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이 개막했다. e스포츠는 비대면 진행이 가능하기에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큰 무리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2019 섬머 시즌 결승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
북미(LCS), 중국(LPL), 유럽(LEC) 등 다른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리그에서 이미 도입된 바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2021시즌 LCK에도 상륙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핵심은 리그 사무국이 리그 전체 성장을 위해 독점적 운영권을 갖는 것이다. 신생 구단 창단과 리그 가입의 장벽이 높다. 미국의 프로 스포츠 시스템을 떠올리면 이해가 편하다.
기존 체제와 큰 차이점은 승강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리그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공존을 추구하기에 승강제를 거부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2부리그로 운영되던 기존의 챌린저스 코리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부리그 10팀, 2부리그 8팀으로 운영되던 국내 LoL 프로리그는 1부 10개 팀으로 숫자가 줄어들게 됐다.
8개 구단과 2부리그가 사라졌지만 국내 게이머 풀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각 구단들의 2군 운영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2군 리그가 진행된다. NBA의 G리그, 메이저리그의 마이너리그 개념이다. 유럽의 축구팀이 B팀을 운영하며 하부리그에 참여하는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플레이오프 진행 방식도 달라졌다. 5위까지 플레이오프를 진행했던 기존과 달리 6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되며 KBL(한국프로농구)과 비슷한 형태가 됐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결승전에 미리 올라 도전자를 기다렸던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 모델에서 정규리그 1, 2위 팀이 4강부터 합류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리그 구성원들의 최저 연봉 기준도 높아졌다. 1군 선수단과 감독은 기존 2000만 원에서 이번 시즌부터 6000만 원을 보장받는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수준이다. 4대 프로리그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리그의 최저 연봉은 24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LCK 코치의 경우 최소 4000만 원을 보장받는다.
‘세계 챔피언’ 담원은 기아자동차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사진=담원 기아 페이스북
#간판 바꿔단 LCK 구단들
프랜차이즈 시스템 출범과 함께 LCK에 참가하는 구단들의 간판이 대거 달라졌다. 안정적 리그 참가가 가능해졌고 e스포츠 시장의 잠재력이 점차 확대되며 굴지의 대기업들이 새로운 스폰서 또는 구단 운영 주체로 나섰다.
지난 스토브리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디펜딩 챔피언 담원 게이밍의 새 스폰서였다. 2019시즌 1부리그로 승격, 2020시즌 LCK와 롤드컵 우승을 이룬 담원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팀이다. LCK의 프랜차이즈 시스템 전환과 함께 대기업 스폰서와 손을 잡을 것이 예상됐고 그 주인공에 많은 눈길이 쏠렸다.
담원의 새 스폰서는 기아자동차다. 단순 스폰서 계약이 아닌 팀명에 ‘KIA’를 넣는 네이밍 스폰서십이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 전 종목에서 스포츠단을 운영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e스포츠에도 발을 들인다. 앞서 2019년 유럽 무대(LEC) 스폰서십으로 e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이번 시즌에 앞서 팀 나이나믹스는 농심 레드포스로 탈바꿈했다. 식품업체로 유명한 농심이 팀을 인수한 것이다. 이외에도 국민은행(리브 샌드박스), 한국야쿠르트(프레딧 브리온) 등이 새로운 스폰서로 리그에 참가한다. 기존 SK(T1), kt(kt 롤스터), 한화생명(한화생명 e스포츠)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대 기업들의 LCK 참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하지 않은 DRX, 젠지 e스포츠 역시 레드불, 한성자동차 등이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LCK 10구단의 유니폼 스폰서도 대형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마케팅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LCK만큼은 예외다. 다른 종목에서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를 LCK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업체 나이키는 2020년 e스포츠 최고 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이름을 새긴 의류를 출시하고 그의 소속팀 SK T1 유니폼 스폰서로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 의류를 입고 경기에 나선다. 사진= SK T1 페이스북
#새 시즌 리그 판도는
이번 시즌 역시 리그 판도는 ‘세계 챔피언’ 담원 기아가 쥐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담원은 지난 시즌 LCK와 롤드컵을 연속 석권했던 핵심 멤버들을 대부분 지켜냈다.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만 중국(FPX)으로 이적했을 뿐 ‘베릴’ 조건희, ‘쇼메이커’ 허수, ‘캐니언’ 김건부, ‘고스트’ 장용준이 팀에 남았다. 너구리의 빈자리는 SK T1 등을 거치며 우승을 경험했던 ‘칸’ 김동하가 채웠다.
선수단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가 달라졌다. 그간 담원의 성공시대를 이끌어온 이재민 감독, 양대인 코치와 계약이 종료됐다. 후임자는 LCK 최고 스타 지도자로 손꼽히는 김정균 감독이다. 김 감독은 부임 직후 2021시즌 전초전 격으로 열린 2020 LoL 케스파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담원의 강력함을 이어갔다. 김 감독 지도자 커리어에서 16번째 우승이었다.
담원의 뒤를 이어 상위권을 형성할 팀으로는 젠지와 T1이 꼽힌다. 이들은 이미 지난 시즌(2020 섬머)에도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상위권 전력이다. 젠지는 LCK에서 보기 드물게 지난 시즌 주전 라인업을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해외 진출 선수조차 없다. 안정적 전력으로 수성을 노리고 있다.
T1 역시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했던 전력들이 대거 팀에 남아 있다. 큰 변화는 코칭 스태프에 있었다. 담원의 성공을 이끈 이재민 감독과 양대인 코치가 나란히 T1을 이끌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담원 사령탑이었던 이재민 감독이 T1 코치가 됐고 코치를 맡았던 양대인이 T1에서는 감독이 됐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T1은 당대 e스포츠 최고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의 활약 여부다. 페이커는 지난 시즌 주전과 후보를 오가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인 바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DRX는 올해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LCK 준우승, 롤드컵 8강 진출을 이뤄냈던 DRX 멤버들 대부분이 팀을 떠났다. 당시 주축 멤버 중 정글 라이너 ‘표식’ 홍창현만 홀로 남았다. 지난 케스파컵에서도 1승 3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조별리그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구단은 한화생명이다. 지난 시즌 9위로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구단으로 평가받는다. DRX의 돌풍을 이끌고 이탈한 ‘데프트’ 김혁규, ‘초비’ 정지훈 등 ‘거물’을 영입했다.
새롭게 단장한 2021시즌은 LCK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프렌차이즈 시스템 도입, 대규모 자본의 참여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최초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LoL 역시 아시안게임 입성을 앞두고 있다. 대회 준비에 대한 밑그림 역시 LCK에서 그려질 전망이다. 역사에 남을 시즌이 될 2021시즌, LCK에서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