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속 시작되면서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프랑스의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사실 모든 신약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 역시 완벽하게 안전할 수는 없다. 독감 백신 등 여타 백신처럼 이런저런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은 새롭게 시도되는 mRNA 백신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주사 부위가 붉어지거나 붓는 증상,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 증상은 대개 가볍게 지나가거나 접종 후 며칠 안에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간혹 나타나는 특이한 부작용 사례다. 심각한 알레르기 쇼크 반응이 그런 예다. 가령 화이자 백신은 접종 직후 일부 환자들에게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한 명과 두 명이 피부가 붉어지고 숨이 가빠지는 등 과민성 쇼크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모더나 백신의 경우에는 임상 당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약 10%가 피로감을 나타냈으며, 몇몇 환자는 알레르기 반응을, 그리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안면 신경 마비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월 진행된 임상에서는 접종 후 한 명이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임상은 전문가 패널들이 이 염증 반응이 백신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잠시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실제 접종이 시작된 후 나타난 부작용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약 900만 명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접종 받았고, 이 가운데 일부 사람에게서는 일시적인 증상인 팔 통증, 피로, 두통, 열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불명 등 쇼크 증상)가 있었다. 다만 보고된 29건 가운데 목숨에 지장이 있을 만큼 치명적인 사례는 없었다.
아나필락시스는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면역 반응으로, 병원체 등 외부물질이 체내에 들어올 경우 몸이 방어를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쇼크와 비슷한 급성 반응이다. 보통 소량의 외부 물질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빠르면 접촉한 지 수분 만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독감 백신보다 10배 높다고 발표했으며, 영국 의약품규제당국(NHS)과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과거 약품, 음식, 백신 등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화이자 측은 애초 임상시험 때도 부작용 우려로 아나필락시스 반응 등 알레르기 이력을 가진 사람은 임상 대상에서 배제한 바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플레전트 프레리의 화이자 의약품 저장시설. 트럭들이 도열해 백신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특정 라인에서 생산된 백신을 접종 받고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팻코파크 접종센터에서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의료진 여섯 명에게서 특이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백신 접종 후 10분 만에 귀 밑 통증을 호소했으며,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혀가 부으면서 감각이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이들 여섯 명은 모두 동일 라인에서 생산된 백신을 접종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됐던 모더나 백신의 로트(생산번호)는 ‘041L20A’로, 지난 5~12일 사이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던 33만 회 분량 가운데 일부였다. 287곳의 접종기관에 배포됐던 이 백신은 캘리포니아주가 공급받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약 10%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논란이 되자 결국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은 해당 백신의 접종을 중단했고, 현재 다른 제품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알래스카에서도 알레르기 쇼크 반응을 일으킨 사람이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의 한 의료계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환자는 다른 약물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이력이 없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후 뇌출혈로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레고리 마이클(56)은 지난 12월 18일,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 센터’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뒤 16일 만에 뇌출혈로 사망했다.
마이클의 아내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주사를 맞고 3일 후부터 손과 발에서 출혈로 인한 작은 반점이 나타났으며, 혈액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0으로 나타나면서 면역혈소판감소증(ITP)을 진단 받았다.
마이클의 아내는 ‘뉴욕타임스’에 “남편은 지금까지 어떤 건강상의 문제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어떤 약물이나 백신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의 사례에 대해 존스홉킨스대학의 혈액장애 전문의인 제리 L.스피박 박사는 “이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반응은 ‘특이체질’이다”라면서 “이런 증상은 극히 일부인 특정 개인에게서 나타나거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유전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밴더빌트대학의 전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섀프너 박사는 혈소판 장애가 특정 약물과 연관돼 있긴 하지만 과연 백신과 연관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망 사건에 대해 화이자 측은 성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과 직접적인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럽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백신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노르웨이의 경우, 1월 19일까지 전체인구 546만여 명 가운데 약 8000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은 33명이다. 이들은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층이었으며, 중증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스타이너 마센 의약청 의약국장은 “백신 부작용으로 지병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원은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백신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컨대 노르웨이의 고령 인구 1000명 가운데 한 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중보건원은 “노르웨이의 요양원에서는 하루 평균 45명이 사망한다”라면서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치명률이 지나치게 높아진다거나 사망 원인이 백신과 관련됐다고 말하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버밍엄 주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노르웨이뿐 아니라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기타 북유럽 국가에서도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람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3주 정도가 지났건만 아직 42만 2000명 정도만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1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 국민의 40%만이 백신 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이는 유럽 15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심지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 그룹인 요양원 직원의 4분의 3 이상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접종 거부 움직임은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는 마크롱 정부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운동’이 거셌으며, 이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 백신이 너무 빨리 개발됐다고 여기면서 이런 성급한 접종이 대형 제약사에 이익을 안겨주는 데 불과하다거나,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국민들에게 마크롱 대통령은 재차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연구진들과 의료인들을 신뢰하자”고 호소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5건, 그리고 부작용은 139건 보고되었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의료 종사자 두 명이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였으며, 포르투갈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40대 간호사 한 명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80만 명 이상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독일에서는 모두 일곱 명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모두 고령층이었다. ‘폴 에를리히 연구소’는 이들의 사망원인이 백신 접종이 아니라 상피성 암, 신장 장애, 알츠하이머 등 기저질환 때문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