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의 주연 윤시윤 vs 주원 비교분석

생초짜 ‘투톱’이 맛나게 ‘연기 반죽’

▲ 윤시윤(왼쪽)과 주원이 촬영장에서 다정한 포즈로 웃고 있다.

소지섭 윤계상 김남길 김현중 이승기. 2010년 현재 최고의 남성 스타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폭발적인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흥행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이승기 정도가 겨우 두 자릿 수 시청률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제치고 최근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린 주인공들이 있다. 바로 ‘김탁구’ 윤시윤과 ‘구마준’ 주원이다. 둘 다 <제빵왕 김탁구>가 첫 출연 드라마인 ‘생 초짜’들. 그러나 드라마가 뜨면서 이들도 덩달아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빵’에 대한 열정은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의 극중 김탁구와 구마준처럼 윤시윤과 주원 역시 ‘연기’에 대한 열정은 같아도 스타일 면에선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일요신문>에선 그들의 ‘제빵 대결’이 아닌 ‘연기 대결’을 지면으로 펼쳐 보인다.

@갸우뚱한 ‘기대주’ VS 본 듯한 ‘듣보잡’
MBC <로드 넘버 원>의 경험 많은 투톱 소지섭 윤계상, SBS <나쁜 남자>의 파괴력 있는 원톱 김남길과 대항해야 하는 KBS <제빵왕 김탁구>는 공격진에 약점이 분명했다. 전광렬 전인화의 막강한 ‘전전라인’이 중원을 지휘하고 정성모가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 많은 유진과 창의적인 이영아가 측면 미드필더를 맡았다. 게다가 장항선 박상면 이한위 박성웅으로 이어지는 수비진도 탄탄하다. 다만 골을 넣어야 할 스트라이커가 윤시윤과 주원만이 검증 안 된 신인들이다.

그나마 윤시윤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김병욱 PD에게 발탁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해 ‘제2의 정일우’라는 평을 받은 것. 그렇지만 신세경과 황정음처럼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확실한 스타덤에 오른 이들에겐 밀리는 분위기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드라마가 아닌 예능국 제작 시트콤이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과연 윤시윤이 정일우처럼 확실하게 스타덤에 오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엔 갸우뚱한 반응을 보이는 연예관계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주원 본인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캐스팅 당시만 해도 그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었다. 신인인 탓에 듣도 보도 못한 데다 데뷔작부터 악역이라 ‘잡놈’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사실 그는 <알타보이즈> <싱글즈> <그리스> 등의 작품에 출연해온 뮤지컬 배우다.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데뷔작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가에서도 <제빵왕 김탁구>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미니시리즈가 아닌 30부작 시대극인 데다 출연진의 면면을 볼 때 중원과 수비진은 막강한 만큼 일정한 고정 시청자만 확보한다면 ‘조기 종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대세였다. 시청률을 올릴 공격수가 약한 데 반해 동일 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모두 최강 골잡이를 내세운 미니시리즈인 터라 시청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것. 그렇지만 예상 외로 이들 두 신예 공격수가 골 폭풍을 몰아치며 <제빵왕 김탁구>는 꿈의 시청률인 50%까지 넘보는 흥행 신화를 만들어냈다.

@쇼핑몰 피팅모델 VS 혼성그룹 리드보컬
3년 전인 2007년으로 돌아가면 이들 두 공격수의 모습은 정반대가 된다. 우선 윤시윤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고교시절까지 쓰던 이름 윤동구를 대학 진학 이후 윤시윤으로 개명한 그는 경기대학교 연기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팀 선수였다는 얘기인데 학창 시절 동안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발탁된 적 없는 무명의 선수일 뿐이었다. 따라서 대학 졸업 후 프로팀 진출이 힘든 상황이었다.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도 쉽진 않았다. 물류 창고에서 짐을 나르고 고깃 집에서 불판을 가는 등 본인 말로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을 정도라고 한다.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게 연예계 진출의 시작이 됐지만 그 역시 연예기획사의 길거리 캐스팅은 아니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쇼핑몰 피팅 모델 제안을 받은 것. 그렇게 쇼핑몰 피팅 모델이 됐고 그 사진을 본 광고업계 관계자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하며 CF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해 결국 김병욱 PD에게 발탁됐다. 광주 출신의 무명의 대학팀 선수는 최고의 스타 조련사를 만나면서 급변한다.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는 김병욱 PD의 시트콤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하게 된 것.

