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구글 ‘스트리트 뷰’ 차량이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한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아무 것도 없이 검색창만 덩그러니 있는 획기적인 첫 화면부터, 혁신적인 검색기술인 ‘페이지랭크(다른 웹페이지에 링크가 많이 걸려있는 웹페이지를 검색결과의 상단에 오게 하는 방식)’에 따른 차별화된 검색결과,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검색어를 입력하는 도중에 검색결과가 바로바로 바뀌는 새로운 기능 등 구글은 항상 앞서가는 기술로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혁신은 위성지도서비스인 ‘구글어스’에 이어 생생한 3차원 지도서비스인 ‘구글 스트리트뷰’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개인정보 무단수집 및 사생활침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특히 ‘구글 스트리트뷰’는 마음대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개인의 동의 없이 사진 촬영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생활 노출 및 범죄를 유발한다는 비난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이파이 사용자들의 통신 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이유로 한때 논란이 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구글 스트리트뷰’는 어떤 서비스이며, 또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봤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아마도 그 나라의 지도일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평면적인 2차원 지도만으로는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지도를 열심히 공부해서 간다고 해도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어디가 어디인지 헤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스트리트뷰는 다르다. 구글의 입체적인 3차원 위치정보서비스인 구글 스트리트뷰는 마치 진짜 내가 그 곳에 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전 세계 어느 곳(현재 23개국)이든 실제 건물과 도로를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을 360도로 생생하게 볼 수 있으며, 도로 위를 걷거나 자동차로 달리듯 앞뒤로 이동하면서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다.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피는 것은 물론, 하늘을 보거나 또는 땅을 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마치 그곳에 실제 가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우연히 찍힌 민망한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창피를 당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섹스숍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힌 남자(왼쪽)와 노상방뇨 하는 남자. |
선명한 화질도 구글 스트리트뷰의 자랑이다. 사진을 확대하면 벽에 그려진 낙서를 읽을 수도 있고, 집 앞의 잔디가 잘 깎여 있는지, 혹은 도로 위에 떨어진 쓰레기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구글 스트리트뷰를 홍보 도구로 사용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광고를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는 것이다. 식당이나 술집 등 점포 운영자는 별다른 노력 없이 가게 홍보를 할 수 있으며, 가수 및 연기자 지망생들의 경우 일부러 눈에 띄는 차림새로 사진이 찍히길 기다리기도 한다. 가령 캐나다에서는 한 가수 지망생 청년이 기타를 들고 길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구글 차량의 카메라에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획기적인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비법은 모든 도로와 골목을 일일이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한다는 데 있다. ‘스트리트뷰 카’라고 불리는 구글의 정보수집용 자동차 지붕 위에는 특수카메라 9대가 설치되어 있다. 8대는 주변을 360도 촬영하고, 나머지 1대는 하늘을 촬영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들은 GPS를 이용해서 각 건물들의 주소와 정보에 따라 순서대로 이어 붙여진다. 하지만 간혹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해 사람의 다리가 셋이거나 목이 없는 등 황당한 사진들이 종종 발견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곳(가령 영국의 스톤헨지, 로마의 트레비 분수 등 유적지)은 특수제작된 트라이크(세발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촬영하며, 올해 초 밴쿠버 올림픽 때에는 산 정산의 스키 리조트를 촬영하기 위해서 스노모빌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촬영된 지도 사진들은 보통 2~3년마다 업데이트된다.
하지만 이처럼 무작위로 돌아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하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메라에 얼굴이 찍힌 사람들이 하나둘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자동차 번호판이나 집주소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말았다.
구글 측으로부터 사전에 어떤 양해도 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분노한 사람들은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구글이 내놓은 해법은 사람들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 등을 흐리게 처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순 없었다. 사진 속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번호판을 일일이 찾아 뿌옇게 조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흐리게 한다고 해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 경우도 많았다.
이런 까닭에 스트리트뷰를 통해 우연히 찍힌 민망한 모습으로 낭패를 당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가령 하필이면 성인용품 가게에서 나오는 순간 사진이 찍힌 남자도 있었으며, 노상방뇨를 하거나 길거리에 오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찍혀 창피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반라 차림의 매춘부들의 모습이 찍히거나 잔디 위에서 비키니만 걸친 채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찍혔다. 또한 집 앞마당에서 반라로 청소를 하다가, 혹은 벤치에 앉아 연인과 격렬한 키스를 나누다가 부지불식간에 카메라에 찍힌 경우도 있었다.
또 영국에서는 한 유부남이 내연녀의 집 앞에 자신의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모습이 스트리트뷰에 찍혀 부인에게 이혼의 빌미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던 사건도 있었다.
스트리트뷰 사진 때문에 자신의 집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히 집에 도둑이 들 확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실제 스트리트뷰 때문에 도둑을 세 차례나 맞았다고 주장하는 영국의 고든 라이너는 “구글이 우리 집에 도둑을 불러 들였다”고 분개했다. 스트리트뷰에 찍힌 사진에서 그는 집 바깥에 서 있었고, 그 뒤로는 차고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문제는 차고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는 데 있었다.
