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인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1월 20일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인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노바백스사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구매)계약이 추진되면서 지금까지 확보한 5600만 명분의 백신에 2000만 명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사와 생산뿐 아니라 기술이전까지 포함된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 국내 백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계획은 계약을 1월 말까지 마무리해 이르면 5월에 국내로 공급되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위탁 생산하고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분기부터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날 최태원 SK 회장은 “2월에 나갈 백신 생산에 착수해 허가만 주시면 2월 말에는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로 공급되는 첫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화이자 백신이 더 빨리 공급되게 됐다.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이르면 2월 초중순에 화이자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코백스 퍼실리티와 계약한 1000만 명분 가운데 초도 물량 5만 명분이 2월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공급과 접종이 시작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사용승인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화이자 백신이 WHO(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이 과정에 식약처 전문가들도 참여해 실질적인 긴급사용 승인에 해당하는 ‘특례수입’을 적용할 수 있어 2월 초중순 접종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21일에는 박종현 행정안전부 안전소통담당관이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2월 말 정도에 백신이 처음 들어올 것으로 예정됐으나 설 연휴 전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첫 백신이 들어오면 접종 계획에 따라 지체 없이 우선순위에 맞춰 접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로 공급되는 첫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화이자 백신이 더 빨리 공급되게 됐다.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이르면 2월 초중순에 화이자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호재들을 적용해 현재까지의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가장 먼저 2월 초중순(이르면 설 연휴 전)에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 5만 명분이 들어오고 2월 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공급을 시작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00만 명분을 계약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나눠 공급된다.
2분기부터 모더나 백신(2000만 명분)과 얀센 백신(600만 명분)이 공급되기 시작해 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여기에 5월부터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도 공급될 가능성이 생겼다. 그리고 3분기부터 화이자 백신(1000만 명분)도 공급이 시작된다. 이렇게 2021년 한 해 동안 7600만 명분(아직 노바백스 2000만 명분은 계약 체결 전)의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다.
가장 급한 문제는 식약처 승인이다. 2월 초중순에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특례수입’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수 있다. 현재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 사전검토를 신청한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비임상·품질 자료), 화이자(비임상·임상), 얀센(비임상·품질) 등 3곳이다. 기존 허가심사 기간이 180일이지만 식약처는 빠른 접종을 위해 이를 40일 이내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2월 말 접종도 가능해 보이는데 최태원 SK 회장이 “허가만 주시면 2월 말에는 나갈 수 있다”고 말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불안요소가 하나 엿보인다. 가장 많은 물량인 2000만 명분을 계약해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한 모더나만 아직도 식약처에 백신 품목허가 사전검토를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바백스는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계약이 체결되면 식약처에 사전검토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백스의 초도물량인 화이자 백신 5만 명분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국내로 들어올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WHO 등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영국과 인도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유럽의약품청은 1월까지 긴급사용 승인을 하기 위해 심사를 진행 중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곧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해 수 주 내에 승인을 낼 계획이다. WHO 승인은 유럽의약품청에서 승인이 이뤄진 뒤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안정성이나 효능에서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불안요소는 아직 남아 있다.
영하(-) 70℃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이 가장 먼저 국내로 공급되게 된 만큼 보관과 유통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방역당국은 초저온 냉동고 100개를 확보했으며 초저온 물류센터 계약도 진행 중이다. 예상보다 빨리 코백스 퍼실리티 계약분이 국내로 공급된 까닭 역시 먼저 확보된 백신이 화이자 백신이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70℃ 이하를 유지하는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가 확보된 국가에 먼저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미 국내는 콜드체인이 준비돼 있지만 2020년에도 독감 백신 운송 과정에서 2~8℃의 콜드체인을 유지하지 못해 106만 명분을 폐기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 역시 불안요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영국과 인도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어렵게 국내로 공급된 코로나19 백신이 또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국내로 공급된 코백스 초도물량 5만 명분의 유통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후 코백스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마다 유통에 적정한 온도가 다른 만큼 백신별로 최적화된 콜드체인과 접종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국내 공급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백신별 콜드체인과 관련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2020년부터 이미 유통과 보관 등 백신이 국내로 공급된 이후 단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국내 공급 계약 자체가 늦어지면서 이런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월 8일 출범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과 12일부터 가동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원단을 통해 관련 준비에 돌입했다. 백신의 보관과 유통, 백신 접종 대상자와 기간, 접종 간격, 이상반응 관리 체계 등 세부적인 접종계획안을 세우고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위탁의료기관 1만여 곳과 접종센터 250곳을 지정·운영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다만 이런 본격적인 준비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시점을 두고도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빠르면 2월 초중순에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접종은 3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분기 설 명절 전부터 국내로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해 2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얀센, 그리고 예정대로 계약이 체결되면 노바백스 등에서 백신이 들어오기 시작하지만 실질적인 백신 접종은 3분기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백신 공급 계약이 1~3분기, 2~4분기, 3~4분기, 2~4분기 등 폭넓은 기간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2월 초중순에 코백스를 통해 받게 되는 화이자 백신 역시 전체 계약량 1000만 명분 가운데 초도 물량인 5만 명분 수준에 불과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2월부터 국내로 공급될 예정이지만 아직 초도 공급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물론 계약에 따른 초도물량이 2~3월부터 국내로 공급되면 의료현장 등에 먼저 투입돼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전국민 대상 접종은 3분기가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애초 2020년 11월 방역당국이 국내 백신 접종 시기를 2021년 하반기(2분기 이후)로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집중되면서 정부가 제약사들과의 계약을 서둘러 예상보다 빨리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