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강남의 밤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화려한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던 과거와 달리 불이 꺼져 스산해 보일 정도지만 실제로는 간판 불만 끄고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이 많다. 도시 골목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강남의 유흥업소들이 포진해 있다. 골목골목 유흥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권역이 크게 나뉘어 있다. 요즘에는 그런 권역이 보다 확실하게 구분되고 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역에 따라 요일별로 문을 여는 지역과 닫는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남의 한 대형 룸살롱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경찰 단속 루트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어느 요일은 어느 지역에 단속이 나온다는 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보니 요일에 따라 문을 여는 지역과 닫는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경찰 단속이 예정된 지역은 다들 문을 닫기 때문에 아무리 단속해도 걸릴 곳이 없다. 대신 단속이 예정되지 않은 지역에선 평소처럼 영업이 이뤄진다. 이제는 룸살롱을 자주 찾는 손님들도 다 알 정도다. 손님에게 예약 전화가 오면 업소에서 오늘 단속이 나올 것 같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추천해주고 있다. 사실상 룸살롱 영업정지는 끝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의심이 드는 부분은 역시나 유흥업계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다. 물론 경찰은 유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업계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선 입을 다문다. 그렇지만 사실상 유흥업계가 경찰 단속 일정을 빤히 알고 있다. 일부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이 정해진 패턴대로 단속을 하고 있어 몇 주 지나자 자연스럽게 단속을 피해갈 요령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이 고정적인 단속 루트와 다르게 움직일 때에도 이미 단속 일정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로 금세 알려지곤 한다고 귀띔했다.
거듭되는 집합금지 명령으로 보도방의 수입과 영향력만 커지고 있다. 연출된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한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한 유흥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접대여성을 공급하는 보도방의 급성장이다. 과거에는 접대여성을 공급하는 보도방과 공급받는 룸살롱 사이에 어느 정도 갑을관계가 성립했다. 그런데 이제 그 구도가 뒤집혔다. 보도방이 호프집이나 일반음식점을 활용해 직접 술자리를 주선하는 등 자체적인 영업을 시도해 큰돈을 벌기도 했으며, 단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접대여성들이 일한다는 명목으로 테이블차지(TC, Table Charge)와 2차비용을 대폭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보도방의 수익은 급증했고 룸살롱 측의 부담은 늘었다.
물론 룸살롱 측에서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손님들에게 받는 비용을 올릴 수 있지만 단골을 바탕으로 몰래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비용을 올릴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의 하소연이다.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집합금지 명령이 풀려야 한다. 평소에 비해 접대여성들의 TC가 두 배 정도 올랐다. 2차비용도 올랐다. 당장 돈이 급하기도 하고 단골을 잃을 수도 있어 불법영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 망한다. 유흥업소들의 영업을 정지시킨 이유가 정말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 때문이라면 제대로 영업은 하게 해주면서 QR코드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감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불법 영업이 판을 치면 방역에는 오히려 더 구멍이 나고, 보도방 업체들만 돈을 버는 엉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