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9일 청담도끼(맨 앞)가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YTN배 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외국산마 부문
2020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외국산마는 청담도끼(미·7세)였다. 최근 2년간 73승을 거두며 다승 5위로 급상승한 박종곤 마방의 미국산 수말이다. 총 5회 출전해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를 하며 상금 5억 6540만 원을 벌었다. 세 차례 1군 대상경주에 모두 출전해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사실상 챔피언마다. 실제 레이팅에서도 13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경마장에서 제일 센 말’로 보면 틀림없다. 청담도끼보다 능력이 더 좋은 말은 없기 때문이다.
2020년 첫 번째 1군 대상경주였던 6월 헤럴드경제배(2000m·총상금 3억 원)에서 2위마를 4마신 차로 따돌리며 여유 있게 우승했다. 당시 단승식 배당 12.3배로 인기 순위는 4위에 그쳤다. 부산에서 올라온 트리플나인, 그레이트킹, 록초이스 세 마필이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선행 이후 뒷심까지 발휘한 청담도끼가 완승을 거두며 최강자임을 선언했다.
두 번째 대상경주였던 7월 YTN배(2000m·총상금 3억 5000만 원)에서 또다시 우승했다. 이번에도 박태종 기수가 강력한 선행작전을 펼친 후, 막판 뒷심까지 발휘하며 9마신 차 대승을 거뒀다. 당일 주로가 불량인 덕을 본 것으로 추측된다. 2위와 3위는 헤럴드경제배와 똑같이 티즈플랜과 샴로커가 차지했다.
1군 마지막 대상경주였던 8월 부산광역시장배(1800m·총상금 6억 원)에서는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실수 없이 선행작전으로 전력 승부를 펼쳤으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출발하자마자 코너가 시작되는 1800m 경주에서 티즈플랜은 돈 주고도 못산다는 1번을 뽑았다. 게다가 출발도 매우 빨랐고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까지 펼쳐 청담도끼를 막판에 역전했다.
청담도끼가 못 뛰었다기보다 티즈플랜이 정말 잘 뛴 경주였다. 소위 ‘인생 경주’를 펼친 것이다. 만약 티즈플랜이 외곽 게이트를 받았더라면 청담도끼의 ‘대상경주 3관왕’은 가능했다고 본다. 1위와의 차이가 1.5마신인 반면, 3위와의 차이는 6마신이나 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외국산마 2위는 당연히 티즈플랜(미·6세)이다. 2020년 다승왕에 오른 명 조교사 박재우 소속으로, 총 네 번 경주에 출전해 우승 2회와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5억 335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앞서 밝힌 대로 청담도끼와 세 차례 맞붙어 한 번 이기고, 두 번 졌다. 레이팅 점수가 138 대 134로 4점 차이가 나며, 능력 차이도 딱 그만큼이다. 세 번의 대상경주 맞짱 승부를 분석해볼 때 청담도끼에게 능력상 밀리는 게 분명하다.
다만 올해는 다를지도 모른다. 청담도끼가 이제는 7세가 됐기 때문이다. 7세에 대상경주 5관왕을 기록한 ‘실버울프’ 같은 괴물도 있긴 하나, 통상적으로 전성기가 지나 경주력이 떨어지는 나이라 올해는 티즈플랜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터치스타맨.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국내산마 부문
국내산마 부문에서 1위로 뽑은 마필은 터치스타맨(수·4세)이다. 대한민국 최고 명장 김영관 조교사 소속으로, 총 7회 출전해 우승 3회와 3위 2회를 기록하며 7억 4558만 원의 엄청난 상금을 벌었다. 서울과 부산 모든 마필을 통틀어 상금 부문 1위다.
삼관 경주의 첫 관문인 KRA컵마일(1600m·총상금 6억 원)에서 1마신 차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출발은 빨랐으나 자리 잡기에 실패해 시종 외곽을 선회했음에도 막판 엄청난 근성을 발휘하며 대역전에 성공했다. 두 번째 관문 코리안더비에서는 출발과 동시에 미끄러졌고, 종반에 진로가 막히는 바람에 폭발적인 추입력을 발휘하고도 3마신 차로 5위에 그쳤다. 경마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제대로 된 출발과 진로 막힘이 없었다면 삼관마 탄생도 가능했다.
8월 30일 펼쳐진 마지막 관문 농림부장관배(2000m·총상금 6억 원)에서는 4마신 차 낙승을 거두며 설욕전에 성공했다. 코리안더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 한판이었다. 초반부터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 가세했고, 4코너에서 미리 승부수를 던지며 선두에 나선 끝에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만큼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작전이었다. 최근 두 차례 경주에서는 5위와 3위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4세가 된 올해는 전성기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돼 2군은 물론 1군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국내산마 2위로 뽑은 마필은 이스트제트(수·4세)다. 작년 최다 출전을 기록하며 다승 부문 4위에 오른 서인석 마방의 마필로, 총 5회 출전해 4승을 기록하며 3억 8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대상경주에도 두 차례 출전, 우승과 4위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7월에 펼쳐진 SBS스포츠 스프린트에서는 아쉽게 4위에 그쳤지만 한 달 후 펼쳐진 서울마주협회장배(1200m·총상금 4억 원)에서는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단승식 배당이 156.8배로 전혀 주목받지 못했으나, 선입 전개 이후 막판 근성을 발휘하며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11월에 펼쳐진 1군 무대 첫 도전에서도 우승, 직전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다만 데뷔 후 지금까지 뛰었던 거리가 모두 1200m 이하라는 점에서 장거리 경주에서는 적응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이아로드.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암말 부문
암말 부문에서 1위로 선정한 마필은 단연 다이아로드(국1·5세)다. 2019년 실버울프로 암말 대상경주 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송문길 조교사 소속으로, 세 번 출전해서 모두 우승하며 4억 4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그중 대상경주가 두 번이었고, 나머지 한 번도 TJK(터키)트로피 특별경주로 내용 면에서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첫 번째 암말 대상경주였던 동아일보배(1800m·총상금 2억 5000만 원)에서 ‘중반 무빙’의 승부수를 띄우며 우승, 새로운 암말 챔피언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 대상경주 5관왕을 기록 중이던 같은 소속조의 실버울프를 3마신 차로 따돌리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뚝섬배(1400m·총상금 4억 원)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6마신 차 압승을 거뒀다. 출발이 평소보다 늦었고, 중반에 무리한 운영을 했다는 점에서 ‘완벽한’ 우승이었다. 2019년 실버울프가 재림한 느낌, ‘진짜가 나타났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했다. 암말 전문(?) 송문길 조교사가 올해도 암말 대상경주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위로 뽑은 마필은 코리안오크스의 주인공 우아륭(국3·4세)이다. 만년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안해양 마방의 보물 같은 존재로, 총 6회 출전해 우승 4회를 기록하며 4억 5000만 원의 상당한 상금을 벌었다. 상금만 놓고 보면 다이아로드보다 1000만 원이 많지만, 능력상으로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실제 마사회가 발표한 레이팅에서도 110 대 55로 더블스코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트리플티아라의 세 번째 관문인 경기도지사배가 열리지 못했다. 첫 번째 관문 루나스테이크에서는 9위에 그쳤으나, 두 번째 관문 코리안오크스에서는 능력 급상승과 최범현의 노련한 기승술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해당 조교사 안해양은 2008년 삼십년사랑(스포츠서울배) 이후 무려 12년 만에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