 ‘사장님, 분점 차리셨어요?’라고 물어서 알게 됐다. 케이크 종류에서부터 모든 게 다 똑같았다. 데코한 모양까지 같았다. 알고 보니 케이크 메뉴와 잘나가는 음료까지 가져다가 ‘엄마가 만들어주는 케이크’라는 슬로건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심지어 접시도 같았고, (가게 앞에) 심은 꽃 종류까지 비슷하게 꾸며놨었다”며 “(직원이 일은 그만둔 뒤엔) 퇴직금이니 뭐니 다 신경 써서 마무리 지었다. 케이크 하나 만들 때 몇 개월에서 몇 년은 걸렸다. 엄마가 어떤 열정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는지 아니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한 커뮤니티에서만 약 10만 번 읽혔다. 이 글을 읽고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B 카페를 찾아 가장 낮은 평점과 함께 ‘왜 베끼냐. 그렇게 살지 말라’는 식의 글을 남겼다. B 카페를 향한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리뷰는 이틀 만에 700개 가까이 쌓였다. B 카페는 1월 6일 소셜미디어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논란이 커지자 B 카페는 다음 날인 1월 7일부터 영업을 잠시 중단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려뒀던 케이크 사진을 모두 지웠다.
일요신문은 경기 성남 분당에 위치한 A 카페와 경기 광주에 위치한 B 카페를 모두 찾아 양쪽 당사자의 입장을 들었다. 다만 A 카페 점주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A 카페 점주는 자신이 한 말을 기사에 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두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와 음료는 흡사했다. B 카페에선 16가지 종류의 케이크를 팔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10가지 종류의 케이크가 A 카페에 있는 케이크였다. ‘토마토 생크림 케이크’같이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크도 두 곳 모두 팔고 있었다. 케이크 모양 또한 비슷했다. A 카페는 토마토나 딸기, 무화과 등 케이크 위 가장자리 한 가운데 토핑을 올렸는데, B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A 카페가 시작한 ‘팥 라떼’ 또한 B 카페에서 팔고 있었다.
B 카페 점주의 남편 C 씨는 “우선 A 카페의 케이크 종류와 모양을 흡사하게 한 것은 맞고, 이 사실을 A 카페 점주께 알리지 않은 것도 맞다. 돌이켜 보니 실수라고 생각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카페를 개업하려고 나온 건 절대 아니다. 갑자기 좋은 자리가 나왔고, 급하게 카페를 개업하다 보니 익숙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원래 있던 메뉴도 우리 것으로 바꾸고 있었다”고 말했다.
B 카페 점주는 A 카페에서 1년 2개월 동안 일했다. 아이 셋을 돌보기 위해서 8월 31일 일을 그만뒀다. 그런 뒤 9월 23일 B 카페를 개업했다.
C 씨는 ‘레시피 도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C 씨는 “레시피 도용은 아니다. 우선 아내가 애초에 취업할 때부터 ‘케이크 만드는 거 배우고 싶다’고 말하고 들어갔다. A 카페 점주께선 핵심 레시피인 빵과 퓌레(과일이나 채소를 농축해 만드는 소스)를 따로 만들어서 오셨다. 레시피를 알려주지 않았다. 아내가 집에서 직접 그 맛을 따라잡기 위해서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내는 2년 6개월 정도 다른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고, 애초에 카페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지금 판매하는 메뉴들이 꼭 A 카페만이 아니라 다른 케이크 전문점에서도 다 팔고 있는 흔한 메뉴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A 카페 점주는 빵과 퓌레를 따로 만들어서 가게로 가져온다. 다만 케이크에 올라가는 토핑은 가게 안에서 만든다. 예를 들어 토마토 생크림 케이크에 올라가는 토마토 토핑을 절이는 법이나 케이크 모양을 잡는 법 등은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
글을 읽고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B 카페를 찾아 가장 낮은 평점과 함께 ‘왜 베끼냐. 그렇게 살지 말라’는 식 글을 남겼다. B 카페를 향한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리뷰는 이틀 만에 700개 가까이 쌓였다. 사진=카카오맵 캡처
B 카페 점주가 A 카페 점주의 연락을 차단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B 카페 점주는 남편인 C 씨의 업무 휴대전화를 사용해왔는데, C 씨가 최근 회사를 그만두면서 연락처가 바뀐 상황이었다. A 카페 점주도 B 카페 점주가 자신의 연락처를 차단한 건 아니고 번호가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C 씨는 “솔직히 연락 안 드린 건 좀 껄끄러워서 그랬다. 잘못한 게 맞다.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차단한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A 카페와 B 카페를 비교했을 때 내부 인테리어 차이는 컸다. B 카페가 A 카페의 탁자나 테이블, 접시 등 모든 제품을 같은 것으로 구비한 건 아니었다. 똑같은 접시가 있긴 했다. C 씨는 “A 카페 점주와 아내가 함께 일할 때 취향을 같이 공유해서 비슷한 접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가게를 오픈할 때 접시를 새로 사지도 않았고 집에 있던 걸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며 “내부 디자인도 그 전 주인이 카페를 했던 걸 받았기 때문에 그 전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논란이 됐던 글엔 B 카페가 A 카페 근처에 있다고 했지만 A 카페는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고, B 카페는 광주시 역동에 위치해 있다. 직선거리로 10km 정도고, 차량을 운전했을 때 25분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B 카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온갖 욕설이 날아오는 것을 넘어서 B 카페에서 케이크를 구매한 고객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C 씨는 “A 카페 점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만나자고 요청을 드리고 있는데,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 섣불리 찾아뵐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돌리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A 카페와 똑같은 메뉴는 앞으로 판매하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하던 직원의 ‘레시피 도용’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을 보면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위와 같은 경우 레시피에 대한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아 영업비밀 유출로 보기 어렵다. 코카콜라나 KFC 등이 조리법을 금고에 관리하고 경호원을 둔다고 홍보하는 이유가 비밀관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개인 사업자가 따라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법적으론)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