반면 주원은 2007년 이미 연예계에 데뷔했다. 5인조 혼성그룹 ‘프리즈’의 리드보컬로 발탁돼 2007년 데뷔 음반 <너의 꿈을 말해봐>를 들고 가요계에 입성했다. 연기를 축구에 비유하고 노래를 야구로 비유한다면 주원은 2007년 이미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한 게 된다. 5인조 그룹의 리드보컬이니 신인 지명 순위도 높았던 기대주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시윤이 고깃집에서 불판을 뒤집고 있을 때 주원은 이미 가요로 연예계에 입성해 있었다.

그렇지만 ‘프리즈’는 대중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는 데 실패했고 주원은 그룹에서 탈퇴했다. 본인 표현대로라면 그 이유는 “잘 안 돼서 그만뒀다”였다. 그런 뒤 주원은 공연계로 발길을 돌려 뮤지컬 배우로 재기를 모색한다. 리드 보컬로 가수 데뷔를 했을 만큼 가창력을 갖춘 데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던 것. 그렇게 주원은 연기를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김탁구 VS 구마준
2010년 5월, 드디어 두 사람이 조우하게 된다. 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이들 두 배우가 캐스팅된 것. 갸우뚱 하는 시선도 있지만 여하튼 김병욱 PD를 통해 기대주로 거듭난 윤시윤이 타이틀 롤인 김탁구를 맡고 그의 숙적인 구마준 역할로 주원이 캐스팅됐다. 한 살 차이(윤시윤이 86년생, 주원은 87년생이다)인 두 배우는 촬영장에선 절친한 형 동생사이로 친구처럼 지내고 있지만 브라운관에 들어가면 최강의 라이벌이 된다. 엇갈린 행보를 거치며 드라마 데뷔작에서 시청률(골)을 책임져야 하는 주연 역할(스트라이커)을 맡은 이들 두 배우가 촬영 현장에선 어떤 모습일까. 생생한 모습을 전하기 위해 제작보고회와 촬영현장 공개, 그리고 기자간담회 등에서 이들에게 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두 배우의 대화 형식으로 편집했다.

주원(주): 드라마 데뷔작인데 시청률이 너무 높게 나와서 기뻐요. 모두 훌륭한 선배 배우님들과 강철 체력의 제작진 덕분이죠. 전 데뷔작이라 부담이 컸는데 형(윤시윤)은 타이틀 롤이라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아요.

윤시윤(윤): 처음 캐스팅된 뒤에 이런 얘길 자주 했어. 비록 윤시윤은 부족한 배우지만 김탁구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라고. 보이지 않는 진심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탁구의 힘’을 난 믿었거든. 오히려 네가 데뷔작부터 악역이라 고생 많았을 것 같아.

주: 그래서 악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구마준이라는 캐릭터에만 충실하기로 했어요. 악역이라는 설정보다는 그가 가진 아픔을 같이 느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구마준이라는 사람과 그의 아픔, 그리고 김탁구와의 대립 구도를 최대한 잘 보여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좀 쉽더라고요.

윤: 드라마는 처음이라 적응도 쉽지 않았을 거야. 뮤지컬이랑 뭐가 가장 다르니?

주: 뮤지컬 무대는 충분한 연습 시간이 보장되는 데 드라마는 대본이 정말 빨리 나와야 촬영 3일 전이라 연습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대본을 순발력 있게 숙지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며칠씩 밤을 새고 잠을 자도 두세 시간에 불과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좀 힘들었고요. 그런데 형은 바쁜 촬영 중에도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더라고요.

윤: 아직은 많이 부족한 편이라 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곤 해. 모니터를 하는 것도 과연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보기 위해서지. 어느 부분은 잘했고 또 어느 부분은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해. 다만 얼마나 열심히 촬영했고 또 어떻게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만 생각하지.

주: 난 제빵실에서 촬영할 때 형이랑 장난삼아 역할을 바꿔 연기해봤던 기억이 종종 나요. 어차피 연기니까 내가 김탁구를 하고 형이 구마준을 해도 잘 어울릴 줄 알았는데 영 어색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다 자기한테 맡는 역할이 있나 보다 생각했었어요.

