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리그 톱클래스 손흥민·이재성
이번 시즌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 중 단연 돋보이는 스타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다. 절정의 감각을 보이며 ‘월드 클래스’로서 인정받고 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26경기에서 16골 8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17경기에서 넣은 골은 12골(리그 2위)이다. 리그 일정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개인 역대 최다골(14골) 기록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리그 순위는 6위로 처졌지만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단 2승 차이다. 리그컵에서는 결승에 진출한 상황이다. FA컵과 유로파리그 모두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최고 반열에 오르자 이적설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 최고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여름 손흥민과 계약 종료가 예정된 토트넘은 일찌감치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적 성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슈퍼 클럽’과 한국인 선수의 연결만으로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재성도 빛나고 있다. 유럽 진출 이후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재성은 첫 시즌부터 그랬듯 소속팀 홀슈타인 킬의 핵심 자원으로 나서고 있다. 리그 15라운드 전 경기에 출전했고 4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그 3골 2도움으로 공격포인트는 다소 줄었지만 팀 내 비중에는 흔들림이 없다.
이재성 입단 이후 킬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부 승격을 노리는 킬은 15일 현재 3위에 올라 있다. 1위 함부르크와 승점 차이는 단 1점이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킬과 계약이 끝나는 이재성은 승격과 함께 웃으며 팀과 이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대어’ 바이에른 뮌헨을 잡으며 DFB 포칼 16강에 올랐다. FA 자격을 얻은 이후 이적을 모색 중인 이재성의 뮌헨전 활약은 ‘이적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날 경기에 앞서 적장 한지 플릭이 위협적인 선수로 꼽을 만큼 이재성은 독일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팀의 핵심 자원인 이재성의 입지는 지난 3시즌간 변화가 없다. 14일에는 컵대회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승리하는 등 최근 팀 분위기도 좋다. 사진=홀슈타인 킬 페이스북
#시련 겪는 선수들
손흥민 이재성 등과 함께 대표팀 공격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황의조와 황희찬은 지난 시즌에 비해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 시즌 황의조는 유럽 진출 첫 시즌이었음에도 26경기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희찬은 40경기 16골 22도움으로 개인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독일 강호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하지만 황의조와 황희찬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황의조는 입지에는 흔들림이 없지만 공격수로서 공격포인트가 적다. 17경기에서 2골 2도움만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빈도가 높아졌기에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포인트 4개 중 3개를 지난 12월부터 기록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황희찬은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라이프치히 핵심 공격수였던 티모 베르너의 이적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보다 경기 출전이 적었다. 주로 교체로 경기장을 밟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이라는 악재까지 터졌다. 유독 증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지며 오랜 기간 회복에 전념해야 했다. 지난 9일에서야 약 2개월 만에 경기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 내 한국인 선수 중 이적 이슈가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은 이강인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장을 밟는 빈도를 높이며 입지는 커졌지만 팀의 불안한 상황이 문제다. 발렌시아는 주전 5명을 포함해 많은 선수를 내보냈지만 이렇다 할 보강이 없이 시즌을 맞이했다. 전력 약화는 필연적이었다. 명문 발렌시아의 순위는 14위까지 떨어졌다. 이강인도 ‘탈출’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년 전에 비해 출전 시간은 늘었지만 불안한 팀 전력이 이강인을 흔들고 있다.
분데스 프라이부르크의 한국인 듀오 권창훈과 정우영은 교체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발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전망은 ‘동생’ 정우영이 비교적 밝다. 1999년생 정우영은 길게 내다보고 주전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권창훈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감염, 최근에는 무릎 부상까지 당하는 등 불운이 겹치고 있다. 이에 더해 올여름 국내 복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군 복무를 위해서다. 권창훈의 유럽 커리어는 이번 시즌으로 마감될 공산이 크다.
매 시즌 위기를 맞았던 이승우는 또 다시 고비를 만났다. 시즌 초반 한때 주전으로 출장하며 멀티골을 기록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 12월 중순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새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 교체로 나선 이후 4경기에서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전력에서 제외되는 모양새다. 바르셀로나 시절 함께 주목을 받았던 백승호가 많지 않았던 기회를 살려내며 팀 내 입지를 넓힌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 승선을 위해서라도 이승우는 반전이 필요하다.
이승우는 새 감독 부임 이후 5경기 중 단 1경기에만 교체로 출장했다. 4경기 연속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진=신트 트라위던 페이스북
#소속팀 내 입지가 대표팀에도 영향
유럽파 선수들의 각각 소속팀 내 상황은 대표팀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11월 열린 A매치 2연전에서 선수들의 소속팀 입지가 경기장 위에서 드러났다.
당시 대표팀은 강팀 멕시코를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멕시코의 강한 압박을 뚫는 과정에서 돋보인 선수는 손흥민과 이재성이었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장과 안정적 활약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표팀에서도 자신이 전력의 핵심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유럽 내 활약 중인 선수들은 대부분이 현재 또는 대표팀의 잠재 전력이다. 그중 일부(백승호 이강인 이승우 정우영 등)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오는 7월 개막이 예정된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설 대표팀 자원이기도 하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대회. A대표 역시 월드컵 지역 예선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유럽파 선수들의 소속팀 안착은 대표팀의 중요한 과제다. 대표팀 전력 안정화를 위해서도 이번 시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의 반전이 필요하다.
▲유럽리거 2020-2021시즌 기록 ◇권창훈(프라이부르크)=10경기 1골 ◇백승호(다름슈타트)=13경기 1골 3도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26경기 16골 8도움 ◇윤일록(몽펠리에)=11경기 ◇이강인(발렌시아)=13경기 1골 3도움 ◇이승우(신트 트라위던)=13경기 2골 ◇이재성(홀슈타인 킬)=17경기 5골 2도움 ◇정우영(프라이부르크)=13경기 1골 ◇지동원(마인츠)=7경기 ◇황의조(지롱댕 보르도)=17경기 2골 2도움 ◇황희찬(라이프치히)=8경기 1골 1도움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