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시작점이 된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의 피해자 김상교 씨가 효연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버닝썬과 마약’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연예계에 던져 놓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1497호에 게재된 ‘[18금연예통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스타 인 더 버닝썬’’ 기사를 접한 뒤 한 연예관계자는 “꺼진 불이 아니라 이제 막 새로운 불이 시작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명 버닝썬 이슈는 이미 2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며 황하나 관련 논란도 그가 박유천과 헤어지며 연예계와 무관한 이슈가 됐다. 그렇지만 다 지난 이슈가 요즘 돌아가는 상황과 뭔가 하나둘씩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다.
사실 ‘마약’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그만큼 마약이 암암리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누가 마약에 빠졌느냐보다, 누가 적발당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불법이지만 플리바게닝(피고인이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이 사실상 존재하는 국내 마약 수사 방식을 놓고 볼 때 연예인 마약 관련 정보는 수사기관에 넘쳐난다고 연예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언제 터지냐가 관건일 뿐. 다음은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말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서울과 부산 시장 등 재보궐 선거가 있고 하반기는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꼭 연예인 대형 이슈가 터진다. 게다가 이제 마약 수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서 담당한다. 경찰 입장에선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올해 초 경찰의 수사력을 드러낼 성과를 원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좋은 재료가 연예인 마약 사건일 수 있다. 올봄이나 빠르면 그 전에 연예계에 마약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많은 연예관계자들은 2001년~2002년 연예계 마약 광풍을 언급하곤 한다. 당시 황수정을 비롯해 싸이 성현아 정찬 등 수많은 연예인이 마약 불법 투약으로 사법 처벌을 받았다. 수시로 연예인이 경찰이나 검찰에 출두해 마약 관련 수사를 받았으며 일부 연예인은 수사기관 출두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마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수사기관을 통해 마약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연예계 원로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11월에 수원지검 강력부에서 황수정 마약 사건을 터트렸다. 그리고 아주 난리가 났다. 서울 강남에서 터진 톱스타 마약 사건을 수원지검에 빼앗긴 서울지검 마약수사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연예인 마약 수사에 돌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찰도 분주해졌다. 특히 당시 ‘연예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용산경찰서 강력1반이 정말 무시무시했다. 황수정 사건 터지고 하루 이틀 뒤에 바로 용산경찰서에서 싸이 대마초 사건을 터트렸다. 이미 싸이 사건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몇 달 동안 어제는 누가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고 오늘은 누가 용산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간다는 얘기가 거의 매일 들려왔다. 그렇게 경쟁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만큼 성과도 나오는 영역이 연예인 마약 수사다. 2021년 1월 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져 이제 마약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검찰과의 수사 경쟁은 사라졌다지만 그만큼 경찰은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 터라 조급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정 마약 사건이 불거진 2001년 11월부터 2002년까지 연예계에선 마약 광풍이 불었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는 성현아를, 용산경찰서 강력1반은 싸이 등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DB
실제로 황수정 마약 사건이 불거진 2001년 11월부터 2002년까지 연예계에선 마약 광풍이 불었다. 당시 어지간한 스타급 연예인은 대부분 한두 번 경찰이나 검찰에서 마약 검사를 받았을 정도다. 그 결과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는 성현아를, 용산경찰서 강력1반은 싸이와 정찬 등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다른 연예계 원로는 한번 시작된 광풍은 마약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부분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된 검찰까지 대대적인 연예인 수사에 참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진 연예계 마약 광풍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바로 검찰의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PR비 파문으로 시작해 연예인 성매매까지 다가갔다가 담당 부장검사가 지방으로 쫓겨나면서 마무리된 그 유명한 2002년 연예계 비리수사다. 마약으로 시작해 연예계를 쥐 잡듯이 뒤지다 대대적인 비리수사로 이어진 건데 이번에도 경찰이 마약 수사를 위해 연예계를 뒤지기 시작하면 분명 다른 약한 고리에서 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검찰도 연예인 수사에 뛰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제한됐지만 수사라는 게 이렇게 저렇게 엮으면 못 할 게 없다. 만약 경찰이 큰 연예인 마약 사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면 검찰 역시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수사 등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본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수사로 제한됐다. 그렇지만 연예계 비리 수사나 연예인 성상납(내지는 스폰서) 등의 영역은 충분히 부패범죄나 경제범죄, 그리고 공직자 관련 범죄 등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년 전 연예계처럼 2021년에도 연예계가 초토화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추측일 뿐이다. 게다가 20년 전 상황을 기억하는 원로급 연예관계자들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일 뿐 실제 현장에는 당시 연예계 분위기를 잘 모르는 연예관계자들도 많다. 또 현직 연예관계자들은 연예계가 당시와 많이 변했다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정치권에서 대형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연예계에서 대형 이슈가 불거지곤 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연예인 사건사고는 대중의 관심을 한 번에 집중시킨다. 과거 여러 차례 경찰과 검찰이 연예인 관련 수사를 두고 경쟁 상황을 연출했던 까닭 역시 바로 그 엄청난 이슈 파급력에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