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등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를 대상으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카카오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웹소설 플랫폼과 작가들은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더 강한 법적 제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트가 폐쇄되고 운영자가 붙잡혀도 새로운 후속 사이트가 살아나고 있어 법망을 피해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운영자들에 대한 ‘핀셋 제재’가 특히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웹소설의 경우는 지난 연말부터 막대한 피해를 호소해 왔지만 뾰족한 대책 마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드라마에 이어 K-웹툰, K-웹소설의 인기도 커지는데 정부 차원의 지원과 법률 마련 등의 대책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조아라 △문피아 △리디북스 △북큐브 등은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진 웹소설 불법 공유와 관련해 내부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07년 개설돼 웹소설 작가의 ‘등용문’으로 불렸던 조아라는 지난 연말 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는 다수 소설 작품이 이른바 ‘텍본’(텍스트 파일로 변환한 웹소설) 형태로 불법 사이트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회원들에게 “유출된 작품 관련 법적 대응 중”이라고 공지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긁어서 퍼가기’가 불가능하도록 텍스트 파일을 아예 그림 파일로 변환하는 독자적인 뷰어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독점 서비스하고 있는 웹소설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캡처나 저장이 되지 않는 뷰어는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이 본문 내용을 직접 일일이 타이핑해 텍스트 파일로 만든 뒤 유포하고 있다.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작품이 유포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리디북스 등 완결 출판된 웹소설을 서비스하고 있는 도서 플랫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조아라의 ‘노블레스’처럼 1화당 금액이 책정돼 있는 유료 연재물도 연재마다 일어나는 불법 유출로 피해가 크지만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독자층이 있어 어느 정도 손해가 상쇄될 수 있다. 반면 완결 작품이 통째로 유출될 경우엔 유료로 작품을 구매하려는 신규 독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피해 작가들의 호소다.
한 웹소설 작가는 “보통 트위터에서 작품 발매 일자나 할인 이벤트를 공지하는데 발매일에 딱 맞춰서 제 소설을 불법 사이트에 풀어버리더라”며 “한 달 동안 유료 구매는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그 사이트에 가보니 이용자들이 불법 파일을 공짜로 다운로드한 횟수는 최소 몇천 건이었다. 그 사람들이 다 실구매자였다면 저나 플랫폼이나 이 정도로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웹소설 전문 플랫폼 조아라는 지난 12월부터 자사에서 연재되는 웹소설의 불법 유출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사진=조아라 작가 제공
웹소설 불법 공유 사이트 운영진이 검거된 사례가 공개됐던 것은 2016년 ‘벚꽃도서관’과 2019년 ‘소설엘닷컴’ 2건이다. 벚꽃도서관은 운영자가 회원들로부터 문화상품권 핀(PIN) 번호를 받아 환전을 하다 꼬리를 밟혔다. 스물여섯 살의 대학생이 운영한 소설엘닷컴은 회원들에게 가상화폐 전자지갑을 지급한 뒤 가상화폐를 보내온 회원들에게 소설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이곳에서 활동한 회원들은 모두 203만여 명이다.
이 두 곳 외에도 2021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웹소설 불법 공유 사이트로는 J 커뮤니티와 K 커뮤니티가 있다. J 커뮤니티는 표면적으로는 국내 여행지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웹소설의 불법 텍본, 스캔본 등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의 회원들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홈페이지 주소를 공개하며 신규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K 커뮤니티는 작가와 플랫폼 관계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곳이다. 2014년 9월 개설된 이곳에는 ‘자료실’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어 회원들끼리 불법 공유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저작권 침해를 항의해 삭제된 일부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현재도 플랫폼에서 정식 서비스하고 있는 대부분 작품이 업로드 돼있다. 현재 다운로드가 막혀 있기는 하지만 자료실에 올라온 소설만 22만 7800여 건이다.
이곳의 운영자는 “사이트 내부 지침에 따르면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 자료만 자료실에 올리도록 돼 있다”며 불법 자료를 올릴 경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회원에게 있다고 공지해 왔다. 실제로 2017년 저작권법 위반으로 피소됐으나 각하 판결을 받으며 “합법 운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와 달리 국내에 위치한 업체 주소와 대표자명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애초에 불법을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용이 제한된 자료실 외에도 회원들이 현금처럼 사용하는 ‘포인트’를 걸고 웹소설을 불법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제재는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웹소설을 직접 올리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메일로 불법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운영자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 파일을 올릴 경우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게시자(회원)가 진다”고 공지한 것이 전부고 이들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고와 일부 제재의 의무를 다했다면 운영자에겐 불법을 방조한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저작권법상 온라인 사이트의 운영자가 저작권법에 대한 책임을 덜거나 면제될 수 있는 경우는 저작권자로부터 권리 침해 통지를 받고 즉시 해당 저작물의 복제나 전송을 중단시킨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같은 행위가 반복되고 사실상 이를 묵인해 온 점이 인정된다면 운영자 역시 책임을 100%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불법 웹툰‧웹소설 유포와 관련해 피해 작가들과 소송을 진행한 한 변호사는 “대형 커뮤니티나 웹사이트를 운영할 때 내부적으로 불법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운영자가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어느 정도로 커뮤니티를 관리했는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지침이 마련돼 있었는지, 불법 행위가 어느 정도 오래 이뤄져 왔는지 등을 다각도로 살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 커뮤니티는 초기부터 운영자가 직접 자료실 게시판의 업로더들이 익명으로 보이도록 시스템을 바꾸며 ‘누가 작성한 게시글인지 정보를 받아오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텍본 업로더들은 익명으로 중국이나 미국 웹사이트에 (텍본) 파일 링크를 건 뒤 몇 시간 후 링크를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는데 이런 공지는 사실상 불법 행위를 지속하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라며 “또 다수 회원을 모아 ‘후원금’ 명목으로 이득을 취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법 회원들을 행위 발생 즉시 탈퇴시키지 않는 이상 책임을 완전하게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