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시립예술단 노조는 21일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노조탄압 및 비정상운영 규탄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포항시립예술단 제공>
[포항=일요신문] 포항시 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이 21일 포항시의 노조탄압 및 비정상운영을 규탄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데 이어 포항시도 이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경북지역지부 소속 포항시 시립예술단 노조는 이날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노조탄압 및 비정상운영 규탄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예술단에 종사하는 단원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3개단의 평균임금이 200만원대 초반이며, 20년 30년을 일해도 월 250만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최근 시립예술단의 근무시간과 관련해 포항시와 시립예술단 노조는 갈등을 빚어 왔고, 이에 관련해 시가 어떤 무리수와 억지를 펼치고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명확히 밝히고 바로잡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 1990년 출범한 포항시 시립예술단은 합창단, 교향악단, 연극단의 3개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근무시간은 설립 초기부터 조례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15분까지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재택근무 형태로 운영을 해왔다.
노조는 “실제 문화예술회관 내 파트별 연습 또는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기량은 실제 잔여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할애해 연마하고 근무 중에는 합주, 합창 등의 형태로 검증하는 구조”라며 “이러한 근무시간 단축운영은 실제 국내 어떤 예술단도 파트별, 개인별 연습실 등 인프라를 갖춘 곳이 없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한 운영형태를 보이기도 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포항시는 시가 잘못한 것이 있거나 불리할 때마다 근태 강화 혹은 근무정상화를 빌미로 원리원칙 운운하며 오후 3시까지 근무를 수차례 지시해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근로기준법 60조 위반 유급연차휴가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단원 중 한 개인이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진정을 넣자 이를 이유로 근태강화를 지시했고, 코로나19 확산 시기 재택근무를 해제한 부분에 대한 비판 기사가 언론에 나오자 조합원이 제보한 것처럼 문제 제기 후 다시 근태강화를 지시하는 등 공공기관의 행정이 이토록 오락가락할 수 있는가 싶을 정도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는 수십년 시가 운영해온 단축근무를 조합원들이 부도덕하게 무단으로 조퇴한 것처럼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수십년의 관행이 이미 규범화돼 있고 이에 맞춰 생활 패턴이 형성돼 있으므로 근무시간 변경 시 단원들 및 노조와 최소한의 협의를 해줄 것을 요구하며 항의차원에서 기존 근무시간 대로 출퇴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그러나 포항시는 2020년 정기평정 시 이를 무단조퇴로 규정하고 47명에 대해 점수미달이라는 정보를 흘려 전체를 대상으로 불안감을 조성한 뒤 실제로 단원 4명에 대해 해촉대상임을 통보하고 재시명령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더 심각한 문제는 수십년간 포항시에 복무해온 단원들에 대한 처우와 달리 지휘자에 대한 채용과정과 처우는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 여러 의혹마저 제기된다는 점”이라며 “특히 2019년도 행정사무감사 자치행정국 감사에 대한 의사록에 따르면 그간 공개채용을 해 오던 것과 달리 현 지휘자 중에는 특채가 포함돼 있고 특채를 위해 기존 예산보다 웃돈을 얹어 1억6500만원의 연봉을 책정해 영입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에 보고하고 예산을 수령할 때는 상임지휘자로 속여 예산을 수령하고 실제 지휘자와의 계약은 출연 횟수당 계약을 체결한 문제, 그리고 코로나19로 실제 공연회수가 줄었음에도 매월 출연료가 나간 문제 등은 의회를 기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항시민 전체를 속이고 기만하는 과정에 다름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시립예술단 단원들이 처음 노조에 가입한 2006년부터 15년이 경과되는 지금까지도 포항시는 당연히 해야 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로서 포항시는 최악의 수준 이하일 뿐만 아니라 포항시가 사용자 관계에 있는 모든 노동조합에게 갑질과 노동탄압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이번 근무시간으로 인한 해촉대상자에게 내려진 재평정에 응하지 않고, 이번 평정결과를 바탕으로 내려진 제반 인사에 대해 부당인사 구제신청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며 “열악한 단원들의 처우와는 달리 억대 연봉을 지급하고 여러 의혹에 싸여 있는 지휘자 문제 역시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묻기 위해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시는 시립예술단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전면 반박했다.
시는 “지난해 6월8일부터 8월11일까지 정상근무를 3차례 통보한 것은 코로나19로 당시 감염병에 대한 예방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10주(50일), 시차출근 5주(25일) 시행한 기간 동안 연습부족 및 기량향상을 고려해 일정기간 조례에 명시된 정상근무 시간을 준수해 달라는 취지”라며 “그럼에도 단원 110명이 최대 43일간 무단조퇴한 사항은 시립예술단원 복무규정 위반이며, 시의 복무시간 정상화는 단원들의 기량향상과 복무규정에 따른 조치이지 단원들을 불편하게 할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시립예술단원의 실력점검 및 재위촉을 위해 매 2년마다 정기평정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말 정기평정을 실시하고 근무평정 30점(출퇴근 20점, 근무태도 10), 실기평정 70점을 기준으로 무단조퇴를 반영한 점수를 확인한 결과 총점 70점 미만 단원 47명이 발생했고 규정 상 총점 70점 미만은 재위촉 제외대상이 돼 예술단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에 따라 예술단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운영위원회에 심의를 거치게 됐고, 그 결과 47명 중 실기평정이 70점 이상인 단원은 재위촉하고 4명에 대해는 해촉 조치하지 않고 재기회를 부여해 단원들에게 유리하게 한 조치”라며 “이는 해촉 절차가 아니라 구제 절차의 과정임에도 단원들은 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기자회견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특채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포항시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제6조에 따라 시립예술단장(부시장)의 추천에 따라 시립예술단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위촉한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시는 “현재 교향악단 지휘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로 서울대, 줄리어드, 메네스음대 작곡 지휘를 전공했고 신생 교향악단이었던 부천필을 맡아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로 성장시켰으며 이후 코리안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한국 음악계의 높은 수준을 전 세계에 알렸고 서울대학교 교수로 33년 재직 후 현재는 명예교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부터 5년간 공석으로 있던 시립예술단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 자리에 새로운 지휘자를 위촉해 시립교향악단의 음악적 역량 향상과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성장시키고, 시민들에게 품격 있는 공연 제공을 위한 혁신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며 “예술단 노조는 지휘자의 연봉이 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단원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연봉이 1억3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보면 단원들의 보수도 적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조가 주장하는 단체협약 미체결 주장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시는 “2007년부터 꾸준히 실무교섭을 진행해 왔으며 2020년 3월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실무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하지만 2012년, 2015년, 2018년에는 단체교섭에 준하는 임금인상 협약을 체결해 단원의 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고 재정상황 및 근무여건 등을 감안해 예술단 노조의 요구에 대해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방교부세가 줄면 시 경영이 매우 심각해짐에 따라 인구 51만을 회복하기 위해 기업체 직원, 대학생, 군인 등 포항 주소 갖기에 동참하고 또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기채를 800억 발행한 현 상황에서 시는 133명 단원 중 75명(56.4%)가 관외 거주 단원이고 연간 7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예술단에 대해 휴업, 존립여부를 신속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포항시는 “시의 일방적인 회피라고 주장하는 것은 서로의 이해와 상생을 위한 대화의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지 한 쪽(포항시 측)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시민들에게 품격높은 클래식 공연과 예술적 정서를 제공하고자 하는 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발전적인 미래 시립예술단의 운영을 위해 적극 노력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