윤: 난 네가 유진 누나랑 첫 번째 키스신 찍을 때가 가장 기억나. 나중에 유진 누나가 그러더라. 남자에게 강제로 당하는 키스신은 처음이었는데 네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 꼼짝도 못하겠더라고.

주: 저야말로 형이랑 유진 누나의 키스신을 보고 얼마나 고민 많았는지 몰라요. 나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촬영을 시작했는데 그땐 너무 정신없이 찍어서 키스를 했는지 입을 부딪친 건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저 실제로 키스할 땐 정말 부드럽게 해요(웃음).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
재미삼아 편집한 대화지만 그만큼 두 배우는 겸손하게 그들이 이룬 시청률 대박을 즐기며 앞날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 절정기를 이끈 김탁구와 구마준의 ‘제빵’ 경합은 이미 끝이 났어도 진정한 연기 대결은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2010년 연예계 현실을 놓고 볼 때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는 주원이다.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던 터라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역을 잘 소화해내며 입증 받은 연기력 또한 일품이다. 그것도 단순히 시청자들의 욕을 부르는 악역이 아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나쁜 남자’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185㎝의 훤칠한 키에 균형 잡힌 외모 등 비주얼도 흠잡을 데 없어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배우다. 연말 KBS 연기대상 신인상은 이미 주원으로 결정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제빵왕 김탁구>의 최대 수혜주로 이미 각종 CF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윤시윤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엔 가창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본인이 직접 “노래는 잘 못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만능 엔터테이너보다는 배우로서의 올곧은 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제빵왕 김탁구>의 장항선 등 중견 배우들이 손꼽은 윤시윤의 장점은 ‘진심을 담아낸 연기’다. 연기파 배우로 대성할 수 있는 자질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이면서도 꽃미남 계보를 이어갈 만한 얼굴 생김새로 여성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월드컵 특수를 이겨내며 기록한 높은 시청률만 놓고 보면 ‘대상’도 아깝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윤시윤 역시 연말 연기대상에서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두 배우 모두 차기작에서의 활약이 중요해 보인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제빵왕 김탁구>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해낸 윤시윤 입장에선 차기작 흥행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윤시윤보다 더 각광받던 정일우는 차기작 흥행 성적 미비로 활동이 다소 주춤해졌다. 주원은 악역 이미지를 하루 빨리 벗어나 또 다른 색깔의 배우로 변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e-mail]

그들의 실제 제빵 실력은?

TV 밖의 제빵왕은 구마준

드라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빵왕이 김탁구다. 제빵 경합에서는 물론 봉빵 경합에서도 구마준은 번번이 김탁구에게 졌다. 그렇다면 실제 제빵 실력은 어떨까. <제빵왕 김탁구> 출연진은 하나같이 구마준 역할의 주원이 훨씬 더 빵을 잘 만든다고 얘기한다. 그러니 실제론 구마준이 제빵왕인 셈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시윤과 주원의 제빵 스타일이 극중 김탁구와 구마준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

“(윤)시윤이 형은 정말 김탁구처럼 빵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친다”는 주원은 “아무래도 난 배운 대로 똑같이 빵을 만드는 편인데 시윤이 형은 빵을 만들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려 한다”고 얘기한다.

빵을 잘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윤시윤 역시 동의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거북이 빵’ ‘토끼 빵’ ‘탁구와 유경이 빵’ 등 상상력을 발휘한 색다른 빵을 만든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렇지만 박성웅의 설명은 다르다. “처음부터 거북이를 만들려던 게 아니라 보통의 빵을 만들려다 실패해 모양이 그런 모습으로 나온 것”이라고 폭로(?)하며 “탁구(윤시윤)는 상상력 있게 만들고, 마준(주원)이는 잘 만들고, 미순(이영아)이는 잘 먹는다”며 후배 배우들의 제빵 실력을 설명했다.

윤시윤은 성격 역시 김탁구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데 반해 주원은 정반대라고. 특히 악역을 맡기에는 성격이 너무 온순하고 착한 편이라고 한다. 현장에서도 동료 배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데 기자간담회나 현장 공개 같은 자리에서도 극중 구마준과는 달리 친화력 있고 매너 넘치는 모습을 보여 취재진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