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격을 재취득한 이대호와 롯데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선배들이 일찍 은퇴하는 모습을 보고 계획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구단은 베테랑 선수의 선수 생활 연장보다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데 더 관심을 둔다. 그래서 45세가 아닌 42세 또는 43세로 은퇴 시기를 조정했다.”
손아섭의 이야기는 현재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시장을 살펴보면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2020년 FA를 선언한 선수들 중 7명이 미계약 상태이고, 그중 차우찬(34·LG 트윈스), 이용찬(31·두산 베어스), 유희관(35·두산), 김상수(31·키움 히어로즈) 등 투수들도 원소속 구단과 계약을 이루지 못했다.
차우찬은 2017년 4년 95억 원에 삼성에서 LG로 이적했지만 2020시즌 부상으로 5승 5패, 평균자책점 5.34의 부진을 보였다. LG 차명석 단장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밝혔는데 몸값은 4년 전과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산에서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유희관과 이용찬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키움 불펜의 핵이었던 김상수는 구단과 제대로 된 협상조차 갖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선수가 갑이 아닌 구단이 갑이 된 상황. 구단으로선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야수 중에서는 김재호가 8일 두산과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9억 원, 연봉 16억 원 등 총액 25억 원에 계약하면서 ‘원클럽맨’의 명성을 잇게 됐지만 롯데 이대호는 여전히 구단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4년 전 해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역대 FA 최고액인 총액 150억 원에 사인했다. 4년간 565경기에서 타율 0.308 홈런 107개 4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했고 팀의 리더로 중심 역할을 해왔다.
롯데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인 이대호와의 계약 관련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당연히 이대호와의 FA 계약을 이끌어가겠지만 이대호가 원하는 만큼의 계약 규모를 맞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공식 협상 테이블은 아니지만 몇 차례 이대호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이대호와 공식적으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