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의 ‘수용소 갤러리’에 일반인 여성들의 일상이나 쇼핑몰 후기 사진들이 성적인 목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게시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러면서 “이러한 게시판에 올라오는 자료들은 셀럽부터 시작해 쇼핑몰의 속옷 후기 인증 사진, 여중생, 여고생 같은 미성년자들의 노출사진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며 공통점은 당사자의 동의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러한 게시판에선 여고생, 교복 같은 미성년자를 언급하는 키워드들이 단지 하나의 섹스판타지로 작용하고 있어 더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주로 일반인 여성의 인스타를 관음한 뒤 당사자 허락 없이 노출사진을 퍼나르는데 이 과정에서 ‘이 여자가 뭐하는 여자냐’ ‘SNS 주소는 어디냐’ 등의 질답이 오가며 무분별한 신상털이까지 자행되는 등 2차 범죄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라며 “이들 게시판은 조회수가 수백~수천에서 많게는 수만까지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게시판이라 피해 수위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며 게시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를 요구했다. 이 청원은 12일 오후 현재 1만 4000여 명의 사전 동의를 얻었다.
문제가 된 게시판은 2008년 개설된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수용소 갤러리’다. 이곳은 회원가입 후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일본이나 서양의 성인물 배우 사진부터 시작해 온라인 쇼핑몰 모델 등 SNS 유명인들의 선정적인 사진이 게시된다.
문제는 이 게시판에 일반인들의 사진도 게시돼 ‘일반인 후기 모음’ 등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성인용품 온라인몰 후기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외 레깅스, 스포츠 브라, 스키니진 등 평범한 옷의 실제 착용 후기 사진도 ‘시리즈’ 별로 게시되고 있다. 일반인이 SNS에 올린 일상 사진도 신체 부위가 부각될 경우에는 이 게시판에 올라와 ‘일반인 인스타 사진’으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도 문제가 됐다. 특정 신체 부위를 지적하며 “XX하고 싶다” “저런 여자들은 XX해 줘야 한다”는 댓글들이 버젓이 공개된 상태로 남아있다. 일부 회원들이 “성희롱 수위가 심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자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커뮤니티 관리자가 불법촬영물과 불법 음란물, 여성 연예인과 미성년자에 대한 선정적인 게시물을 올리지 말 것을 공지하며 관리해 왔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문제의 게시판에는 일반인 여성들의 쇼핑몰 후기 사진들이 ‘후기녀’ ‘후기 모음집’ 등으로 게시되고 있다. 사진=에펨코리아 ‘수용소 갤러리’ 캡처
이처럼 일반인의 사진을 성적인 목적으로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성희롱성 모욕 발언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최근 유명 여초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경우도 일반인 남성 사진을 유포한 뒤 성희롱 발언을 한 다수의 여성 회원들이 피해 남성으로부터 피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유포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사진을 올렸다고 해서 그로 인한 성희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사고방식”이라며 “특히 이곳에서는 피해자들의 SNS 주소나 개인 신상정보 등이 함께 유포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커뮤니티 관리자 차원에서의 제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에펨코리아 측은 12일 오후 공지사항을 내고 “에펨코리아 수용소 게시판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법 기준으로 불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글은 애초부터 제재 조치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글, 댓글, 사진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관련 부분에 대해 정식 수사 기관에서 협조 요청이 올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외에 정식 기관에서 폐쇄 요청이 오거나 문제 삼으면 폐쇄 예정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현재 합법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게시판을 그대로 열어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