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재테크 고수인 배우 전원주는 2000년 재테크 책을 내며 다양한 투자 강연에 연사로 초대되기도 했다. 사진=JTBC 제공
일반인들에게 연예인들의 재테크는 어지간한 월급쟁이들이 꿈도 꾸지 못할 돈이 오가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이따금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투자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이 있으면 관심이 집중됐다. 주식투자의 경우도 이른바 ‘주식부자’로 불리는 대주주 연예인이 아니라 큰돈이 아니지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투자종목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주목받았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재테크 고수를 꼽자면 배우 전원주를 빼놓을 수 없다. 투자보다 절약을 강조한 ‘절약테크’로 30억 원을 벌었다는 전원주는 2000년 재테크 책 ‘짱 아줌마, 전원주의 열흘 만에 졸업하는 코스닥학교’를 펴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로 남성 연예인들이 재테크에 성공한 사례로 소개됐고, 여성 연예인들은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저축 비법 등으로 여성잡지의 한 구석에 실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 자산관리부터 주식 투자까지 망라한 여성 연예인의 재테크 책이 나오자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전원주는 재테크 관련 강의의 초청 강연자 섭외 1순위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연예계 또 다른 재테크 고수 배우 엄앵란과 함께 한국투자증권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전국 순회 자산관리 투자강연회’의 초청연사로 초대돼 자신의 재테크 비법과 노하우를 공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원주는 1987년부터 주식을 시작한 ‘주식고수’다. 1990년대 후반에 믿고 맡겼던 운용담당자가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힌 뒤 종적을 감추면서 본인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담당 재무컨설턴트를 두고 운용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재테크 방식을 고수했다. 전원주는 투자 관련 방송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전 은행과 증권사를 방문해 투자 수익률을 직접 확인한다. 전문가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투자의 내용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재테크 성공 신화는 주식 투자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타고 재조명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안정적인 투자를 중시하는 송은이는 수익의 50%를 저금한다. 송은이는 1993년 금리 20%대의 연금 저축을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 사진=JTBC 제공
방송인 송은이도 소문난 재테크 스타다. 송은이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투자 고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송은이가 그동안 알려진 부동산 투자 연예인들과 다른 점은, 고액의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자산을 기준으로 대출 상한선을 두고 매입하는 식이었다. “주식도, 부동산도 투자는 10%(수익)에 만족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한다”는 게 송은이의 철칙이다.
친한 연예계 동료인 방송인 김생민 김숙과 오랜 기간 재테크 이야기를 나눈 것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김생민은 송은이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도 수차례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2017년 이들 셋이 꾸린 경제 상담(?)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송은이는 ‘안전한 투자’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데뷔 이후 수입의 50%를 꾸준히 저축하면서 적금으로 목돈을 모아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한 자산 관리에 힘썼다는 것. 심지어 그가 가지고 있는 은행 상품 중에는 은행 금리가 20%대에 달했던 1990년대 상품도 있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연예계 ‘재테크 여왕’으로 꼽히는 현영은 아이들에게도 재테크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KBS JOY 제공
현영의 재테크 강점은 통장 관리다. 2016년을 기준으로 현영은 연금보험 6개에 가입했으며 입출금‧목적형‧비상금용 등으로 목적을 세분화한 수십 개 통장을 혼자 관리했다. 그는 목돈이 모여도 금방 소비하기 쉬운 사람이라면 통장의 개설 목적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을 조언했다. 예컨대 딸의 20년 뒤 결혼 자금 등으로 정해놓는 식이다. 제1금융권보다 수익률이 더 좋은 저축은행 등을 활용하며 자산을 불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투자도 현영의 재테크 방식 중 하나다. 코스피도, 코스닥도 모르는 완전 초보가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50% 이상 손실을 보기도 했다는 솔직한 경험담은 ‘주식 초짜’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투자 원금의 10~15% 수익을 내면 어떤 경우에도 팔고 빠진다는 원칙을 세운 그는 아이들에게도 재테크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0년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현영은 아이들의 이름으로도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예인들의 투자방식과 재테크 관련 조언 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반반씩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비연예인들에겐 허용되지 않는 고액의 부동산 투자 대출이 연예인들만 가능하기 때문에 큰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며 “그래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조명받는 연예인들도 부동산보다 주식이나 기존 자산관리운용 측면에서 호응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의 투자 결과는 무조건 크게 성공하는 것 아니면 쪽박 차는 것, 극과 극만 외부로 보이기 때문에 그 결과만 보고 달려드는 건 잘못된 투자”라며 “오래도록 재테크 고수로 꼽히는 연예인들은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하는 안전한 투자를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