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 외국인 선수가 제때 캠프를 시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비자 발급이 지연돼 줄줄이 입국이 늦어졌다. 한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영사관의 대면 업무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입국 허가를 받으려면 코로나19 관련 서류도 추가로 제출해야 하니 전보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가 캠프 첫날 전원 합류하는 팀은 한화 이글스뿐이다. NC 다이노스,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는 두 명씩 확보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는 일단 셋 중 한 명만 대동하고 캠프지로 떠난다. 반면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는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기한 내에 입국하지 못했다. 특히 오랜 기간 대표이사와 감독 자리가 공석이던 키움은 1월 22일까지도 외국인 타자 계약을 마치지 못했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충분한 실전 훈련 없이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는 위기. 이 때문에 올해는 이들의 개인 훈련 상태와 컨디션 조절 그리고 각자의 기량에 더 많이 기댈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의 야구장을 누빌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을 짚어봤다.
NC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좋은 추억을 남긴 에이스 루친스키(사진)와 타자 알테어와 재계약을 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NC 다이노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NC는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와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를 붙잡았다. 둘 다 지난 시즌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 데다 ‘우승 프리미엄’까지 붙어 몸값이 많이 올랐다. 특히 지난해 19승 평균자책점 3.05로 활약한 루친스키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돈을 받는다.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3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8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보장 금액만 160만 달러에 이르고, 작년보다 총액 40만 달러가 늘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몸값 1위였던 타일러 윌슨(전 LG·160만 달러)보다 많다.
알테어 역시 총액 140만 달러에 사인해 외국인 타자 중 최고 몸값을 받는다. 보장 금액 13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10만 달러)에 인센티브 10만 달러가 포함됐다. 알테어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다. 1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지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탓에 경기 후 시상식과 공식 인터뷰를 소화하지 못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날 정식으로 사과했지만 4차전에서는 결승타를 치고도 당일 결승타의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오늘의 깡’ 상금을 양의지에게 내줘야 했다. KBO와 10개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알테어의 추후 대처에 관심이 쏠린다.
NC는 지난해 뛰었던 투수 마이크 라이트 대신 오른손 스리쿼터형 투수 웨스 파슨스(29)를 영입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파슨스는 계약금 8만 달러, 연봉 32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60만 달러를 받는다. 키 196cm, 몸무게 93kg으로 체격 조건이 좋고 평균 시속 151km 직구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땅볼 유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33경기에 나서 39⅔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두산은 외국인 투수 선발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왕조’를 구축하는 동안 더스틴 니퍼트를 필두로 한 리그 정상급 외국인 에이스들이 늘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해 역시 유일한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포스트 시즌의 영웅’ 크리스 플렉센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올해는 원투펀치를 모두 교체했다. 알칸타라는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 플렉센은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로 각각 떠났다.
이들의 빈자리는 오른손 투수 워커 로켓(27)과 왼손 투수 아리엘 미란다(32)가 채운다.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로켓은 키 196cm, 몸무게 102kg의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외국인 첫 시즌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계약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4km까지 나오고, 주무기는 땅볼을 유도하는 싱킹 패스트볼이다. 수비력이 탄탄한 두산 내야진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 출신인 미란다는 인센티브 10만 달러를 포함한 총액 80만 달러를 받는다.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일본 프로야구, 대만 프로야구(CPBL)를 두루 거쳐 아시아 야구 이해도가 높다.
투수들이 낯선 대신 외국인 타자는 친숙하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11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인센티브 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두산에서 3년 연속 뛰게 된 외국인 타자는 타이론 우즈(1998~2002년) 이후 처음이다.
#KT 위즈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창단 첫 포스트시즌 꿈을 이룬 KT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붙잡았다. 15승을 올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등 총액 110만 달러에 사인했다. 10승을 채운 윌리엄 쿠에바스는 1+1년 계약을 했다. 올 시즌 총액 100만 달러를 받고 뛴 뒤 구단과 상호 합의한 옵션을 달성하면 2022년 다시 100만 달러에 재계약하는 조건이다. 총액은 동결되지만 보장 금액이 다르다. 올해는 연봉 75만 달러와 인센티브 25만 달러, 내년엔 연봉 90만 달러와 인센티브 10만 달러로 각각 나뉜다.
