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측한 모양이 징그럽기까지 하건만 영국 콘월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누구나 즐겨 먹는 파이로 유명하다. 부푼 반죽 사이로 튀어나온 정어리 머리가 압권이다. 이 파이의 주재료는 이름 그대로 정어리지만, 기호에 따라 고등어나 청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패스트리 파이와 비릿한 생선이 어울리긴 한 걸까. 이에 콘월 주민들은 정어리에서 나오는 생선 기름이 파이 안으로 흘러들어가면 파이가 더 촉촉해지고 고소해진다고 말한다. 요컨대 먹어본 사람만이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생선 대가리를 파이 안에 넣어서 굽는 걸까.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먼 옛날 필요에 의해 이렇게 굽기 시작한 것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때는 16세기 무렵의 어느 겨울이었다. 겨울만 되면 마을 주민들은 기상악화로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갈 수 없었고, 이에 마을 전체는 추위와 함께 늘 굶주림에 시달리곤 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지역의 한 영웅이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역 어부인 톰 바콕이었다. 그는 아무도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던 때 손수 배를 몰고 폭풍우 치는 바다로 나갔고, 마침내 일곱 종류의 물고기(양미리, 전갱이, 정어리, 청어, 돔발상어 등)를 잡아 돌아왔다. 전해 내려오는 바로는 이렇게 잡아온 물고기를 모두 파이 반죽에 넣어 한꺼번에 구웠다. 다만 파이 안에 물고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물고기 머리가 껍질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수백 년 동안 이런 바콕의 업적은 매년 12월 23일마다 기념되어 왔다. ‘톰 바콕의 이브’라고 알려진 이 연례행사에서는 거대한 ‘정어리 파이’가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