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전 의원이 2020년 12월 28일 국회 사무총장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애초 여권 내부에선 김 전 의원 불출마를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보궐선거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치러지는 만큼 승산이 높지 않은 데다, 낙선 땐 정치적 내상이 불가피해서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 때 부산 진갑에 출격했지만, 45.0% 득표율로 석패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승부수를 띄웠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권 수뇌부 등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노무현 행보’는 공식 출마 전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측근 일부만 수행한 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21대 국회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이다.
김 전 의원은 방명록에 “개혁의 길 멈추지 않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못다 하신 부산의 꿈, 반드시 이루겠습니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김 전 의원은 직후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또 어려운 싸움을 하러 내려왔느냐”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1월 12일 공식 출마 선언 이후 가는 곳곳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1월 14일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선 “이명박근혜가 무너뜨린 노무현의 꿈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 “차기 대선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실제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유사한 점이 많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시 재선을 했던 서울 광진갑을 포기하고 부산으로 낙향했다. 결과는 낙선. 2014년과 2018년 부산시장 선거 땐 오거돈 전 시장에게 밀렸다.
노 전 대통령도 ‘부산시장 낙선(1995년)→서울 종로 재보선 당선(1998년)→부산 북강서을 낙선(2000년 총선)’ 등의 과정을 거쳤다. 부산 지역주의에 맞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한 노 전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며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 2002년 대선 때 바람을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해양수산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 한 전직 보좌관도 “김 전 장관의 부산시장 도전은 희생을 담보한 승부수”라고 전했다. 열세인 부산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 전 의원으로선 ‘패해도 남는 선거’에 가깝다는 의미다. 제2의 노무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발간한 ‘고통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책에서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에 맞서 도전하는 노무현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