외국인 타자는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양쪽 타석에 모두 서는 스위치히터 조일로 알몬테(31)를 새로 뽑았다. KT는 2017년 중반 입단한 멜 로하스 주니어와 지난 시즌까지 함께했다. 한동안 외국인 타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로하스는 지난해 타율 0.349, 홈런 47개, 135타점을 기록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올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났다. 그 대신 지난해까지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 소속이던 알몬테가 총액 77만 5000달러(연봉 52만 5000달러, 인센티브 최대 25만 달러)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로하스보다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투고타저가 극심한 일본에서 출루율 0.375를 기록했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한다는 평가다.
#LG 트윈스
LG는 지난해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를 붙잡았다. 라모스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합해 총액 100만 달러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30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였다. 계약 총액도 5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사이 몸값이 2배로 뛰었다. 부상으로 117경기에만 나서고도 홈런 38개를 때려내는 폭발력을 자랑한 덕이다. 1999년 이병규의 30홈런을 넘어 역대 LG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21년 만에 다시 썼다.
LG는 2선발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와도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보장금액 100만 달러, 인센티브 40만 달러다. 3년간 함께한 에이스 타일러 윌슨과 결별했지만,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스(29)를 영입해 빈자리를 채웠다. 수아레스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29경기에 등판했던 투수다. 지난 시즌에도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총액 6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에 사인했지만, 첫 시즌 상한액인 100만 달러 중 나머지 금액을 LG가 이적료로 전 소속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왼손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계약 조건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액 90만 달러. 2019년 한국 무대에 데뷔한 요키시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2.14로 리그 1위에 올랐다. 두 시즌 동안 25승을 올리면서 큰 힘을 보탰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4년 동안 키움에서 뛴 제이크 브리검과는 작별했다. 브리검은 지난해 부상으로 21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브리검 대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오른손 투수 조쉬 스미스(33)와 총액 60만 달러(계약금 없이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새로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01경기에 등판한 스미스는 지난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으로 16경기에 나서 26⅓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중반 대체 선수로 뽑았던 ‘악동’ 외국인 타자 애디슨 러셀은 일찌감치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키움은 1월 21일 취임한 홍원기 신임 감독과 상의해 새 외국인 타자를 서둘러 뽑을 계획이다.
KIA의 새 외국인 투수 다니엘 멩덴은 메이저리그에서 맷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했던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KIA는 ‘비운의 에이스’ 애런 브룩스, ‘복덩이 타자’ 프레스턴 터커와 올해도 함께한다. 브룩스는 지난해 23경기에서 151⅓이닝을 던지면서 11승과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한창 호투하던 9월 말, 가족이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미국으로 떠났다. 주장 양현종을 필두로 한 KIA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그(#WWMB36) 릴레이를 통해 큰 수술을 받은 아들 웨스틴의 쾌유를 빌기도 했다. 한국의 ‘정’에 감동한 브룩스는 KIA의 재계약 제의에 흔쾌히 응했고, 총액 120만 달러(연봉 100만 달러, 계약금 20만 달러)에 사인했다. 지난 시즌 구단 최초로 30홈런-100타점-100득점 기록을 작성한 터커도 총액 105만 달러(연봉 70만 달러, 계약금 35만 달러)에 재계약해 KIA에 남았다. 보장금액은 85만 달러다.
