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임준선 기자
다만 정부가 기존 규제를 유지하면서 ‘공공’ 형태의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수요 우위인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역세권 개발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3기 신도시 보상금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2017~2020년)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약 4만 3000채 규모다. 박근혜 정부(2013∼2016년) 약 3만 2000채,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 연평균 약 3만 4000채보다 많다.
하지만 평균의 오류가 존재한다. 2017년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7만 4984채로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2018년 3만 2848채로 반토막이 난 뒤 2019년 3만 6220채로 소폭 늘었다가 2020년(1∼11월) 2만 4867채로 급감했다. 지난해 물량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2만 6262채)이다.
집값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 간 핵심 쟁점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나온 정부의 대책은 서울시에 집중된다. 우선 지난 1월 20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서울 지하철 인근의 일반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200~250%에서 700%까지 허용하는 내용이다.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경우 용적률 700%까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서울 지하철역 307곳 가운데 일반 주거지역 100곳의 용적률이 지금보다 최대 3배 상승해 역세권 주택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됐다.
앞서 서울시는 2월부터 7층 이하로 제한된 제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최고 15층까지 건물을 짓도록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설 전 특단의 대책’의 내용을 미리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서울시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일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자를 위한 일부 금융규제 완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공급확대가 실제 서울 집값을 떨어뜨릴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현황을 보면 지난 12월 전국에서 법인이 매도한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아파트 포함)은 총 5만 87건으로, 전달(3만 3152건)보다 51.1%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법인 보유 주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 법인세율에 더해지는 추가세율이 10%에서 20%로 인상된다. 지난해 7월에도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으로 법인의 주택거래 세제를 강화하면서 많은 매물이 쏟아졌다.
지난 12월 법인이 매도한 주택의 92.4%를 개인이 매수했고, 4.4%는 다른 법인이, 3.2%는 기타 매수자가 사들였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이른바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개인들이 매물을 받아주면서 가격 하락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 공급이 늘어도 이를 받아낼 수요와 자금력이 상당하다. 특히 3기 신도시 예정지 6곳 중 현재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에 대한 토지보상 협의가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의 보상금을 약 23조 원, 시흥 거모·인천 검암·부천 역곡 등 공공주택지구의 보상금을 약 7조 5000억 원으로 각각 추정한다. 택지개발과 관련한 토지보상금이 30조 5000억 원가량인 셈이다.
과거 토지보상금은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인근 지역 부동산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아 토지·주택의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토지보상금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를 보면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의 2004~2006년 지가변동률은 각각 24.9%, 22.5%로 전국 평균(15.2%)을 크게 웃돌았다. 세종은 같은 기간 평균보다 4.9배 높은 73.9%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3기 신도시의 위치는 2기 때보다 서울에 더 근접했다. ‘똘똘한 한 채’를 위해 보상금으로 서울 주택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는 가급적 대토 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을 유도해 보상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막을 방침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인근에서 이뤄진 보상(과천 주암, 성남 금토, 구리갈매역세권)에서 대토비율은 20%대에 그쳤다. 설령 서울 진입을 막더라도 수도권 지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변수는 보상금의 부동산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는 채권보상이다.
보통 토지보상금액의 20~30%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한 해 감면 한도는 1억 원이다. 대토는 일괄적으로 40% 감면을 받지만 보상 대상자가 한정된다. 사업시행자가 대토를 할당한 비율에 따라 보상 대상자 범위가 다르다. 시가변동 위험이 있고, 유동화가 쉽지 않은 단점도 존재한다.
채권은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하고 길게 보유할수록 감면율이 높아진다. 5년 40%, 3년 30%, 1년 이내 15%다. 채권은 토지주택공사와 지방공사들이 발행하는 1년, 3년, 5년 만기 채권이다. 통상 국고채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발행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상자들의 선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