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LCC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2019년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국토부는 면허 발급 당시 2년 내 취항을 조건으로 면허를 내줬다. 때문에 이미 취항한 플라이강원 외에 두 항공사는 올 3월까지 취항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운항을 위해서는 AOC(항공운항증명)도 받아야 한다. 현재 신규 LCC 3사의 상황은 어떨까.
#자본금 바닥 드러내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 지연으로 인해 아직도 국토부로부터 AOC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AOC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가 운항을 개시하기 전에 안전운항을 위한 전문인력, 시설, 장비, 운항·정비지원체계를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간단히 말해 국토부가 항공사의 운항·정비관리 능력 등을 검토한 뒤 발급하는 항공안전면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 지연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토부로부터 AOC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AOC 발급을 위해서는 시범운항이 필수적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당초 2020년 7월 도입 예정이었던 보잉사의 항공기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3월 중 취항하지 못하면 2년 내 취항이라는 조건을 맞출 수 없어 항공운송면허 자체가 취소될 위기다. 매달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 등으로 인해 자본금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2월 중 항공기를 들여와 3월에 첫 취항을 계획으로 다각도로 노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청주국제공항에 거점을 둔 에어로케이는 2020년 10월 국토부에 신청서를 제출해 12월 28일 AOC를 취득했다. 최근 청주-제주 노선 취항을 계획으로 국토부에 노선 취항 허가를 신청했다. 운임신고 등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운항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취항을 하기도 전에 에어로케이는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비 등의 고정비 지출로 인해 480억 원의 자본금이 140억 원으로 줄면서 1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AOC 발급은 항공사 설립 마무리 단계가 아닌, 안전 운항체계 유지의무가 부여되는 안전관리의 시작 단계“라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감안해 에어로케이가 운항개시 이후에도 안전운항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능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에어로케이는 운항개시 이후에도 정부의 중점감독대상으로 특별 관리를 받게 된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취항 허가를 받는 대로 이르면 1월 말부터 운항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운항이 시작돼도 상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주-제주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총 6개 항공사가 운항 중이기 때문이다.
에어로케이는 180석 규모의 에어버스 A320 한 기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항 노선도 아직은 청주-제주 하나뿐이다. 사진=에어로케이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국제선 수요가 끊기자 단거리 아시아 국가들로 취항하던 LCC들이 노선을 모두 국내로 돌리면서 청주공항에도 잇따라 취항한 상황이다. 반면 에어로케이는 180석 규모의 에어버스 A320 한 기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항 노선도 아직은 청주-제주 하나뿐이다. 기존 항공사들 사이에서 항공기 1대의 단일 노선을 가진 항공사가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충청북도의회는 향후 청주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의 안착을 위한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청주공항 모기지 항공사가 안정적으로 취항할 수 있도록 기존 항공사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에어로케이를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 취항했지만 난항 예상
양양공항에 거점을 둔 플라이강원은 이미 2019년 10월에 AOC를 취득하고 그 해 11월 항공기 3대를 도입해 첫 취항했다. 신규 LCC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단 취항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취항 몇 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항공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바로 위기를 맞았다. 양양지역의 수요가 약하다는 점에서 국내선이 살아난다고 해도 국제선 운항이 활발해지기 전까지는 생존 여부가 미지수다. 플라이강원은 애초부터 국내선보다는 국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중형기재를 도입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중장거리 신규 노선을 운항할 방침이라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다.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2020년 7월과 8월 양양-김포, 양양-대구 노선을 각각 추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비운항 날짜가 많다. 플라이강원은 국제선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신규 투자자 확보를 통해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플라이강원의 매출액은 2019년 말 기준 8억 원인데 비해 영업손실은 149억 원이나 발생했다. 자본금 460억 원마저 소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2020년 16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참여율 저조로 무산됐다. 정부의 항공산업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현재는 전체 임직원 240명 가운데 필수 인력 80명을 제외한 16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이강원은 2020년 12월 강원도로부터 운항장려금 60억 원을 지원받으며 숨통을 틔웠다. 강원도의회는 2020년 12월 31일 ‘강원도 도내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 및 지원조례’를 개정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본 모기지 항공사의 긴급경영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예산의 범위에서 긴급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강원도가 플라이강원 설립 당시 운항 초기 3년 동안 120억 원의 운항장려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강원도는 60억 원의 지원금에 대해 플라이강원이 지원금의 2배에 해당하는 신규투자자를 확보할 것과 경영안정화 대책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플라이강원은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과 8월 양양-김포, 양양-대구 노선을 각각 추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비운항 날짜가 많은 상황이다. 사진=플라이강원 제공
#LCC는 이미 포화
신규 LCC 3사의 취항이 원활히 이뤄진다고 해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특히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한 통합 LCC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나머지 LCC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기존 LCC 시장은 사실상 통합 LCC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3개 항공사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통합 LCC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경우 신규 LCC는 가격 경쟁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격마저 밀린다면 신규 LCC는 취항 후에도 지속적인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가 44대이고 통합 LCC로 추진될 진에어는 28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각각 24대라는 점에서 기존 LCC의 벽은 높다. 운용 기재가 많고 운항 빈도가 높을수록 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신규 LCC 3사 가운데 2개 항공사의 거점공항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라는 점도 수요 창출의 한계를 드러낸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방역 강화로 인해 2020년 12월 국내 여객기를 탑승한 이용객은 172만 2351명으로 10월과 11월에 비해 한 달 만에 42% 감소했다. 기존 LCC들도 운항편을 상당부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1월에도 국내 여객 실적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제주행 편도 항공료가 1만 원 안쪽까지 떨어졌지만 그나마도 판매가 저조하다. 국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해외 상황은 국가별로 다르기에 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의 판매 저조와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신규 LCC들의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때문에 머지않아 신규 LCC 3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플라이강원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의 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으로부터 인수 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플라이강원은 매각설을 일축하며 기관투자자를 통한 200억 원의 자금유치 계획을 밝혔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도 정부에서 2019년에 신규 LCC들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시나리오다.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를 맞아 항공업계가 활황인 것 같았지만 당시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 국내 LCC는 이미 포화 상태였고 기존 LCC들이 출혈경쟁을 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국내 인구대비 수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대형 항공사까지 LCC 시장에 뛰어든 마당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 정부의 불찰”이라고 꼬집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