남은 한 자리는 새 얼굴로 채웠다.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60경기에 나선 오른손 투수 다니엘 멩덴(28)이다. KBO리그 경험은 처음이지만 KIA 맷 윌리엄스 감독, 팀 동료 브룩스와 오클랜드 시절 함께 뛴 인연이 있다. 멩덴도 외국인 첫 해 상한선인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42만 5000달러, 옵션 27만 5000달러)를 받는다. 시속 140km대 중후반대 직구를 던지면서도 제구가 안정적이라는 후문.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큰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지난 시즌 탈삼진왕이자 팀 역대 외국인 단일 시즌 최다승(15승)을 올린 댄 스트레일리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장 금액 12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에 별도의 인센티브가 붙는 조건이다. 롯데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MLB네트워크 소속 기자가 자신의 SNS에 “스트레일리의 인센티브는 50만 달러”라고 썼다. 최대 금액 기준으로는 NC 루친스키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비싼’ 외국인 선수인 셈이다.
지난해 전 경기를 유격수로 출장한 ‘수비 달인’ 딕슨 마차도는 1+1년 계약을 했다. 일단 올해 6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를 받고, 내년엔 8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로 몸값이 오른다. 다만 구단이 내년 시즌 재계약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마차도에게 5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롯데의 새 얼굴은 오른손 투수 앤더슨 프랑코(29)다. 계약금 5만 5000달러, 연봉 24만 5000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사인한 프랑코는 평균 시속 150km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베네수엘라 출신 오른손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고, 부상 이력이 없어 가산점을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
오랜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은 삼성은 원투펀치 2명을 모두 붙잡았다. 팀 외국인 투수 최다 이닝(174⅔이닝)과 최다승 타이(15승) 기록을 세운 데이비드 뷰캐넌은 당연히 재계약 1순위였다. 삼성은 뷰캐넌에게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 인센티브 50만 달러)를 안겼다. 벤 라이블리 역시 3년째 삼성 유니폼을 입어 ‘장수 외국인’ 대열에 합류했다. 계약 총액은 90만 달러. 지난 시즌 부상으로 두 달간 이탈한 탓에 5만 달러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라이블리와 재계약을 선택한 삼성은 보장금액도 7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줄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새 외국인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와 좌익수로 뛴 오른손 타자 호세 피렐라(32)다.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사인했다.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활약했다. 삼성에선 코너 외야수로 뛰게 된다.
#SK 와이번스
SK는 정규시즌 최종전 다음날 외국인 선수 3명과의 계약을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 시즌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졌던 SK가 한 템포 빠른 팀 재건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투수는 모두 바꿨다. 윌머 폰트(31)와 아티 르위키(29)가 새로 온다. 둘 다 오른손 투수다. 폰트는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85만 달러), 르위키는 총액 7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사인했다. 둘 다 키 190cm를 넘는 장신이고, 직구 최고 구속도 시속 150km를 웃돈다.
외국인 거포 제이미 로맥은 총액 115만 달러(연봉 9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재계약해 5년 연속 SK 유니폼을 입는다. 역대 SK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지난 4년간 큰 부상 없이 중심타선에서 활약한 데다 리더십도 뛰어나 팀의 신뢰를 얻었다.
#한화 이글스
대대적인 선수단 재편에 나선 최하위 한화는 외국인 선수 셋 다 교체했다. 오른손 투수 닉 킹엄(29), 왼손 투수 라이언 카펜터(31), 오른손 거포 라이온 힐리(29)다. 이 중 킹엄은 지난 시즌 큰 기대를 받고 SK에 입단했다가 팔꿈치 부상 여파로 2경기에서 2패만 남기고 떠난 전력이 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는 “미국 현지에서 킹엄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수술 전 구위를 회복했다고 판단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펜터는 키 196cm의 장신이다. 2018년과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15경기에 나섰고,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서 10승에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힐리는 홈런 친화적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특성을 고려해 영입한 타자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5홈런을 기록했다. 빅리그 통산 405경기에서 때려낸 홈런 수가 69개. 킹엄(총액 55만 달러)과 카펜터(총액 50만 달러)에게 큰돈을 쓰지 않은 한화는 힐리에게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안겨 기대를 표현했다. 포지션은 내야수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