라이너는 “얼굴과 집 창문은 흐리게 처리되어 있었지만 차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또렷하게 보였다. 마치 도둑에게 ‘마음대로 훔쳐가세요’라고 초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실제 라이너 집에 든 첫 번째 도둑은 차고 안에 있던 산악자전거를 훔쳐갔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 도둑 역시 집안이 아닌 차고를 털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런 범죄 노출에 대해 독일 쾰른의 한 경찰관은 “도둑들은 일반적으로 매우 단순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집안에 불이 켜져 있는지,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개를 키우는지 등이다. 몇 달 전 찍은 사진에는 이런 정보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오는 11월 서비스 개시를 위해 사진촬영 작업이 한창인 독일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에 엄격한 독일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슈테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자신의 집이 인터넷에 공개된다는 사실에 반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 앞에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 금지’라고 적힌 푯말을 세워 놓는 등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현재 독일에서는 자신의 집이 스트리트뷰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삭제 신청을 받고 있다. 즉 원한다면 지도에서 집을 완전히 보이지 않게 삭제해준다는 것이다.
현재 25개 도시에서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는 영국 역시 초반에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학자들과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시민단체는 아무리 얼굴을 흐리게 처리해도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으며, 200여 명은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 초에 불거졌다. 구글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통신정보(이메일, 비밀번호 등)까지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사전에 미리 각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촬영을 시작하긴 했지만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보안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와이파이에 접근하게 되면서 개인정보까지 수집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구글은 지난 5월 모든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실수였으며 수집된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체코 등의 구글 지사들은 해당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8월 서울사무소가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이렇듯 논란이 많지만 사실 스트리트뷰 서비스에 만족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반 개인들과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관광업계나 유네스코 등과 같은 단체들도 이 획기적인 서비스의 등장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여행사들은 구글과 손잡고 관광명소 순회 코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됐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글 스트리트뷰 서비스는 현재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23개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진 촬영이 시작되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촬영이 한창인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아일랜드, 헝가리,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올해 안에 속속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오, 놀라워라! ‘마우스 드라이브’
▲ 스트리트뷰로 찾은 파리 에펠탑. |
2. 상단의 ‘지도’ 메뉴를 클릭한다.
3. 검색창에 찾고자 하는 도시나 주소, 혹은 장소나 회사 이름을 입력한다.
4. 왼쪽에는 검색어와 관련된 항목들이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해당 지역의 지도가 나타난다. 지도 위에는 검색한 곳이 빨간 풍선(A)으로 표시된다.
5. 지도 왼쪽에 있는 노란색 사람 아이콘(페그맨·Pegman)을 클릭한다. 이때 페그맨을 클릭하면 볼 수 있는 지역이 지도 위에 파란색 점으로 표시된다.
6. 파란색 점으로 페그맨을 드래그해서 이동시키면 화면이 바뀌면서 거리 사진이 나타난다.
7. 마우스를 클릭한 채로 사진을 360도 돌려서 보거나 더블클릭해서 앞이나 뒤로 이동할 수 있다(혹은 지도 왼쪽의 내비게이션 화살표를 이용할 수도 있다).
8. 줌 막대를 눌러서 사진을 확대 혹은 축소할 수 있다.
구글 속 화제의 사진들
구글지도에서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하드게이트 16번지를 검색하면 말머리를 한 남자가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호스 보이(horse boy)’라는 별명으로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이 남성을 흉내 낸 사진들도 속속 등장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호스 보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돌아왔다! 스트리트뷰에 찍힌 이후로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동영상을 찍었다. 곧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난 7월 촬영된 스트리트뷰 사진에서 ‘호스 보이’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한 여성과 함께 서 있었다.
▲ 스쿠버 다이버 추격전
한낮에 스쿠버 다이버 차림의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한 손에는 각각 삼지창과 우산을 들고 스트리트뷰 카를 무섭게 쫓아오는 두 남성의 사진. 우스꽝스런 모습의 이 사진은 노르웨이 호르달란주 베르겐에서 찍혔으며,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스트리트뷰 차량을 운전하는 남자의 친구들이었다. 차량이 지나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이들은 20분 전부터 거리에 나와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장난삼아 차량을 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바다 갈매기와 충돌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
영국 브라이튼의 존 스트리트에서 촬영된 아찔한 사진. 빵조각을 문 바다갈매기가 맹렬하게 카메라를 향해 날아든 모습이다. 자칫하면 충돌할 뻔한 급박했던 순간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 비틀스 앨범 흉내내기
런던 애비로드에서 촬영된 비틀스 흉내 사진. 네 명의 남성이 일부러 스트리트뷰 카가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비틀스 앨범 커버 사진을 연출했다.
▲ 창문에 돌 던지는 꼬마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의 머셀버그의 한 주택가에서 꼬마 소년 둘이 몰래 돌멩이를 던지는 모습.